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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친구와의 갈등

송호춘

신뢰 속에서 피어난 갈등 내 짝꿍친구가 나에게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고, 내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사랑으로 대하고 싶었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짜증을 내기 시작하니, 나도 당황스럽다. 그러나 나는 ‘19살 고등학생이 평생 한 번도 와 본적 없던 서울이라는 곳에서, 만난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 짜증을 내는 이 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먼저, 분명한 것은 이 친구가 나를 편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 친구가 나를 유괴범이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나에게 감히 짜증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이 친구가 나에게 불만을 가진다는 것은, 나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바가 없다면 나에게 짜증을 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갈등 내면에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가 숨어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나에게 기대했던 바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예정된 우리의 갈등 강남역의 예쁜 여자들을 만나고, 티비에서 볼 수 있었던 연예인들을 만나고, 화려하고 반짝이는 도심 속에서 도시남자의 포스를 마음껏 풍기며, 또래 친구들과 시끄럽게 어울리는 모습, 사실 이 모습이 내 친구가 기대했던 바였다. 그래서였는지 친구는 지금까지 우리들이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만나고,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들과 기자들을 만나고, 남산위에 올라가서 서울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던 모든 시간들을 완전히 쓸모없는 시간들로 규정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오늘 따분한 곳만 돌아다니는 걸 보니, 앞으로도 자기가 원하는 곳은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짜증과 불만을 표출해 버렸다. 강남역에서 놀지 못할 바에는 내가 뭐 하러 서울에 왔냐는 식의 친구의 말투가 나를 속상하게 했다. 그 친구의 불만 가득한 눈빛이 아직도 내 기억에서 아른거린다. <서울타워에서 수동면 친구들과 우리들이 함께 뛰노는 모습이다> 사실 나도 이 친구를 서울의 화려한 도심 속으로 초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친구가 서울의 화려함 속에 혹시라도 시골에 사는 이 친구의 자존감이 위축될까 걱정도 되었고, 서울의 화려함 속에 숨어 있는 음지의 영역으로부터 이 친구의 ‘눈’을 보호해 주고도 싶었다. 눈을 더럽히면 생각도 쉽게 더러워질지 모른다. 눈 속에 들어온 충격적인 장면은 의외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친구에게 일단 좋은 것만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마 이 친구에게 10만원을 쥐어 주면서 혼자 서울구경을 하라고 방치했다면 이 친구는 자신의 눈을 보호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두 흡수하며, 자칫 서울을 오해하며 잘못된 생각을 키워 버렸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설득하기 우리의 생각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가 나에게 대하는 것과 똑같이 나도 그 친구에게 짜증을 내고, 그 친구를 무시해 버릴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내가 그 친구보다 훨씬 형이니, 권위적으로 명령을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를 서울 한 구석에 내려놓고 가버리겠다고 협박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그 친구를 ‘설득’하기로 했다. 나도 청소년 시기에 매우 삐딱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내가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설득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그 분께 불만을 토로하고 세상을 비관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분은 나에게 인격적으로 다가와 나를 설득해 주셨고, 내가 삐딱한 생각을 자발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그러고 보면 ‘설득’이라는 말에는 ‘인격적인 대화’, ‘자발적인 동의’, ‘기다림’과 ‘기대감’ 등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친구에게 앞으로의 서울 구경을 기다려주고 기대해주기를 설득했다. 친구를 위해서 많은 선물들을 준비한 우리의 계획을 기대해 주길 소망했다. 나도 매일 매일을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때로는 누군가의 계획과 충돌할 때가 많았다. 나를 향한 부모님의 계획과 충돌한 적도 많았고, 나를 향한 선생님의 계획과 충돌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부모님과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좋은 선물을 주시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셨던 것 같다. 내 인생에는 나의 계획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의 계획이 때로는 나에게 개입하여 나를 이끌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내 짝꿍 친구의 계획에 개입하여 충돌을 일으킨다. 그리고 친구에게 기다림과 기대를 부탁한다. 과연 내 짝궁친구와 나와의 갈등은 잘 해결될지…….

Wed Jul 06 2011 11:2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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