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economicus

재미있는 야구 통계의 세계

이동진

????안녕하세요? 어느 새 여름은 꽁무니 마저 자취를 감춰버렸고, 가을이 계절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가을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풍경을 물들이는 형형색색의 단풍들처럼, 각자의 소중한 기억들을 가을에 투영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가을은 기분 좋은 계절입니다. 일반적으로 그렇듯, 선선한 날씨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 덕택에, 외출하기 딱 좋은 시기니까요. 또 하나 특별한(?) 이유를 들자면 속칭 ‘가을야구’ 때문 입니다.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정규시즌(Pennant Race)은 주로 3월~4월에 시작하여 8~9월에 끝나는 일정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부터는 포스트시즌(Post Season, Playoff)을 치르는 데, 이것이 속칭 ‘가을야구’로 불립니다. 포스트시즌이 열리는 시점이 계절상 가을이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수확의 계절’이라는 가을의 의미가 더해져서, 각 구단들의(혹은 팬들의) 1년 농사 결과가 판가름 난다는 뜻이므로 적절한 명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야호, 가을이닷!!!! 올 포스트시즌은 유례없는 접전으로 저와 같은 야구팬들에게 가을야구의 참 맛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최종시리즈인 한국시리즈는 조금 싱겁게 끝났지만요.) 그 맛을 살려주는 재료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만, 핵심 재료는 단기전의 예측불가능성이겠지요. 야구는 소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통계의 스포츠라고도 말합니다. 프로 스포츠 중 한 시즌 당 경기 수가 가장 많고, 그 경기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한 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구기종목. 야구. 오늘은 TV에 잘 언급되지 않는 야구 통계수치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1. 타자 - 오늘은 내가 ‘끝내준다.’ : 클러치 히터에 관한 통계 야구에는 클러치 (Clutch)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는 7회까지의 결과를 기준으로 3점차 미만의 경기가 펼쳐지는 경우를 지칭하는데요, 클러치 상황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해주는 타자를 지칭하여 클러치히터 (Clutch Hitter)라고 부릅니다. 반대의 경우는 소프트 넘버 (Soft Number)라고 부릅니다. 어떤 선수가 클러치 히터인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자주 쓰이는 통계는 ‘득점권 타율’입니다.루상의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경우만을 따로 계산한 타율입니다. 이 수치는 ‘통상적’으로 찬스에 강한 선수가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데 적합합니다. 루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만 고려할 뿐, 그 이외의 요인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점차 박빙의 승부에서 뽑은 1점과 사실상 경기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한, 큰 점수차의 승부에서 뽑은 1점을 똑같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소위 ‘9회말 2아웃 만루, 1점차’로 상징되는 박빙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통계 수치를 고안해냅니다. ‘7회 이후 동점 또는 한 점을 이기고 있거나, 자신 또는 다음 타자가 동점주자인 경우’를 상정하여 이때의 타율만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줄여서 Late & Close 라고 합니다. 경기_종결자.jpg 올 시즌 MVP이며 타격 1)7관왕 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빅 보이’ 이대호 선수의 기록을 한 번 살펴보고, 그가 박빙의 순간에 얼마나 큰 활약을 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는 매 시즌 종료 후, 타자/투수의 각 부문별 시상식을 개최합니다. 타자의 경우 총 8개부문(타율, 홈런, 안타, 타점, 득점, 장타율, 출루율, 도루)에 대한 시상을 하는데, 이대호 선수는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을 싹쓸이 했습니다. 시즌 전체 타수 득점 안타 홈런 타점 타율 장타율 출루율 478 99 174 44 133 0.364 0.667 0.444 Late & Close 상황 타수 득점 안타 홈런 타점 타율 장타율 출루율 58 2 13 1 6 0.224 0.276 0.318 2) 타율: 안타 / 타수3) 장타율: 총루타수 / 타수4) 출루율: (안타+볼넷+몸에 맞는 볼) / (타수+볼넷+몸에 맞는 볼+희생플라이) 위의 표를 보면 ‘빅 보이’ 이대호 선수는 박빙의 순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스몰 보이(?)’ 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율과 출루율이 1할 넘게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장타율은 무려 4할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물론 4번 타자이기에 투수들의 견제가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타격에 관한 모든 것을 통달한 듯 보였던 이대호 선수도 알고 보면 약점이 있군요! 2. 투수 - 알고 보면 나도 ‘방화범!’ : 평균 자책점에 관한 통계 무시무시한 괴력의 선수들이 난무하는 일본 스포츠계.....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만화를 보면 주인공은 게임을 지배합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는 것이죠. 투수 마운드 위에선 혼자 1회부터 9회까지 완벽하게 막아내는 괴력을 보이며, 타석에 들어서서는 승부의 쐐기를 박는 홈런을 칩니다. 고교야구에선 실제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학교를 대표하는 선수가 있어서 중요한 경기에선 어김없이 연투하곤 합니다. 프로야구에선 갈수록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어집니다. 그 이유는 첫째, 국내 리그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투/타에서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할 경우가 원천 봉쇄되어있지요. 