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법(法)스데이

함현지

chap18. 영화 <써니>를 통해 보는 욕배틀의 법률관계

Sat Oct 29 2011 16:0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 주의! 영화의 내용에 대한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 해피법스데이 칼럼을 맡게 된 8기 함현지라고 합니다. 기왕에 글을 연재하는 김에 전공을 좀 살려볼까 해서 이 쪽으로 옮겨탔는데, 막상 법과 관련된 주제를 고르려고 하니 너무 선택폭이 넓어서 고민이 좀 되더군요. 그래서 옛날 안경환교수님의 법과 영화에 관련된 책을 읽었던 기억을 살려, 비교적 최근의 작품을 중심으로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미리니름이 심하다는 의견 환영합니다. 영화 ‘써니’는 강형철 감독의 코미디 영화이고, 극중의 불량 서클 이름입니다. 내용을 여기에 소개하면 칼럼이 너무 영화 소개 위주로 치우치게 되니 대강의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주소를 참고하세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016#story) 위의 사진은 전라도 벌교에서 전학온 임나미(주인공)입니다. 나미는 다른 학교 불량서클(서클명 소녀시대)과의 패싸움에 멤버수를 맞추기 위해 나갔다가 살벌한 분위기에 뒤에서 떨고 있게 됩니다. 이에 리더 춘화가 나미는 남쪽에서 유명한 맨발의 광녀이며 지금 귀신들리는 중이라고 뻥을 치죠. 그런데 욕 담당인 진희가 상대방과의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나미는 진짜로 신들린듯이(!)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퍼붓습니다. 질려버린 소녀시대 멤버들은 도망갑니다. 욕은 정도와 내용에 따라 형법상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해서 욕할때는 특별법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지만 이 영화 내용에는 해당하지 않으니까 넘어가죠. 인터넷에서 키보드배틀이 벌어질 때 리플들을 보고 있자면, 가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글이 보입니다. (명예회손으로 자주 잘못 씁니다)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 모욕죄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를까요?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법문을 보죠.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7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공연히 (허위 또는 진실한)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여야 합니다. 모욕죄는 형법 제 311조에 근거를 두고 있고, ‘공연히 사람을 모욕’해야 합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 다르지요? 여기서 같은 것은 ‘공연히’와 ‘사람’입니다. 공연성 요건 때문에 한 사람만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는 방법으로 욕한 경우는 피해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형법상 범죄는 아닙니다. 또한, 명예가 훼손되거나 모욕당하는 대상이 사람이어야겠지요. 예를 들면, 제가 비글의 사진을 올리고 ‘3대 악마견’ ‘머리가 좋고 체력이 좋음. 단 그것을 이용하여 주인이 가장 싫어하는 일을 집요하게 한다’등의 해설을 덧붙인다고 해도 죄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실의 적시’와 ‘모욕’부분입니다. 명예훼손죄에서는 그것이 허위이든 진실이든 사실을 적시해야 하고, 그로 인해 사람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어야 하지요. 모욕죄에서는 사실을 적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누가 ‘함현지는 자기가 직접 기사를 쓰지 않고 후배들을 시켜서 기사를 쓴 다음 자기 이름을 달아서 웹진에 올린다더라’ 라고 공연히 말한다고 칩시다. 물론 이것은 허위의 사실입니다만, 이로 인해서 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겠죠. (잘릴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명예훼손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할 필요가 없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저 구수한 욕이면 되는데, 웬만한 욕으로는 모욕죄로 처벌받지 않습니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없을 확률이 높아서 그래요. 만일 이러한 제한이 없다면 우리 주변에 모욕죄 전과 한둘 없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 영화 속의 나미는 전라도 사투리로 속사포같은 욕을 퍼붓는데, 잘 들어보면 아무런 사실도 적시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욕 듣는 그 다른 학교 불량서클에 대한 모욕도 아닙니다. 나미의 할머니가 식사하시면서 궁시렁거리는 말을 그대로 외워서 쏟아내고 있을 뿐이에요. 다만 중간중간 ‘이런 씨부랄’ ‘확 쑤셔불랑께’같은 말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을 뿐이죠. 결론적으로 나미는 형법적으로는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고, 죄가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서 쌍욕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발화자의 교양을 의심받게 하는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행위이므로 최대한 자중합시다. 욕 하고 악플 달다가 경찰서에서 소환장 날아오면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해요. 이 사진은 써니 리더 하춘화의 어른 모습입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모인 써니 멤버들은 주인공 나미의 딸을 괴롭히는 불량 학생들을 응징하기 위해 패싸움을 기획하게 되는데요. 다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잘 싸우지만, 특히 원래부터 리더였던 데다 암선고로 시한부 인생이 되어 눈에 뵈는 게 없게 된 하춘화의 액션은 탁월합니다. 묵직한 명품백으로 불량학생 1을 내려치는 모습이 압권이죠. 그런데 이런 짓을 하고도 다들 멀쩡할까요? 형법에는 제261조에 특수폭행죄라는 죄목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거의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죄를 저지르는 것을 특수폭행죄라고 하는데, 여기서의 ‘위험한 물건’은 사용법에 따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명품백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까요? 나중에 응급차로 실려가는 불량학생1의 모습과 경찰차 안에서의 써니 멤버 장미의 대사인 “명품백이 좋긴 좋다 얘. 한방에 대가리가 터지네.”를 보면 이 영화 내에서의 명품백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될 소지가 다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고 2인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한 이상 하춘화를 비롯한 써니 멤버들은 모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해당합니다. 상당한 죄책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다들 훈방조치되었는지 그 이후 처리가 보이지 않네요. 어떻게 된 건지? 그나저나 엄마가 자기 도와준다고 불량학생들을 직접 패서 처리하고 경찰서에 간 것을 딸이 알게 되면 무슨 표정을 할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영화가 통쾌하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부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알게 되면 직접 어떻게 하실 생각 말고 경찰을 부릅시다. 웬만한 곳에서는 경찰관 분들 5분내로 달려오십니다. 가끔 인터넷을 하다 보면 성폭행의 위기에 처한 여성을 도와주었더니 피해자가 도망가서 오히려 가해자가 자신을 폭행죄로 고소하였다고 억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게 되는데(그런데 이런 글 중 다수가 자작소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관할 경찰서에서 그런 내용의 사건접수는 없었다고 밝힌 경우도 있고요), 그런 글에 ‘여자들 도망가지 좀 마세요’나 ‘안 도와주는 게 상책’같은 리플 달아서 사회를 팍팍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뭘 어떻게 해 보려고 하는게 합리적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또 다른 영화와 다른 법적 주제를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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