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절망에 대하여

송호춘

절망과 희망의 줄타기를 하며 살아갑니다. '절망' 이라는 감정은 우리 인생들에게 주어진 숙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꼭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에도여러번 절망과 희망을 오고 갑니다.한마디로 절망과 희망은 너무나 일상적인 감정입니다. 여기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에든바르트 뭉크의 작품입니다.아래 작품중 제목이 '절망'인 작품음 무엇인지 골라보세요. 그림을 보고 '절망감'을 표현한 그림이 무엇인지 골라보세요. 여러분이 생각한 절망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1번 그림 2번 그림 3번그림 정답은 3번 그림입니다. 1번 그림은 '불안' 이라는 작품이고, 2번 그림은 '절규'라는 작품이고 3번 그림은 '흡혈귀'라는 작품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절망은 3번이었나요? 뭉크는 3번의 그림을 그리고 '절망' 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불안, 절규, 절망 모두 배경은 같습니다. 마치 노을을 연상시키는 하늘 배경과, 뒤에는 산이 있고, 강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사선으로 그려진 다리가 정적인 안정감보다는 동적인 느낌을 주는 듯합니다. 게다가 사선으로 그려진 다리가 곧게 뻗은 직선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회전하는 듯한 뒷 배경과 대조를 이루어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이 세 작품은 공통점이 참 많아 보입니다. 우스운 이야기입니다만 한편으로는 뭉크가 비슷한 그림을 가지고 여러번 우려먹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제 세 그림의 차이점을 보기에 앞서서 절망, 불안, 절규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봅시다. 이 세가지 감정은 너무나 비슷합니다. 절망이 곧 불안인 것 같고 그 불안이 심해지면 절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고 동시에 일어나는 감정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굳이 이 세 감정을 비교해서 생각해보자면 '불안'은 의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걱정하는 것이지요. 한편 '절망'은 확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잘못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분명 잘못될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하는 단계 인 것 같습니다. 한편 '절규'는 실제로 잘못된 일이 발생하자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심리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뭉크는 불안과 절망의 차이점으로 주변 사람을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안' 이라는 그림에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있지만 '절망'이라는 그림에는 홀로 있는 사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뒷 배경으로 그려져 있는 걸어가는 두 사람들이 홀로 있는 사람을 더욱 외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불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기는 하지만 서로 아무런 관계도 아닌 것 처럼 느껴집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 없이 쾡한 눈빛으로 서 있습니다. 자신 옆에 누군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에게 의지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너무나도 먼 사람들입니다. '절망'에서는 극도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절망감에 빠져 있는 사람은 이 두 사람을 지나쳐 왔습니다. 그리고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대화하고 있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혼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까만 옷에, 새까만 머리, 그리고 눈 주변마저어둡습니다. 그리고 시선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마 자신은 혼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절규'에서는 그 시선이 땅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선은 우리들을 자신을 향하고 있습니다.절규하는 사람은 소용돌이 치는 뒷 배경에 동화되어 버렸습니다. 이제 자신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 것만 같습니다. 절규하는 자에게는 더 이상의 절망과 불안도 없습니다. 이미 감정의 끝자락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불안', '절망', '절규'는 무엇인가요마지막으로 절망에 관한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이 시가 '절망'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낙타> 김진경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오히려 우리 아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 주겠네때때로 만나는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이어설 때까지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들은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Fri Sep 06 2013 21:1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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