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생각이 머물다 가는 그네

정의, 우리에게 필요한 그 무엇.

이병준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연재하게 된, 「일상에서 마주친 생각의 그네」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 혹은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쳐버리기 쉬웠던 생각들에 대해 공감하거나, 서로 생각을 나누어 보는 정답 없는 코너라고 할까요. 이번에는 그 첫 번째로서, 정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볼게요. 아시다시피, 지난 2010년 말 ~ 2011년,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What is the right things to do?)' 열풍이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Micheal J. Sandel)교수님의 강의내용을 모은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누적 판매수 130만부, 인문학 서적으로서는 8년 만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마이클 센델 교수님의 강의는 편집되어 정규방송 특집으로까지 방영되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모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게 하는 철학적 주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또한,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혹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는 희미해져가는 ‘정의’에 대한 열망일 수도 있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의'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높아진 '정의'에 대한 관심과 달리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요? 오늘도 우리는 심심찮게 주변에서 각종 비리, 청탁, 뇌물수수 등으로 인해 누군가가 처벌받게 되었다는, 지겨우리만큼 반복적으로 터져나오는 뉴스들을 접하곤 합니다. 정의라기보다는 정직에 가까운 개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분노가 치밀어오르게 만드는 동시에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과연 사회의 정의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정의'라는 기준이 우리 삶에 있어 수없이 많은 부분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정의'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항상 있어 왔던 분배의 정의의 문제는 항상 우리에게 어떤 것이 정의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우리는 효율성과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었듯이 사람들의 지나친 탐욕을 불러왔고, 그 탐욕은 모두를 위기로 몰아갔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전반에서 점점 심화되는 양극화는 사회 각 계층의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켰으며, 기회의 평등이라는 정의와 멀어질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자리를 어떤 것이 정의고 아니냐 하는 문제 혹은, 어느 것이 더 정의에 부합되는가 가치판단을 하는 토론장으로 바꿀 의도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한쪽 방향으로 '이거다' 라고 결정지을 수 있는 성질의 문제였다면 많은 철학자들이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정의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 것처럼, 정의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의란 다양한 상황과 가능성, 시간과 장소,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것에 정의라는 이름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누구나 알고 있고, '사람들의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정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사실 무엇이 정의로운 생각이고, 정의로운 행동인지, 정의로운 사회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와 존엄성을 누구나 동등하게 보장받는 것, 생명을 보호하고 가난하고 약한 자를 돕는 것,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법 앞에서 평등하게 대우받는 것, 나아가 모두가 더 함께 잘사는 사회가 바로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우연히 한국공인회계사회장님의 회계사의 역할에 대한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인회계사의 역할은 단지 감사업무를 수행하여 기업에 대한 정보에 신뢰성을 부여하는 데 그치는 아니라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면에 있는 부분까지 볼 줄 아는, 경찰차와 구급차 역할을 모두 해야한다”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회계사라는 직업에 대해 단순히 '좋은 직업'이라는 선망만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공인회계사에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정의라는 잣대가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만큼이나, 사회에서의 필요로 하는 정의는 분배의 정의가 될 수도 있고, 법이 그 시녀로서 봉사하는 정의가 될 수도 있으며, 기회의 평등 측면에서의 정의가 될 수도, 앞서 언급한 가치들을 보장하는 정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이는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결국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우리 민초재단의 설립취지 또한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임을 기억하며,끝으로 공자의 말씀 한 마디를 떠올려 봅니다.子曰, 人之生也(인지생야) 直(직)하니 罔之生也(망지생야)는 幸而免(행이면)이니라.“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올곧아야 하니, 올곧지 않으면서도 살 수 있는 것은 요행히 화를 면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 「論語」제6편 옹야(雍也)

Thu May 10 2012 09:1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