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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각이 머물다 가는 그네

앞서간다는 것

이병준

안녕하세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농민분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이러한 무더위 속에서 민초 가족들은 모두 잘 지내시나요? 이번 기사에서는 어떤 분야에서 앞서 걸어가는 ‘선구자’를 주제로 삼아 이야기하고자 하는데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필자의 경험을 잠깐 떠올려볼까 합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하는 곳이 군대고, 전역하고 나서는 다시는 군대 방향을 쳐다보기조차도 싫다는 이야기를 합니다만 그래도 군대에서 가장 기억나는 순간을 꼽으라면 그 중 하나가 훈련받는 시절일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런 훈련병 시절의 어느 날, 고된 훈련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내무반에 들어오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훈련들을 마치고 먼저 자대로 간 선배 이등병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요. 그런데 사실 군대를 갔다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건 대단히 우스운 생각입니다. 역전의 용사마냥 빡센!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간 ‘대단한 이등병’은 고참들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인 어리버리한 이등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스갯소리로 글을 시작했지만, 남보다 먼저 앞장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그것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깜깜한 분야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분야를 앞장서서 개척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가는 선구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러한 경우를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경영학도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사업분야를 이끌어나가는 일류기업, 선도기업(leading companies)들 중에는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 기업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과정 속에는 수없이 많은 실패가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실패에서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발판삼아 끊임없이 성공의 문을 두드리고 길을 개척해 나갔기에 결국 그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었을 테지요. 물론 일단 길이 열리고 나면 그 분야를 개선하고 보완하여 약간의 방향수정만으로도 더 좋은 성과를 내기는 오히려 쉬운 법입니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로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님의 강의를 듣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대출받은 돈으로 트럭 한대 겨우 장만해 과일과 야채를 팔기 시작해 5년 후, 18평 야채가게를 차린 뒤 10여년간 매일 1000명이 넘는 손님에게 5톤 이상의 과일과 야채를 판매하고, 연 수십억의 매출을 올리는 근사해 보이는 사장님이지만 정작 자신은 사장도 아니고 뭐도 아닌, 야채파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던 그 사람. 그분이 강연의 말미에 그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가고 있는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따라해 훨씬 수월하게,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성공했을 것이라고요. 또 다른 이야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개척하고 유럽으로 돌아와서 만찬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을 해낸 그의 명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급기야 사람들은 그에게 '그저 배를 타고 가더니 신대륙이 나왔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함부로 떠들어댔습니다. 콜럼버스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반박을 하지 않고 그저 달걀을 책상위에 세워보라고 하였지요. 사람들은 한참 달걀을 굴리며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걸 어떻게 하냐는 말들이 터져나올때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콜럼버스는 달걀 한쪽을 톡 깨서 책상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당장 사람들은 고작 그 정도 방법이었느냐, 누구나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아우성을 쳤고, 이에 콜럼버스는 조용히 답변했지요. "누구나 한번 한 다음에는 그것이 쉽게 여겨지는 법입니다." 콜럼버스도 그랬고,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님도 그랬고, 지나놓고 보면 별 거 아니고 따라할 수 있는 선례가 있었다면 훨씬 수월하나, 가장 처음에, 남들이 하지 못했던 생각으로 앞서서 새롭게 무언가를 이루어간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분야를 선도하고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러나 다시 도전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들이지요. 물론 그들의 목표는 다양할 것입니다. 미지의 분야에 대한 호기심, 개인의 영달, 기업입장에서는 사업환경 내에서 유리한 위치의 선점과 기술 확보, 혹은 이익증대까지요. 개인적으로는 이유가 어찌 되었건 그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기는 일에 대해 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도전을 하기에 위대한 것입니다. 실령 실패할지라도,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못할거라고 입으로만 떠들어대는 사람들보다는 도전하는 그들이 훨씬 나으며, 실패를 발판삼아 다시 도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나가는 사람들의 자세에 대한 고시(古詩)로 이번 기사를 마치며, 우리도 다시 한 번 남들보다 앞서나간다는 것의 의미와 그 공로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하네요.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 모름지기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마침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라

Mon Jul 02 2012 01:1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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