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야구장을 가다!

문학 야구장을 가다!

이동진

야구장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뭐니뭐니해도 우리 팀 선수가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을 치는 순간이 아닐까요? 야구라는 종목은 복잡한 룰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어서 점수를 내는 과정 또한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홈런은 그 모든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단순한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하기 쉽고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보통 홈 팀 선수가 홈런을 치면 각 구장에서는 다양한 효과음을 틀어주고 응원을 유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각 구장 마다 다르겠지만, 모 구장에서는 부둣가에서나 들을 법한 뱃고동 소리가 울린다고 합니다. 야구와 뱃고동 소리, 언뜻 생각하면 잘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을 가능케 한 곳이 어디인지 감이 오시나요?현재 8개의 프로구단(2군 NC다이노스 미포함) 중 항구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는 팀은 두 곳 입니다. 인천 SK 와이번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가 그 주인공들인데, 위의 물음에 정답은 바로 인천 SK 와이번스 입니다. 인천 SK 와이번스의 홈 구장인 문학구장을 방문해보셨거나 TV 중계를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정답을 쉽게 추측하셨을 거라 믿습니다.구도 인천, 굴곡을 지나 2000년대 후반을 지배하다 구도 인천인천은 한국야구의 발상지로 구도(球都)라 불리며 그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게 남아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1982년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인천은 연고 팀이 5번 이나 바뀌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늘 하위권을 맴도는 성적과 모기업의 부실로 인한 잦은 매각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었고 기존 연고 팀이 인천을 떠나 다른 도시로 연고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쌍방울 레이더스여러분, 쌍방울 이라는 회사를 아시나요? 주로 내의를 만드는 회사로 다들 잘 알고 계실 것 입니다. 이 회사가 프로야구 팀을 운영했었다는 사실도 알고 계시나요? 과거 전라북도를 연고로 하여 한국 프로야구 사에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쌍방울 레이더스가 바로 그 팀 입니다.쌍방울 레이더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SK와이번스의 모태가 바로 이 구단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에 창단한 쌍방울 레이더스는 1997년 모기업인 쌍방울이 부도가 나면서 극심한 재정난을 겪게 되고 1999년 모회사는 구단을 매각할 방침을 세우게 됩니다. 이때, SK그룹이 프로야구단 창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깁니다.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매각대금을 받으려는 쌍방울 측에 비해 시간을 보내면 자동적으로 퇴출될 구단에 인수대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었던 SK 측의 견해 차이로 2000년 02월 12일, 쌍방울 레이더스는 공식으로 퇴출 수순을 밟게 됩니다. 이 후 SK 그룹은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여 기존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을 영입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는 두 구단이기에 둘 간의 연관성을 두고 팬들 사이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2000년대 후반 한국야구의 맹주2000년에 창단해 짧은 역사를 가진 SK 와이번스는 2003년 돌풍을 일으키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 준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리고 4년 뒤인 2007년 팀의 미래를 바꾸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당시 일본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던 김성근 씨를 감독으로 영입한 일입니다.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관리야구 아래, 감독 부임 첫해부터 당시의 모든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1위와 함께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후 2007년~2011년간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이룩하며 2000년대 후반 한국야구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며 ‘SK왕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관중 들에겐 즐거운 구장, 선수들에겐 불안한 구장 현존하는 최신식 구장SK 와이번스의 홈 구장은 인천 문학야구장 입니다. 이 구장은 2002년 개장했으며 현존하는 프로야구장 중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개장 시기를 보아도 가장 최근이며 관중 친화적인 배려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아이들 뛰어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인 키즈 존과 여성 팬들이 맘껏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 룸도 마련되어 있습니다.특히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는 기치 아래 특색 있는 좌석을 배치하여 관중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바비큐 존과 그린 존을 들 수 있겠습니다. 바비큐 존은 야구를 보면서 직접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인데 구장 측에서는 자리와 장비를 제공하고 고기는 관중이 직접 사오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야구, 이 멋진 조합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시설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니! 아직도 문학구장을 제외한 다른 구장에선 이와 같은 배려를 보기 힘들다는 점은 바비큐 존의 희소성을 더 해줍니다. 