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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영화관

배트맨 시리즈 속 <악당들>

백채원

크리스토퍼 놀런의 '배트맨 시리즈' 속 <악당들>1. <배트맨 비긴즈> 라스 알 굴 첫 번째로 놀런의 배트맨 시리즈 첫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했던 ‘라스 알 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작,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이해하는 데도 몰라서는 안 될 인물인 ‘라스 알 굴’은 그 이름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라스 알 굴’은 아랍어로 ‘악마의 얼굴’, 혹은 ‘악마의 머리’를 의미합니다. 실은 이름에서부터 악당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죠. <배트맨 비긴즈>를 본 관객들은 종종 ‘라스 알 굴’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끼곤 합니다.이는 극 초반에 라스 알굴이 ‘와타나베 켄’의 얼굴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은, 그는 그저 ‘라스 알 굴’의 얼굴 마담일 뿐, ‘라스 알 굴’의 실체는 ‘리암 니슨’이 연기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가 ‘진짜’ 라스 알 굴인 것이죠. 이를 몰랐던 브루스 웨인(배트맨)은 라스 알 굴이 이끄는 ‘리그 오브 쉐도우’를 공격하고 떠나올 때 “진짜” 라스 알 굴인 ‘리암 니슨’이 연기하는 라스 알 굴을 구해주게 되죠. 그래서 라스 알 굴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 돌아 옵니다. 고담시를 벌하기 위해! 사실 원작 만화에서는 라스 알 굴이 불사신, 불멸의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극 후반부에 “진짜” 라스 알 굴은 배트맨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되지만, 극 초반부에 위와 같은 설정을 한 것은 크리스토퍼 놀런이 라스 알 굴의 불사신 캐릭터를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브루스 웨인에 의해 목숨을 건진 라스 알 굴은 고담시를 파괴하기 위해 다시 브루스 웨인 앞에 나타납니다. `라스 알 굴`은 악으로 가득찬 사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없애는 것으로 벌하고자 하는 것이죠. 라스 알 굴은 타락한 도시 고담을 불태움으로써 정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는 <배트맨 비긴즈>의 다음과 같은 대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우리는 인간을 타락으로부터 구원해 왔어. 로마에 쥐를 풀어 흑사병을 일으켰고, 런던을 불태웠지.”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라스 알 굴이 절대로 배트맨과 타협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배트맨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 타락한 고담을 ‘구하고자’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악은 척결하되, 절대 살인은 저지를 수 없다는 신념을 지킴으로써 악과 자신을 구분짓습니다. 이미 타락할 대로 타락해버린 도시를 불태움으로써 척결해야 한다는 라스 알 굴과 달리 배트맨은 단 한 명이라도 선인이 존재한다면 구해야한다는 믿음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그들이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2. <다크 나이트> 조커 다음은 배트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다크 나이트>의 ‘조커’입니다. ‘조커’는 배트맨 시리즈 사상 가장 인기 있는 악당입니다. 화장 떡칠한 얼굴, 찢어진 입, 보라색 양복, 그리고 그가 저지르는 수많은 광적이고 폭발적인 악행들.. 게다가 이를 완벽하게 연기하는 故히스 레저까지.. 크리스토퍼 놀런의 두 번째 악당 ‘조커’는 악당이라면 갖추어야할 요소들을 완벽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그 중에서도 ‘조커’를 더 무섭게 만드는 건 그가 악행을 저지르는 데는 아무런 규칙도, 원칙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규칙, 그리고 원칙을 중시합니다. 이는 규칙이나 원칙이 예측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을 하고, 또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움으로써 이러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고자 합니다. 이 때 예측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규칙, 그리고 원칙입니다. 그런데 조커에게는 원칙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불확실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악행을 저지르죠. 그가 악행을 저지르는 데는 이유가 없습니다. 조커는 라스 알 굴처럼 타락해 버린 도시를 정화하기 위해, 혹은 세상에 대한 울분을 표출하기 위해 따위의 거추장 스런 이유를 생략합니다. 그는 단순히 하고 싶기 때문에, 그냥 악행을 저지릅니다. 혼돈과 우연을 행동원리로 삼는 것이죠. 실제로 조커는 극 중 에서 자신에 대해 “난 계획 없이 몸소 실천해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이렇게 말합니다."약간의 무질서를 소개하지, 확립된 질서를 뒤엎으면 모든 것은 혼란상태가 되지. 나는 혼돈의 중개인이야. 그리고 말야.. 혼돈들에 대해서들 아나? 그건 말야, 공평한거라고.""난 괴물이 아니야. 