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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고흐의 절규

송호춘

지난 2월 23일 토요일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반 고흐 in 파리> 전시회에 다녀왔다. 예전부터 고흐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픈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큰 기대를 가지고 예술의전당으로 향했다. 토요일이라서 사람들이 꽤나 북적거렸고 약 10분 동안 줄을 선 후에야 관람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섰을 때에도 단체로 온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서 작품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말관람이 아닌 평일관람을 택했더라면 더 조용한 환경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서 전략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 작품을 보기 위해서 수 분을 기다리기 보다는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은 작품만을 골라보는 식으로 관람을 했다. 그 대신 두바퀴를 돌아서 관람을 하여 관람객들이 북적대는 와중에도 한 작품도 빠짐없이 집중력 있게 관람을 할 수 있었다.<반고흐 in 파리> 라는 전시회 제목만을 보고 필자는 파리에서 전시 되고 있는 고흐의 작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리에 전시되어 있는 고흐의 작품들이 전시되는 것이 아니고, 파리에 머물면서 고흐가 그렸던 작품들을 전시하는 전시회였다.반고흐는 1880년부터 1890년까지 약 10년동안 작품활동을 했다.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점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종교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고흐는 거의 서른이 다 되어서야 예술가로서 활동을 했다. 고흐의 10년 동안의 작품활동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북유럽 시기(1880-1886.1), 파리 시기(1886.2-1888.2), 아를르 시기(1888.2.21.-1890.5.16.), 오베르 시기(1890.5-1890.7.29.)가 그것이다. 이 네 시기 중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2년동안의 ‘파리시기’의 작품들이다. 고흐는 2년동안 파리에 있는 자신의 동생인 테오의 집에서 머물렀는데 이 시기에 고흐가 남겼던 작품들을 이번 전시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별이 빛나는 밤>, <감자 먹는 사람들>, <해바라기> 등의 작품들은 파리시기의 작품들이 아니므로 이번 전시회에 전시되지 않았다.파리시기의 고흐의 작품들은 고흐 만의 독특한 화법에 다다르는 과도기적 단계이다. 이 시기동안 고흐는 일본판화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인상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고흐는 이 시기동안 인상주의의 바탕 안에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을 시도했으며 이러한 시도는 그의 파리시기 이후의 작품시기에 마침내 꽃피게 된다. 고흐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동생 테오의 소개로 조르주 쇠라(1859-1891)를 만나게 된다. 고흐는 파리에서 쇠라의 작품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쇠라의 점묘법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는지 점묘법을 모방해보려는 고흐의 시도를 그의 작품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먼저 쇠라의 작품을 보면서 쇠라의 점묘법을 살펴보자. 쇠라<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 1884-1886, 캔버스에 유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쇠라가 생각한 방법은 가장 순수한 외광의 색채를 재현하기 위해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지 않고 직접 캔버스에 점을 찍어서 눈으로 하여금 인식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쇠라의 방법을 점묘법이라고 부른다. 쇠라는 밑그림을 세심하게 드로잉하고, 믿을 수 없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화면을 분할된 점들로 꼼꼼히 메웠다. 위 작품을 그리는 데만 3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실제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캔버스에작은 점들을 촘촘하게 찍어서 표현을 했다. 하늘이나 나무 같은 대상뿐만 아니라 디테일이 요구되는 사람의 표정까지도 촘촘한 점으로 표현을 했다. 그리고 쇠라의 점묘법은 매우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럼 이제 반고흐의 작품에 나타난 점묘법과 쇠라의 작품에 나타난 점묘법을비교해보자. 그런데 이 비교에 앞서서 쇠라를 만난 후 고흐의 작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먼저 살펴보자. 다음 작품을 감상해보자.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82 X 114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위 작품은 고흐가 그의 작품활동 초기인 북유럽시기에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는 인상파들이 중시했던 빛에 대한 고려가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점묘법의 방식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고흐가 탄광촌의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했다는 그의 삶의 어두운 경험이 느껴질 뿐이다.그런데 북유럽시기 이후 파리시기에 나타난 고흐의 작품에서는 인상파의 영향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고흐가 파리시기에 완성한 작품을 한번 감상해보자. 반 고흐, <식당 내부 풍경>, 1887년, 캔버스에 유화, 45.5 X 56cm 크뢸러뮐러 미술관 이 작품을 감상해 보면 파리에 온 고흐가 쇠라를 만난 후 그의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색조가 매우 밝아졌다. 기존의 <감자 먹는 사람들>에 비하면 빛을 고려하여 밝은 색조로 표현을 하였다. 그리고 작은 점들을 촘촘하게 찍어서 대상을 표현한 것을 보면 고흐가 쇠라의 점묘법을 시도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쇠라의 점묘법이 매우 규칙적이고 안정적인데 비해서 고흐의 점묘법은 상대적으로 덜 규칙적이고 덜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처럼 고흐의 파리시기 작품들은 2년동안 파리의 인상주의 화가들에 의해 영향을 받은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파리시기의 작품들이 고흐만의 화법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독특한 화법은 그의 후반기 작품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별이 빛나는 밤>이다.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캔버스에 유채, 73 X 91cm, 뉴욕, 근대미술관 이 작품을 보면 요동치는 고흐의 내면의 세계가 느껴지는 듯 하다. 인생말년에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고 결국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그의 왜곡된 정신세계가 표현된 것 같다. 그의 정서적 불안과 감정의 흔들림은 누구라도 경험할 수 있는 정서적 요동을 생생하게 표현해준 것 같다. 고흐의 작품의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고흐는 20세기 표현주의의 선구자라고 평가받는다. 고흐는 강력한 터치와 색채, 왜곡된 공간 구성 등을 통해 요동 치는 내면의 상태와 주관적인 정서의 표출이 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보여주었다. 실제로 고흐의 이러한 표현주의적 기법은 뭉크의 작품에도 잘 나타나 있다. 뭉크 <절규> 1893, 카드보드 위에 파스텔과 유채, 오슬로, 국립미술관 필자는 이 작품 속에서 절규하고 있는 사람이 고흐인 것처럼 느껴진다. 고흐의 정신적 불안과 감정적인 요동을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다.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도 한 순간의 예술적 감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고흐의 정신적 고통과 불안, 그리고 그 고통과 불안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표현했던 고흐의 작품의 토대위에서 뭉크의 작품도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상주의 화가인 쇠라로부터 영향을 받은 고흐는 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있는 화법을 만들어냈고, 결국 이것은 20세기 표현주의의 토대가 되어 뭉크와 같은 화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인상주의에서 표현주의로 넘어가는 다리 역할을 한 고흐의 작품들과 그의 인생들을 생각해보면서 고통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고흐의 고통은 단순한 고통이라기 보다는 사회의 억압이라는 알을 깨고 인간의 생생한 정서를 탄생시키기 위한 고통이었던 것 같다.이번 <반 고흐 in 파리> 전시를 보면서 고흐의 고뇌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고흐의 자화상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과연 고흐는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가 궁금했다. 만약 고흐가 지금 살아 있었다면 뭉크의 <절규>를 보면서 이것이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참고문헌이은기 김미정, 서양미술사, 2008반 고흐 in 파리전 홈페이지서수연, 반 고흐의 풍경화에 대한 연구, 2003

Sun Mar 03 2013 02:2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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