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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economicus

국가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이동진

여러분은 지구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지시나요? 이 용어는 미디어 비평가 Marshall McLuhan이 1988년 저술한 자신의 책 ‘The Global Village:Transformations in World Life and Media in the 21st Century’ 에서 처음 제안했는데, 단어 그 자체의 뜻을 풀이하자면 전세계가 하나의 마을로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즉,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있는 세계의 곳곳이 점점 서로의 영향력 안에 놓여지게 된 세계상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초등학교 때 도덕교과서에서 처음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적 규범의 수준을 좁은 범위에서 좀 더 넓은 범위로 행하자는 훈훈한 교훈을 일깨워주는 의도에서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더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우리말의 ‘촌’에서 풍기는 정겨움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게, 경쟁이라는 치열한 단어가 통용되는 범위가 가까운 우리 이웃이 아닌 생전 보지도 못한 먼 이국의 이웃사람들에게 까지 통용되는 살벌한 현실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유례없는 경쟁의 시대입니다. 스스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개인들뿐 만 아니라 그런 개인들의 바탕을 이루는 국가 차원에서도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제입니다. 오늘날 국가는 자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다양한 차원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을 대변해주는 다양한 수치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GDP 와 같은 경제지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다룰 이야기는 흔히 들어오던 경제지표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와 아주 동떨어져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Anholt-GMI Nation Brands Index를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이 지수는 국가 브랜딩 전문가인 Simon Anholt 라는 사람이 민간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전세계 주요 50개국의 브랜드 가치를 순위로 매긴 것입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2009년 10월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50개국 중 31위를 차치했습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해왔던 세계에서의 위상(주로, 경제규모에 관한 것이겠습니다.)보다는 순위가 많이 낮은데,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이렇게 뒤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생각해보면 개선의 여지를 찾아 좀 더 노력을 하는 조치가 더 현명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낮은 이 순위는 다음과 같은 6가지 항목에 따라 산정됩니다. 바로 경제력(Exports), 정부의 통치 방식(Governance), 문화(Culture), 사람(People), 관광(Tourism), 이주와 투자(Immigration/Investment)의 항목들입니다. 이제 비교적 낮은 순위에 대한 이유가 보이는 듯 합니다.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제력은 6가지 항목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5가지 항목에서의 부진은 경제력이라는 강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 입니다. 국가 브랜딩은 크게 국가 내/외부적인 이유로 인해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Anholt-GMI NBI의 평가항목에 근거했을 때, 한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올린다는 것은 단지 이미지를 개선하고 좀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닌, 정부의 통치 방식, 문화, 사람, 이주와 투자 등의 항목이 두루 고려되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즉, 국가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단순한 차원의 이미지를 넘어서서 ‘실제로’ 특정 국가의 모습이 변화해야 순위가 올라간다고 판단하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국가 브랜딩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즈니스 세계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 보다 내부적으로 관리(혹은 통제)해야 할 항목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 또한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통치방식이나, 이주와 투자는 정책적으로 개입될 여지가 많은 항목이지만 문화와 사람을 순식간에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문화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단기적인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두 번째의 이유는 외부요인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외부요인이라는 것은 국가 브랜딩의 궁극적인 대상인 국외의 관광객, 투자자, 정부주체들인데, 두 번째 이유는 다시 크게 둘로 나뉩니다. 첫 번째(2.-1)는 외부요인들의 구성 자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외’라는 수식어를 통해 하나로 범주화 해놓아서 그렇지, 세계에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은 국가 브랜딩의 대상입니다. 과연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특정 국가의 브랜드를 어필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졌다는 것은 비즈니스적 표현으로 치환하자면, 서로 다른 니즈(needs)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물에 대해 서로 다른 기대하는 사람이 대상인 만큼, 한 나라를 브랜딩하는 데 있어서도 각각의 니즈에 대한 각각의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즉, 브랜딩의 대상에 따라 컨셉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 또한 비즈니스적 표현으로 치환하자면 약간의 현지화(Localization) 과정이 필요하다고 할까요? 두 번째(2.-2)는 외부요인들과의 접점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는 대중 매체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중 매체에 한정한다고 해도 이를 전세계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한 개인이 특정 국가에 대해 인상을 형성할 때는 대중매체뿐 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접점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정 국가를 개인이 직접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 개인적인(?) 경험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본인이 속해있던 학회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지난 여름 유럽여행을 다녀온 선배가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와, 진짜 이번 여행에서 최악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사람들 진짜 꼬질꼬질하고 불친절하고, 날씨는 완전 덥고!! 완전 깨더라, 이탈리아. 다시는 안가고 싶다, 진짜 우리나라가 짱 이다…..” 이런 선배의 말을 듣고 저 스스로도 의아했습니다. 평소 제 머리 속의 이탈리아는 깔끔하고 매너 좋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이미지와 세계 최고 수준의 패션 산업지로 그려지고 있었는데, 이를 한 순간에 깼다고나 할까요, 저 또한 선배와의 대화를 계기로 이탈리아에 대한 인상을 되돌아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해 결정된 인상은 오히려 매체의 조직된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는 그것 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낫고, 백 번 보는 것 보다 한번 경험 하는 게 더 낫습니다. 국가 브랜딩 이라는 막연한 작업 앞에서 위의 사례는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 합니다. 바로 개인이 체험하는 직접적인 경험을 관리하는 것 해결책이며, 이 직접적인 경험은 해당 국가를 관광하는 경험을 통해 가장 빈번히 이루어진다는 점 입니다. 해당 국가를 관광한다는 것의 의미는 보다 엄밀하게는 해당 국가의 특정 도시를 관광한다는 것일 텐데요. 즉, 국가 브랜딩은 상당 부분에 있어서 특정 도시를 통한 경험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70-80%가 서울(특정 도시)을 방문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또, 글의 서두에서 언급한 Anholt-GMI Nation Brands Index 와는 별도로 Anholt-GMI City Brands Index 라는 수치가 존재하는데 이 둘간에는 연관성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국가 브랜드 순위가 높은 나라의 도시 또한 그 브랜드 순위가 높은 경향성이 있는 것이지요. 결국 장황하게 풀어놓은 국가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국가 브랜딩의 상당부분은 도시 브랜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 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이쯤에서 이야기를 매듭짓도록 하고 계속해서 다음 편에서는 도시 브랜딩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민초 8기 이동진 baragildj@naver.com

Wed May 05 2010 10:3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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