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通

송호춘

떡볶이와 고기뷔페

Tue Aug 30 2011 03:23: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우리는 사람을 쉽게 오해한다. 그리고 이 오해는 사람들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갈라놓는다. 그러나 때로는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 친구가 그렇게 행동했구나!’, ‘그 사람이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구나!’ 그 때 그 사람의 사정과 마음을 헤아리다 보면 오해는 이해로 바뀐다. 그리고 오해가 이해로 바뀔 때 사람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셋째날 점심, 내 짝꿍친구도 나를 오해하기 시작했다. 바로 떡볶이 때문이었다. 우리는 고기뷔페에서 점심을 먹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고기뷔페를 가기 직전에 신당동 떡볶이 집을 먼저 들른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고기뷔페를 간다는 말은 절대 해주지 않는다. 만약 친구가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를 많이 먹어버린다면,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짝꿍친구가 고기 뷔페에서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떡볶이 먹는 것을 자제 시켜야 한다. 물론, 고기와 떡볶이 모두를 친구에게 대접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친구들에게 먹는 것 이상의 기쁨을 주고 싶어서 이런 계획을 만들었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어내는 기쁨, 그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다. 지난 3일 동안 나는 친구에게 최대한 대접을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떡볶이 집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는 친구가 떡볶이를 많이 먹을 수 없도록 최대한 자제 시켜야 한다. 오전 11시쯤 우리는 신당동 떡볶이 집에 도착했다. 커다란 대접에 발그레한 떡볶이에 김이 모락모락 났다. 무척 맛있게 보이는 떡볶이다. 나는 친구가 이 떡볶이를 먹지 못하도록 자제 시켜야 하고, 오히려 내가 떡볶이를 거의 다 먹어야 한다. 무척이나 긴장이 되었다. 나 혼자 떡볶이를 먹어 치우면서도 친구에게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눈빛을 던져 주어야 한다. 만약 친구의 기분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혼자 떡볶이를 후루룩 해치워 버리면 친구는 완전히 토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결국 기분이 나빠서 고기뷔페에 가서도 고기를 안 먹게 될 것이다. 먹을 것을 빌미로, 친구의 마음을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친구가 떡볶이 집을 거쳐 고기 집에 갔을 때 우리의 진심이 묻어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은 친구들이 진심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친구에게 인격적으로 대하면서도 나 혼자 떡볶이를 해치워야 한다. 일단 나부터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먼저 한마디를 던진다.‘떡볶이가 참 맛있네, 선생님은 많이 먹어야 겠다.’ 친구가 떡볶이를 한 접시 덜어먹으려 할 것 같으면 ‘친구야 천천히, 천천히 먹어야지.’ 라고 말한다.친구가 떡볶이 몇 개를 맛보고, 또 떡볶이 한 접시를 덜어먹으려 하면‘친구야 단무지가 떨어진 것 같으니, 이것 좀 가져다줄래.’ 라고 심부름을 시킨다.친구는 거의 먹지도 못한 상태인데, 가끔씩 이런 말도 던져준다.‘너무 많이 먹으면 맵기도 하고, 배부르기도 하니까 무리해서 먹지는 마렴.’그리고 나는 떡볶이를 열심히 먹는다.그리고 이때쯤 되면, 친구들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친구가 떡볶이 때문에 완전히 토라지면 안 된다. 그리고 친구가 아예 떡볶이에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완전히 무관심하다면 우리들의 노력은 모두 허사로 돌아간다. 떡볶이는 맛있는 것이지만, 더 맛있는 것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만 참아 주길 바라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고기집 계획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우리가 조금 더 좋은 것을 준비하고 계획 했으니 선생님인 나를 믿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오해와 갈등을 참고 기다리면, 더 좋은 선물이 너를 이미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삶의 어렴풋한 소망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비록 그 매개가 조그만 떡볶이이긴 하지만, 나는 그 친구가 어렴풋하게나마 소망 비슷한 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그런데 친구가 젓가락을 아예 내려놓아 버렸다. 비상사태이다. 표정을 보니 토라지기 일보직전 이다. 이쯤 한마디를 던져주어야 할 것 같다.‘친구야 벌써... 벌써... 배... 배가 부른 것은…….’ 딱 이 정도까지만 말한다. 그리고 물 한 모금을 마지못해 꼴깍 마신다.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지금은 할 수 없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내가 지금 떡볶이를 혼자 다 먹어서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너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따로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왠지 미안한 것 같은 표정도 지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미안한 표정을 지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완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어 버리면 우리의 고기집 계획이 미리 준비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네가 마음이 상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고기 집을 준비한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고기 집은 이미 계획 되었고, 나는 너에게 맛있는 고기 그 이상의 무엇을 말해주고 싶어서 떡볶이 집에 들렀다는 내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란다.떡볶이를 모두 해치우고, 나오는 길에 친구가 몇 마디를 던졌다‘선생님 배 많이 고프셨나봐요, 선생님 떡볶이 무척 좋아하시나봐요.’친구의 그 씁쓸한 표정과 눈빛이 지금도 내 눈에 아른거린다. 그동안의 관계를 생각해서 차마 뭐라고 쏘아붙일 수도 없고, 자신의 상한 기분을 그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기 집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친구와 나 사이에 어색함이 흘렀다. 우리의 자동차는 고기 집을 향하고 있었지만, 친구는 계속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건지 모르겠네.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옆에 있는 내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몇 분이 지나고 우리는 고기뷔페 식당에 도착했다.나는 친구에게 맛있는 고기쌈을 싸서 한 입 크게 먹여 주었고, 친구도 나에게 고기쌈을 먹여주었다. 난 떡볶이를 많이 먹은 탓에 배가 불러서 고기를 많이 먹지는 않았다. 떡볶이 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나의 의도를 친구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어렴풋한 느낌을 주고받았다. 지금쯤 수동면에 머물고 있을 그 친구가 그 때의 그 느낌과 나의 진심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기뷔페에서 수동면 친구가 선생님에게 고기쌈을 먹여주고 있다.>‘친구야 네가 계획하지 않은 좋은 일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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