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재훈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대장정편

Mon Sep 02 2013 00:2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한걸 보니 벌써 가을이 찾아온 모양입니다. 올해에 들어와서 새벽에 수영을 다니다보니 부지런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게 되는데요. 여유로운 걸음으로 학교를 가는 고등학생부터 혹시라도 늦을까 바쁜 걸음으로 서두르는 회사원까지 일찍부터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보면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느긋한 사람은 대학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기는 때도 있습니다. 우리 엘트웰 재학생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20대라는 가장 귀중한 시간을 늦잠으로 혹은 새벽게임으로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정도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여행은 ‘걷는’여행입니다. 이번 여름 저는 정말로 ‘걷기’만 하는 여행을 할 수 있었는데요. 20박 21일, 600km라는 거리를 걸으며 겪었던 바로 그 이야기를 오늘 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작은 통영이었습니다. 사진은 아직 국토대장정을 시작하기 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정재훈’과 동피랑 마을이 함께 찍혔는데요. 남해 어딘가 통영이라는 조그만 도시에 있는 동피랑 벽화 마을은 마을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의 분위기 때문에 다양한 드라마 촬영지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국토대장정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통영, 고성, 진주, 산청, 함양, 장수, 진안, 금산, 대전, 세종, 천안, 평택, 오산, 서울, 일산 그리고 파주까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평균 30km라는 거리를 걸어가며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그에 대한 성찰’을 기대한 제가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쉼 없이 걷다가 문뜩 깨닫게 된 저의 모습은 ‘空’, 말 그대로 비어있다고 표현해야 적절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목적지만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150여명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쓰러지고 또 누군가는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나가가고 또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문뜩 고개를 들어보니 파주 임진각에 도착해있었습니다. 생각보다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파주 임진각이 도착지라는 생각보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더군요. 21일간 있었던 수많은 이야기들, 때로는 사람 간의 갈등으로 때로는 발바닥 깊게 잡힌 물집으로 그리고 때로는 강렬한 햇빛과 목이 타는 갈증으로 고생도 많았지만 이런 고생들 덕분에 또 다른 사람 간의 관계를 배웠고 건강의 중요함을 배웠으며 무엇보다도 물과 그늘 그리고 바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길고 긴 여행 속에서 당시에는 새로웠던 사람들과 그 경험들은 곧 잊어버리기 마련입니다. 분명 이번 국토대장정 속에서도 언젠가는 제 기억 속 어딘가에 묻힐 150여명의 동료들이 있었습니다. 국토대장정에서 인연이 된 어느 누나의 말처럼 이들 역시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연히 지나쳐도 기억하지 못할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 아마도 같이 땀을 흘리고, 같이 힘들고, 같이 기뻐했던 500시간의 추억들 덕분이겠지요. 분명 누군가는 ‘돈 내고 왜 이런 고생을 하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답해주고 싶네요. 경험하지 않았으면 비아냥거릴 자격도 없다. 인생에 있어 더 좋은 상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본인의 능력 아닐까요? 바로 여기에서 값진 경험이 나올 수도 있고 쓸 때 없이 허비한 시간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이제, 엘트웰 재학생 여러분들은 2학기가 시작됩니다. 선배님들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계시겠지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매일 매일을 여행과 같이 보내는 것,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즐거운 대장정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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