시대를 앞서갈 뿐이지.규칙 따위가 널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아?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규칙 없이 살아가는 거야." 이처럼 조커는 모든 질서를 혼돈으로 몰아넣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어버리죠. 극 초반부에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야’라고 외치는 하비 덴트 검사마저도 동전 던지기라는 우연에 의존하여 악행을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악마로 만들어버리고 배트맨 마저도 그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선’을 넘게 만듭니다. “왜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라고 되물으면서 말입니다. 이것이 조커가 실로 무시무시한 악당으로 느껴지는 이유인 것이고요.3. <다크나이트 라이즈> 베인 배트맨 시리즈의 완결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악당은 단연 ‘베인’입니다. 그런데 ‘베인’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직전 시리즈, <다크 나이트>에 등장하는 악당, ‘조커’와는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조커’가 아무런 목적 없이 고담시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면, ‘베인’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고담 시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그가 사랑한 여인 탈리아 알 굴의 아버지, 라스 알 굴의 뜻을 이어받아 리그 오브 쉐도우를 이끌며 고담시를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죠. 또, 그는 조커와는 달리 모든 것을 치밀한 계획대로 시행합니다. 그는 계획대로 고담시로 입성하여 지하에 자신의 소굴을 마련하여 철저하게 세력을 키워왔고, 증권거래소의 습격을 통해 브루스 웨인을 철저하게 몰락시킵니다. 급기야는 그를 지하 소굴 감옥에 가두어 정신적으로도 몰락시키고자 합니다. 목적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이보다도 치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완벽한 계획을 보여주고 있죠. 게다가 베인은 물리적으로도 무척이나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스 알 굴’, ‘조커’, ‘베인’, 배트맨 시리즈의 역대 악당 중에서 베인은 물리적으로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매, 그리고 그의 약점이기도 한 흉측한 마스크는 그를 더 없이 강하게 보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실제로 원작 코믹스에서도 ‘베인’은 배트맨과 대적할 만한 가장 큰 힘을 가진 악당 중의 한 명으로 등장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런이 완결작의 악당을 베인으로 정한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정신적,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강한 악당 베인은 ‘혁명’을 통해 고담시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고담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라는 미명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이죠. 그러나 베인의 진짜 목적은 라스 알 굴의 뜻을 이어 고담시를 파괴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베인이 배트맨에게 했던 대사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희망이 없다면 진정한 절망도 없다. 희망이 고담 시민들의 영혼을 독살할 것이다.그것이 내가 고담시에 가하는 테러다. 고담 시민들에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믿음을 심은 뒤, 시민들이 네 눈앞에서 서로에게 ‘양지에 서 있으라’고 소리치게 해주지.그 다음에 내가 도시 전체를 고문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넌 그제야 네가 얼마나 참담하게 실패했는지 진심으로 깨닫게 될 거다.그것이 라스 알 굴의 뜻을 완성하는 길이다.그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고담시가 완전히 재로 사라진 다음에야네가 죽는 걸 허락하겠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악당 베인은 그런데 사실 ‘순정마초’입니다. 베인의 ‘순정마초’적인 면모는 극의 종반부에 가서야 드러납니다. 배트맨에게 마스크가 뜯겨 죽음의 순간 일보 직전의 순간에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미란다(탈리아 알 굴)였습니다. 라스 알 굴의 뜻을 이어 고담시를 파괴하겠다는 것도 실은 탈리아 알 굴을 위한 것이었지요. 사랑 앞에서 베인은 무시무시한 악당이기보다는 미란다(탈리아 알 굴)의 사랑의 노예에 불과합니다. 베인의 악행이 그토록 놀라운 추진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신적, 물리적인 강인함이 아니라 사랑의 힘 덕분이었겠죠. 이상으로 배트맨 만큼이나 매력적인 배트맨 시리즈의 세 악당, 라스 알 굴, 조커, 그리고 베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모두 방학 마무리 잘 하시구요~!! 다음 호에서 또 뵙겠습니다 :)

Thu Aug 30 2012 07:0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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