물론, 양대 리그(National League와 American League)를 운영하는 메이저리그의 NL에서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또래 투수들의 공을 치는 것과 프로들의 공을 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에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둘째, 투수들의 임무가 세분화 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만 하더라도, 잘 던지는 투수가 있으면 최대한 경기를 많이 내보내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게 하여 승리를 거두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럴 경우 선수생명이 짧아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크게 보았을 때 ‘선발투수-중간계투-마무리’로 업무 분담(?) 하고 있습니다. 선발투수의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소위 말해 ‘공이 긁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한 경기를 혼자 다 책임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승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수단이란 단체를 운영하는 방식이 점점 세련되어 지는 것이지요. 한 선수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승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야구에서도 경영의 냄새가 납니다~_~) 승리가 많은 팀인 즉 ‘선발투수-중간계투-마무리’라는 고리가 잘 조직되어있는 팀입니다. 오늘 살펴볼 통계는 ‘중간계투-마무리’를 담당하는 선수들에 관한 것입니다. 중간계투 혹은 마무리 보직을 맡는 선수들은 순서상으로 선발투수 다음에 나오게 됩니다. 즉, 선발투수가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선발투수의 컨디션이 승리를 이끌기에 부족한 경우)에 등판합니다. 그런 경우는 예기치 않은 부상일 수도 있고 구위가 떨어져 실점위기에 처한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대게는 후자의 상황이겠지요. '소방수'라고 검색하면 왜 야구선수 사진이 함께 나오는지, 그 이유를 아시겠죠? 야구 팬들은 실점위기 상황을 ‘장작이 쌓였다’고 말합니다. 또, 대량실점이 실현될 경우에는 ‘불이 났다’고 말합니다. 이런 비유에 대구를 맞추어, 중간계투/마무리 보직의 선수들을 ‘소방수’라고 부릅니다. 불을 꺼달라는 얘기죠.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항상 불을 끌 수 만은 없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를 ‘불을 질렀다’라고 말하고 소방수 대신 ‘방화범’이라는 오명을 붙여줍니다. 그렇다면 어떤 선수가 소방수 인지 방화범 인지 판단할 수 있는 통계 수치는 무엇이 있을까요?투수와 관련해서 흔히 언급되는 평균자책점(Earned Run Average)이 좋은 참고사항이 될까요? 평균자책점 = (자책점/투구이닝) x 9 평균자책점을 계산하는 공식은 위와 같습니다. 의미를 풀어보자면, (자책점/투구이닝)은 1이닝당 자책점이고 여기에 9를 곱했으니 9이닝당 자책점이 됩니다. 9이닝은 통상적으로 1경기를 의미하니 경기당 실점을 산술 평균한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수치의 맹점은 바로 자책점의 정의에 있습니다. 자책점: 야구 경기에서 투수의 책임이 되는 실점을 일컫는다. 안타, 희생 플라이, 희생타, 사사구, 폭투, 야수 선택, 도루에 의해 주자가 득점한 경우에 자책점이 된다. 위 정의에서 ‘투수의 책임이 되는 실점’의 해석이 중요합니다. 앞서 중간계투 혹은 마무리 투수들은 실점위기 상황에서 등판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실점위기란 루상에 주자가 나가있음을 의미하는데요. 만약에 이 주자들이 홈인 하여 득점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어떤투수의 ‘책임’이 되는 걸까요? 정답은 선발투수 즉, 앞선 투수의 책임으로 기록됩니다. 그러므로 앞선 투수의 자책점이 올라갈뿐 뒤이어 올라온 투수의 자책점은 0입니다. 방화의 원인 제공을 하긴 했지만, 모든 범죄의 결과를 한 선수에게만 책임 지우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요? 하지만 모두에 의해 합의된 규칙이므로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반영할 수 있는 수치는 없는 걸까요? 그래서 고안된 수치가 승계주자 실점 허용률입니다. 위처럼 앞선 투수에 의해 출루한 주자를 좀 더 세련된 용어로 ‘승계주자’라고 부릅니다. 즉, 승계주자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봉쇄했느냐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실점 허용률이 낮다면 믿을만한 소방수겠지요? 승계주자 실점 허용률(IRS)= 승계주자 실점(Inherited Score)/승계주자(Inherited Runner) x100 작년과 올해, KIA타이거즈 구원 투수들의 성적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각 투수들의 승계주자 실점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KIA는 1위에서 5위로 추락했지요. 물론, 비슷한 구원등판이닝을 기록했음에도, 승계주자의 수가 122에서 225로 높아졌음을 볼때 선발투수진의 붕괴도 한 몫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전쳬적으로 승계주자 실점율이 지난해 21.31(=26/122*100)에서 올해 35.55(=80/225*100)로 상당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3. 야구에서 통계가 말해주는 것. 위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어떤 통계수치를 고안하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 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던 가치를 발견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지요. 어떤 선수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은 팀으로서도 좋은 일이지만, 선수에게는 더더욱 좋은 일입니다. 프로선수로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그들에게 있어서 삶이 걸린 절박한 문제니까요. 게다가 구단 측과 연봉을 협상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통계수치를 기반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지만요 ^.^;;) 하지만, 하나의 통계 수치만으로 특정 선수를 평가할 순 없습니다. 다양한 수치를 두루 고려해야만 하고 그렇기에 가치판단이 어려운 것입니다. 이는 비단 야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의 진실을 판단하는 차원의 문제입니다. 복잡한 환경들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단 한 쪽 면만을 바라보아선 안됩니다. - 이 글에 쓰인 통계자료들의 출처는 http://www.statiz.co.kr 이며, 각 용어의 정의는 Wikipedia에서 참고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일부를 제외한 기사 사진들은 각 언론사에 저작권이 있음을 밟힙니다.

Sat Oct 30 2010 14:53: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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