그린 존은 외야 3루석 쪽에 위치해있는데요, 그린 존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잔디로 꾸려진 이질적인 공간입니다. 이 곳에서는 돗자리를 깔고 편안한 자세로 야구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야구장 특유의 응원 소리가 시끄럽다거나 여유를 즐기고 싶으신 분들에겐 좋은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구장 최초로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 수 있는 공간을 외야에 배치하여 선수들의 안전을 도모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모든 구장에서 선수단 덕 아웃 앞 쪽에서 투수들이 워밍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경기 도중 타구의 위험 아래 노출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도 이 점이 개선되지 않은 구장들이 남아있습니다.안전 불감증작년 말 전국 야구장에서 인체에 유해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어 많은 논란이 일어났던 적이 있습니다. 문학 야구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작년 말 흙을 전면 교체하고 선수와 관중들의 건강을 도모하기도 하였는데요.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얼마 전인 4월 15일, 이 곳 문학 야구장에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화 이글스의 정원석 선수가 외야로 날아오는 타구를 잡으려다 외야 펜스에 부딪히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탈골 되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정원석 선수는 충격으로 한 동안 일어나지 못하며 구급차에 실려나가기도 했습니다. 국내 구장은 외야 펜스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 내내 TV에 노출이 되는 광고판은 놓칠 수 없는 수익원 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선수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면 믿기시겠습니까? 현재 국내 프로 야구장은 한화 이글스가 연고로 하는 대전 야구장을 제외한 모든 구장에 특수 외야 안전펜스를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이 안전펜스가 있으면 웬만한 충격을 입더라도 선수들이 수비 시에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것은 바로 펜스를 광고판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들 때문입니다. 전국 6개 구장 정도가 매년 광고주가 바뀜으로 해서 펜스에 업체 로고와 문구를 바꾸어 새겨놓는데요,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페인트가 문제라고 합니다.페인트를 덧칠함으로 인해서 안전 펜스의 겉을 이루고 있는 고무시트가 고무 특유의 부드러운 성질을 잃고 합판처럼 굳어버린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펜스가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흡수해주지 못하고 되려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수 페인트가 존재하지만 비용 문제를 이유로 구단 측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열악한 한국 야구 인프라늘어나는 관중, 낙후된 구장 프로야구 관중 수는 2006년 이래 폭발적인 증가 추이를 보입니다. 연 300만 명 수준에서 연 700만 관중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양적으로만 보면 근 5년 내에 2배에 달하는 성장을 이룩했고 연일 언론에 노출되는 야구의 모습을 보면 국민 스포츠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듯 합니다.30년이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지만, 그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한 한국 야구의 위상과 관중들의 눈높이를 볼 때 많이 낙후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희소식도 있습니다. 낙후되어 있기로 유명한 광주 무등경기장과 대구 시민야구장의 경우 해당 지방 자치단체와 모기업이 협력하여 새 구장을 짓는 데 합의한 상태입니다.대구 시민야구장의 경우 2006년 야구장 안전 진단검사 때 철거 등급인 E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현존하는 야구장 중 유일하게 6.25전쟁을 겪은 야구장이라고 하니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감이 오시나요?서로 네 탓. 누가 투자 할 것인가? 야구장이라는 인프라는 건립에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국내 프로야구단의 성격 상 자체적으로 구장을 짓는 일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단이 독립적으로 회사처럼 돌아가고 수익을 내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체 구장 중 80%는 정부 소유라고 합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단의 8개 구장은 모두 국가의 소유입니다. 각 구단은 일정 간격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구장을 임대-사용합니다. 미국의 경우 각 주 정부에서 구장을 건립하고 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야구 구단이 들어옴으로써 발생하는 긍정적인 외부효과와 스포츠가 가지는 공공재적인 성격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위와 같은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구장 내에 모든 운영권을 구단에 일임하는 방식을 취합니다.다소 파격적으로 까지 보이는 방식은 구단의 수익 창출에 도움을 줍니다. 그로 인해 구단은 장기적인 투자를 할 여력을 갖춥니다. 국내의 경우 임대료를 내고 구장을 사용하는 구단 입장 에선 굳이 자기 돈을 들여 인프라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고 구장 관리를 맡는 관할 자치단체의 경우 예산 문제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실정입니다.자치 단체와 구단이 서로 네 탓하기 전에 국내 야구의 내실 있는 발전을 위해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선수와 관중 모두 함께 즐거운 야구장이 만들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잠실 야구장을 방문해 보겠습니다!

Thu May 10 2012 14:5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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