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법(法)스데이

함현지

chap20. 시작과 끝

Wed Feb 29 2012 12:2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안녕하세요, 세 번에 걸쳐서 여러 가지 컨셉의 글을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 능력이 야망을 따라오지 못하여 결국 칼럼의 정체성을 흔든 것에 그치지 않았나 하는 미망에 빠져 있는 8기 함현지입니다. 마지막은 좀 여러분들께 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생활법률지식에 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졸업시즌이 가까워오면서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핑계를 대는 추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오늘 사법연수원 기숙사로 이사를 끝마쳤습니다. 2년간 살았던 고시원 방을 정리하는데, 정말 그 작은 방에 무슨 짐을 그렇게 많이 두고 살았는지 놀랐습니다. 누구든지 작은 고시원 방을 건드리면 아주 큰일나는 거에요. 졸업식 후 급하게 일정을 처리하다 보니 결국 이사 전날이 되어서야 네 시간 자고 짐을 싸고 쓰레기를 버리게 되었는데, 전공책은 어찌나 많고 또 어찌나 무거운지. 체육관 라커의 짐과 도서관 사물함의 짐까지 전부 다 빼오고 나니 정말 혼이 하늘로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1톤 용달 트럭을 타고 기숙사에 도착해서 미친듯한 속도로 짐을 정리했습니다. 주된 목적은 아직 들어오지 않은 룸메이트가 도착하기 전에 방을 사람 사는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점심 즈음해서 어머니가 오실 때는 대부분의 잡동사니를 수납장에 숨겨놓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에너지를 빼고 나니 도저히 신촌에서 열린 웹진 편집회의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방 구경 하시라고 말한 뒤 침대에 쓰러져서 눈만 껌벅껌벅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기숙사 1층에 있는 휴게실 컴퓨터를 사용해서 여러분들에게 전할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전 52회 사법시험을 합격했습니다만 대학 졸업 문제로 입소 후 곧바로 휴직하여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연수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는 저를 추스르고 돌아볼 여유를 얻었고, 법조계를 둘러싼 환경은 빛의 속도로 바뀌어 갔습니다. 얻은 것이 큰지 잃은 것이 큰지를 따지기에는 너무 이르겠지요. 얼마 전에 1차 시험을 치른 후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1차시험 합격자 수를 대략이라도 정하는 규정이 있나 하여 사법시험법을 들여다보았습니다. 2017년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법령이 있더군요. ‘사법시험법을 폐지한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로스쿨과 병행하던 투 트랙 체제는 그 때 끝납니다. 발 디디고 있는 땅이 단단하다고 믿고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제가 뛰어온 길은 얼마나 붕괴되기 쉬운 위험한 계단이었나 하는 생각에 식은땀이 납니다. 제가 합격한 해, 최초로 2차 합격자를 줄이기 시작하여 최고의 2차시험 경쟁률을 기록한 해, 2010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제 주변의 유능하고도 성실한 동료들이 여러 차례 고배를 맛보고 의지를 시험당할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행운을 순수하게 기뻐하기보다는 행운에 훨씬 못 미치는 능력을 부끄러워해야 할 줄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연수원에 돌아왔더니 작년에 제가 소속되어 있던 13반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2반으로 재배정되었습니다. 가슴을 펴고 입학했던 법대가 사라지고, 열심히 활동하던 동아리인 법대신문사도 폐간을 결정하던 그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이 젊은 시기에 한 시대의 끝과 함께 해야 합니다. 스스로 농담삼아 저를 ‘종결자’라고 칭하지만, 입맛은 씁니다. 올해에는 많은 동료들이 로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는 와중에도 우리의 눈빛에서는 불안이 가시지 않습니다. 아직 사법시험이나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의 그것보다 덜한지 잘 모를 지경입니다. 이것은 청춘이 가지는 필연입니까. 아니면 어쩌면 오만하기까지 한 엄살에 불과한 것입니까. 저를 포함한 우리들 모두에게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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