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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생각이 머물다 가는 그네

런던올림픽, 그리고...

이병준

안녕하세요, 이번 기사는 올림픽에 즈음하여 들었던 생각을 써보고자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밤잠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던 2012년 런던올림픽이 8월 13일 화려한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숨가쁜 일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 대표팀의 입장에서는 역대 금메달 수 타이기록이자 금10개-10위 이내라는 목표 달성, 첫 남자축구 메달 획득, 새로운 스포츠스타들의 탄생과 다양한 종목의 약진 등 수많은 성과와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만 이번 런던올림픽은 한편으로는 여느 대회 때보다도 더 많았던 오심과 판정 때문에 당사자인 선수들과 응원하는 관중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선수들의 투혼은 수많은 명장면과 신기록을 쏟아내 감동을 박수를 불러일으켰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두 다리 없는 스프린터나 비록 형편없는 성적이지만 박수 속에 끝까지 완주한 니제르의 조정 선수는 불굴의 의지와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 왜 올림픽이 감동을 주느냐를 묻는다면, 세계의 다양한 국가 및 민족의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기본 정신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특히나 금, 은, 동 메달의 색을 떠나 자기 자신의 한계에 대한 위대한 도전이자, 그 도전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선수들의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제가 참 개인적으로 감명 깊었던 선수의 말이 있는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 금메달리스트 김현우 선수가 올림픽을 출전하면서 했다는 말이 바로 바로 그것입니다. '나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금메달을 주어도 좋다' 속된 말로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끝끝내 자신이 가장 땀방울을 많이 흘린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죠. 그런가 하면 역시 금메달리스트가 된 유도 81kg급의 김재범 선수 역시 가슴절절한 말을 남겼습니다. '4년 전에는 죽기살기로 했는데, 졌다. 이번에는 죽기로 하니 이겼다. 이게 전부다.' 사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수들의 말을 TV에서 보았을 때 눈에서 먼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메달은 단지 그들이 그 종목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이 아니라, 긴 시간동안 자기 자신에 대한 쉼없는 단련과 채찍질, 수없는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피와 땀으로 끝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그들의 말 속에서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부끄럽지만 우리가 효자종목이기 때문에 당연히 금메달을 따낼 것, 아니, 따내야 한다고 생각할 때, 양궁선수들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하여 수천, 수만 발의 화살을 손에 물집이 잡혀가며 쏘았을 것이며, 양학선 선수가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도약과 착지를 성공시키기까지는 수천 번을 같은 점프동작을 반복하고, 넘어지고 구르는 고통이 따랐을 것입니다.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승리에 우연이란 없다. 1천 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1만 일의 연습을 련(鍊)이라 한다. 이 '단련'이 있고서야 비로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선수들의 노력은 단순히 수많은 연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쇠가 명검이 되기까지 대장장이로부터 수천, 수만 번 망치로 두들김을 당하고 수백 번 담금질을 당한 끝에 비로소 명검으로 거듭나듯이, 집념과 투지를 바탕으로 '검이 짧으면 일보를 전진하고, 조건이 불비(不備)하면 노력을 배가(倍加)'하는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였고, 그렇기에 시상대에 서서 조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국기에 대해 예를 표할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 역시 같은 이유로 충분히 박수받아야 마땅한 것이겠지요. 이제 올림픽은 진한 여운을 남기고 막을 내렸습니다. 4년 뒤, 다시 세계 어딘가에서 열릴 또 다른 올림픽에서는 다시 우리를 감동에 젖게 할 수없이 많은 명장면들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번 결과에 만족하거나, 혹은 연연하지 않고 다시금 자신을 강하게 단련해 온 선수들의 활약을 그 때에도 기대하면서, 오늘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가 또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Fri Aug 31 2012 11:50: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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