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영화관

광기의 모성애를 다룬 영화, '마더'

백채원

이번 여름 정말 덥죠?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무더위를 싹~ 날려줄 스릴러물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영화는 바로 봉준호 감독, 김혜자, 원빈 주연의 ‘마더’입니다. 2009년에 나온 영화인지라 이미 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또 보고 난 후 여운이 길~~게 남는 터라 ‘마더’에 관한 글은 꼭 쓰고 싶었어요. 또, 그런 만큼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도 여름에 보기 딱 좋은 영화니까요~ ------------------------------------------------------------------- 영화를 볼 때 나는 특히 첫 장면, 그리고 극 중 중심인물을 영화에서 어떻게 등장시키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그래서 ‘마더’가 내게 더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지도 모르겠다. ‘마더’는 첫 씬부터가 매우 강렬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안개 낀, 바람이 매우 세차게 부는 누런 갈대밭에서 극중 '마더'로 나오는 김혜자가 정신을 놓은 듯 멍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때 카메라가 마치 배경을 보여주는 듯이 움직이는데 그럼에도 김혜자를 정 가운데에 고정시키고 있어서 김혜자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강조하고 있었다. 원래 영화를 볼 때 이런 시각적인 묘사보다는 스토리에 더 집중하곤 했었는데, 이 영화는 영화 속 배경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시각적 묘사가 무척 뛰어나서 장면 묘사 하나, 하나에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첫 씬에서부터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이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진(원빈)이 '맨하튼'이라는 술집에서 집으로 돌아와 김혜자의 옆에 누워서 자는 장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옥상에 여고생의 시체가 놓여 있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부분이다. 오른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는 침대에서 김혜자와 원빈이 누워 있는데 왼쪽으로 빛이 점점 비춰오면서 날이 밝아 옴을 나타내고 동시에 같은 쪽에서 옥상에 여고생의 시체가 놓여있는 부분이 '디졸브' 되는데 이렇게 두 장면이 '디졸브'로 전환됨으로써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평화로운 잠자리와 살인사건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김혜자와 도진(원빈)이 구치소에서 면회하는 장면에서 원빈의 모습과 김혜자의 모습을 번갈아 가며 잡는 장면이라든지, 김혜자가 자신의 아들의 결백을 믿고 사건의 단서를 하나, 하나 잡아낼 때마다 특정 장소를 향하는 김혜자의 발걸음을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었다는 점이 모두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높여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또한, 영화 말미에 김혜자가 관광버스에서 정신을 놓은 듯 춤을 추는데 카메라도 김혜자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듯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고 또 차창 밖에서 햇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김혜자를 붉게 표현해서 이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마지막 장면이 마치 수미상관처럼 첫 장면과 겹쳐지면서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이렇듯 '마더'는 시각적 묘사가 무척 뛰어나다. 씬 하나, 하나를 감독이 얼마나 공들여 찍었는지가 딱 느껴진다. 여기에 긴장감을 높여주는 사운드가 더해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양손을 꼭 쥐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겨우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에 ‘마더’라는 영화의 제목만 봐서는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가슴 찡한 모성애를 그리고 있는 영화라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마더’는 아름다운 모성애와 전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마더’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더'라는 지위를 가진 한 인물이 처한 피할 수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끝내 아들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으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광기의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슬픔과 고통을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김혜자의 광기어린 춤을 통해 승화시키고 있다. 또 미리 경고하지만, ‘마더’는 '살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잔인한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많은 여성관객들에게 마더는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쳤던 장면은 자신의 아들 대신 새로 붙잡혀간 범인에게 김혜자의 "엄마 있니?"라는 물음에 범인이 순진한 얼굴로 "없어요" 라고 대답하자 대성통곡을 하던 김혜자의 모습이었다. 또, 영화의 말미에 도준(원빈)이가 김혜자에게 불탄 철고물상 할아버지 집에서 발견했다며 김혜자에게 침통을 건내주는 장면이었다. 이 씬들에서 '어머니'이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김혜자의 고통이 극대화되었고 그 감정히 온전히 느껴져서 다른 어떤 잔인한 장면보다도 더 소름끼쳤던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반전'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로부터 '반전'이 있다는 말을 들어왔기에 살인사건의 실제 범인이 도진(원빈)일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더 큰 반전은 따로 있었다. 영화 중반부에 가면 진태를 범인으로 잘못 지목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김혜자가 새까만 비옷을 입고 철고물 수레를 끌고가는 할아버지에게 말없이 우산을 사는 장면을 매우 인상깊게 그려내고 있는데, 이 장면을 그토록 강렬하게 그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 두 사람이 이전부터 결국에는 마주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운명 아니, '숙명'적 관계였음이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극 중에서 도진(원빈)은 일반 사람에 비해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인물로 나온다. 그렇기에 도진은 자기가 겪은 일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전개에서 엄마의 사건 수사의 핵심단서는 바로 '도진의 기억'에 있다. 그래서 김혜자는 계속해서 도진에게 살인사건을 기억해 낼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때 도진이 기억해 내는 것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이 아니라 과거 엄마가 도진에게 가했던 상처이다. 또한 도진이 구치소에서 출소한 후 김혜자와 밥을 먹는 장면에서 이제는 살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잊고 싶어하는 김혜자 앞에서 살인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기억'은 잃는 것이 차라리 약이 되는, 오히려 '기억'하고 있기에 고통을 갖게 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촉발되어 고통의 근원이 되고 있는데 여기서 '기억'이라는 것의 이중적인 속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마더'는 전체적인 시각적인 묘사에서부터 음향효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영화 스토리까지. 어느 것하나 빠짐없이 고루 양념된 영화이다. 게다가 보는 내내 긴장감 백배이므로 무더위에 지친 민초인들이라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

Mon Jul 02 2012 06:33: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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