미술관 옆

송호춘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

Thu Mar 06 2014 09:3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오늘은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를 만나보려 합니다. 먼저 달리와 저의 첫 만남부터 소개하려 합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기억의 고집>이라는 달리의 작품이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처음 <기억의 고집>을 만났습니다. 미술관에서 달리의 진짜 작품을 만났으면 참 좋았으련만 제가 달리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미술관이 아닌 우리 중학교 화장실에서였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미술작품이 교육적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우리 남자화장실에는 ‘한발짝만 가까이’라는 문구 대신 작은 액자에 유명 작가의 모조 미술작품이 붙어져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저의 아랫도리를 풀고? 시원한 마음으로 감상했던 것이 달리의 <기억의 고집>이라는 작품입니다. 하루에 두세번씩은 달리의 작품을 만났기 때문에 이 작품은 제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습니다. <기억의 고집> , 살바도르 달리, 1931년, 유화, 캔버스에 유채, 24 X 33cm,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당시에는 가운데에 누워 있는 흰 물체가 ‘흰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바닥에 흰 말은 왜 누워 있을까? 그리고 저 흰 말은 왜 이불대신 시계를 덮고 누워 있는걸까?’ 등의 엉뚱한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가운데에 있는 흰 생물체는 사람의 반쪽자리 얼굴을 형상화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게 늘어진 눈썹들과 그 옆에 코가 그려진 것 같습니다. 지긋이 눈을 감고 어떤 기억을 더듬고 있는 듯한 달리 자신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The persistence of memory’입니다. ‘기억의 고집’이라고도 번역하고 ‘기억의 지속’이라고도 번역합니다. 그런데 아마 작가는 왜곡된 기억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멈춰진 시간과 흐느적거리는 시계는 왜곡된 사람의 인식이 기억속에 지속적으로 남아 사람을 지배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에 왜곡된 인식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 제 친구의 왜곡된 인식이 떠오릅니다. 그 친구는 어떤 사람을 정말 미워하고 그 사람에 대한 피해의식이 너무나 큽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꿈 속에까지 나타나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그 사람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제 친구는 그 사람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바라보았기에 왜곡된 기억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왜곡된 기억이 지속적으로 제 친구를 괴롭히는 경우를 봤습니다. 한쪽면만 바라보는 제 친구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마 이 작품속 가운데의 눈도 한쪽만 그려져 있고 나머지 한쪽은 어둠속에 가려져 있는데 어쩌면 이 한쪽눈이 인간의 관점의 한계를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이 작품의 작가인 달리에 대해서 조금 알아보겠습니다. 달리는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여 부유한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똑같았던 죽은 형과 자기를 혼동하며 비교하려는 아버지에 대한 강한 반발감을 지니고 성장했다고 합니다. 다섯 살 때는 개미가 득실대는 썩은 박쥐를 입 속에 집어 넣는가 하면 커서는 도마뱀, 거미, 생쥐가 들어 있는 닭장에 들어가 한나절을 같이 지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머리칼을 가위질해 버리거나 고층건물에 오르면 뛰어 내리고픈 충동에 몸부림치던 광기에 휘둘렸으며, 학창시절엔 어깨까지 내려온 장발에 긴 장식이 달린 나비 넥타이와 발뒤꿈치를 덮는 긴 망토를 걸치고 다니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훗날 어떤 강연에서 ‘나의 온갖 기행과 지리 멸렬한 행위는 내 인생에 따라다니는 비극입니다. 나는 결코 죽은 형이 아니며, 살아 있는 동생이란 것을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라며 병적인 자기 과시욕이나 과대망상으로 인한 충동적인 행동들이 운명적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고 합니다. 달리의 광기어린 삶에는 그의 작품 기억의 고집에서처럼 왜곡된 기억이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의 광기는 초현실주의의 영역을 확장하는 기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내면에 숨겨진 유아성과 야만성을 이 기억의 고집이라는 작품에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614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322, 9층  TEL. 02-508-2168 FAX. 02-3452-2439 

COPYRIGHT 2019 ALTWELL MINCHO SCHOLARSHIP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