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모든 것이 헛되다.

송호춘

몇 년 전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은 내 삶에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고, 이를 계기로 죽음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모든 사람의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부자, 빈자, 의사, 공무원, 사업가 등으로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러한 다양한 삶들은 죽음 앞에서 모두 다 생명을 잃는다. 모든 삶이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 같다. 한스홀바인, The Ambassadors, 1533년, 나무에 유화, 207*209.5cm, 런던 국립미술관 위 작품을 잠시 감상해보자. 위는 한스 홀바인의?이다. 그림 속의 인물은 영국에 파견된 프랑스 대사 장 드 뎅트빌과 조르주 드 셀브라는 사람인데, 서로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그리고 서로의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이 초상화를 남겼다고 한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언뜻 40대는 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20대에 대사와 성직자로서 성공한 청년들이다. 당시 언어, 과학, 미술, 정치 등에 능통했던 그들의 영화로운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지식과 권위를 대변이라도 하듯 작가는 천구, 나침반, 해시계, 달력, 지구본, 악기, 성경책 등을 그려 넣었다. 작가는 이러한 사물들을 통해서 그들의 지식과 성공을 나타내려 한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의 부귀영화 속에 어떤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 바로 이 숨은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오늘 작품의 감상 포인트이다. 그럼 함께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자. 이 작품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찾아보자.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자이크 카펫 위에 그려져 있는 이상한 물체이다. 이 물체는 무엇일까? 가까이에서 살펴봐도 이 물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옆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면 바로 이 물체를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상에서는 옆에서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물체는 바로 ‘해골’이다. 끔찍하게도 작가는 이 영화로운 대사와 성직자 사이에 매우 큰 해골덩이를 그려 넣은 것이다. 작가는 왜 이 해골을 그려 넣은 것일까? 그 이유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한스 홀바인이 사용한 기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작가는 이 그림을 계단이 있는 벽에 걸어 놓으려고 했다고 한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그림에서 먼저 해골을 발견한 다음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완전히 드러내 놓고 물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모습으로 물체를 표현하는 것을 ‘왜상기법’이라고 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왜상기법은 과학적 계산과 작가의 끝없는 반복적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표현기법으로 극사실주의를 넘어 "자세하게 그리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것까지 자세하게 그리는 것"에 관한 것이며 단순히 자세히 그리는 것에 싫증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작가적 '매너리즘'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아마 작가는 이 왜상기법을 통해서 인간의 영화 뒤에 숨겨진 허무함에 대해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신지식인이라고 불렸던 작품 속의 두 인물들도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고, 이러한 부귀영화가 무상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 숨은 그림 찾기는 끝나지 않았다. 작가가 숨겨둔 물체를 함께 찾아보자. 그림 뒤쪽에 커튼이 보인다. 그리고 그 커튼의 왼쪽 끝에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드는 의문점은 두 가지 이다. 첫째, 작가는 왜 예수의 십자가상을 그려 놓았을까? 아마도 종교적인 방법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두 번째, 작가는 예수의 십자가상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서 표현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죽음에 대한 고민은 삶에 대한 고민을 의미한다. 의미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죽음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쉽게 잊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삶의 풍요 속에서도 어딘가 공허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작가는 아마도 삶의 부귀영화 속에서도 결국 피해갈 수 없는 공허감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공허감을 종교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무의미하고 허망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한스 홀바인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화려한 성공도 결국 죽음 앞에서는 덧없는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 같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이 작품이 우리에게 명확한 답을 주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오로지 부귀영화만을 목표로 삼고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남겨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Wed Oct 31 2012 04:4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