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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에 대한 생각나눔

이창재

포퓰리즘(Populism)이란 용어의 홍수, 대체 뭐지? (기사가 길어서 밑줄을 통해 주요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최근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정책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바로‘포퓰리즘’이다. 정책적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포퓰리즘'이란 말이 남발되고 있다. 포퓰리즘은 일반적으로 당장의 표와 지지를 위해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는 정치행태를 일컫는 것으로 여겨진다. 무책임하고 선동적이며 근시안적이고 저급한 정치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이 주로 정치권에서 보수 세력이 진보 세력을 비난할 때 사용돼 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정치적 이념에 관계없이 서로 '진짜 포퓰리스트는 당신들'이라고 몰아세우기 바쁘다. 심지어 보수 여당 안에서도 포퓰리즘의 화살이 날아다닌다. 재계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포퓰리즘이라는 말로 직격탄을 날린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데 갖가지 수식어도 붙는다. '우파 포퓰리즘', '좌파 포퓰리즘', '복지 포퓰리즘', '반(反)포퓰리즘', '신(新)포퓰리즘'. 게다가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가능한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우리는 헷갈린다. 도대체 포퓰리즘이 뭐지? ◇ 포퓰리즘 어디서 왔나 포퓰리즘을 우리는 흔히 '인기영합주의', '대중추수주의'로 변역한다.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호도한다는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포퓰러스(populus)'는 '대중', '민중'이라는 뜻이다. 이를 직역하면 '대중주의', '민중주의' 정도가 된다. 즉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행태'라는 점에서 결코 부정적인 의미로만 보기 어렵다. 다수의 지배를 뜻하는 민주주의(Democracy)도 실은 포퓰리즘과 맥을 같이한다. 영국의 롱맨 사전은 '포퓰리스트(Populist)'를 부자나 지식인보다는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와는 달리 가치중립적이다. 근대적인 의미로 보자면 1870년 러시아에서 전개된 '브나르도(인민속으로) 운동'을 포퓰리즘의 시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원으로 보자면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국민당(People's Party)이 당원들을 포퓰리스트라고 부른 것이 뿌리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러시아의 브나르도 운동은 자본주의 경제 구조를 깨뜨리고 러시아 농촌 사회의 전통적 공동체인 '미르(Mir)'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사회 건설을 꿈꿨다. 그러나 지식인 운동이라는 근본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농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미국의 국민당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누진소득세, 상원의원 직선제, 교통 및 통신에 대한 정부 규제, 거대 기업 간 담합 금지조치를 주장했다. 남부 농민들이 주축이 된 국민당은 기업가, 은행가, 대지주의 대척점에 서서 소농 지주와 숙련 노동자들의 권익을 찾으려 했다. 국민당은 20년도 안 돼 해체되고 말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뒷날 민주당의 강령으로 흡수됐고 현재는 모두 실현됐다. 국민 다수의 권익을 증진시킨다는 민주주의의 정신에서 보면 당시의 포퓰리즘은 후일 민주주의로 완성된 셈이다. 포퓰리즘이 우리에게 부정적 의미로 각인된 것은 남미 때문이다.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과 그의 두 부인 에바와 이사벨은 노동자와 빈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명분으로 대책 없이 국고를 탕진해 결국 아르헨티나 경제를 망가뜨렸다. 역사상 소득 분배와 산업화가 가장 활발한 시기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페론 정권은 결국 후대에 국민을 위한 복지 확대를 포퓰리즘이란 이름으로 비난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일제 강점기 러시아의 나로드니키운동을 모방했던 '브나로드' 운동이 시초로 거론되기도 한다. 이후 포퓰리즘이 본격적으로 특정 정치나 정책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사용된 것은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당선자가 출연한 KBS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조선일보 류근일 논설위원이 쓴 칼럼에서다. 당시 칼럼은 포퓰리즘을 일종의 대중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인의 이미지 전략이라는 의미로 규정했다. ◇ 오·남용되는 포퓰리즘 포퓰리즘이 그 본래 뜻으로 봤을 때 '대중 지향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면 정치인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망정 모두 포퓰리즘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논의의 폭을 좁혀 포퓰리즘을 부정적인 의미에 국한해서 본다면 어떨까. 포퓰리스트라고 공격받아 마땅한 정치인이라면 그는 바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데만 급급해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자'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부정적인 의미의 포퓰리즘을 가름할 잣대는 정책의 '현실성' 또는 '경제적 합리성' 여부가 된다. 어떤 정치인이 TV 방송에 출연해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려면 대학 등록금을 현재의 절반으로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그를 '포퓰리스트'라고 공격한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가 만약 재원 마련을 위해 세제 개편안을 들고 나왔다면 상황은 다르다. 일단은 그가 제시한 방안의 실현 가능한 것인지, 올바른 방향인지 등을 놓고 논쟁을 벌여야 옳다. 그 논쟁이 바로 정치인들이 벌이는 당당한 '정책 대결'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일단 상대방에 대해 '포퓰리스트'라는 낙인부터 찍는다. 대중이 원하는 정치나 정책은 어느새 '포퓰리즘'의 누명 아래 그 타당성에 대한 논의 자체는 가려지기 일쑤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선거 시즌이 되니 여야 구분없이 국민 표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에서 먼저 정책을 내는 사람한테 포퓰리즘이라고 욕하고 못 내면 못 낸 아쉬움으로 포퓰리즘이라고 욕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이광재 사무총장도 "친서민 복지 정책에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대중 정치에 익숙하지 못한 기성 정치인들이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모으는 정치인들을 포퓰리즘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민에게 필요하고 지지를 받는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아가거나 이념적 대결구도에 활용하는 모습은 심각하다. 지난 총선 때 이미 여야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 문제가 대표적이다. 등록금 인하는 방법상의 문제가 남았을 뿐 그 자체는 이미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진 사안이다. 여당은 2014년까지 총 6조8천억원의 재정과 1조5천억원의 대학장학금을 투입해 등록금을 30% 이상 인하는 방안을 내놨고, 야당은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철회하면 필요한 재원 4조5천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학 등록금 절반을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하고 정부가 40%, 대학이 10%를 담당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재원 마련에 대한 상대방 방안의 허점을 찾아 비판하며 최선책을 이끌어내는 것은 건설적인 논쟁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와 정부 정책을 다짜고짜 소위 '복지 포퓰리즘'으로 모는 것은 문제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다. 찬반 여부를 떠나 무상급식은 예산 논쟁이다. 우리나라 예산 300조원 중 복지에 어떤 돈을 쓸 것인가가 논쟁의 초점이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쪽은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보건시설 개선 비용, 과학실험실 현대화 지원비, 저소득층 급식비 등을 전액 또는 부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편은 각종 토목.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줄이면 무상급식 시행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논쟁은 있는 돈을 복지에 쓸 것인가, 개발에 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여기에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끼어들 틈은 없다. 한국조세연구원의 라영재 교수는 "경제적 합리성과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포퓰리즘과 그렇지 않은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며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려면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의 포퓰지즘 용어 사용은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의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포퓰리즘 공격'의 가장 큰 폐해는 상대방의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논쟁이나 검증을 정치적 레토릭으로 매몰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선동정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이광재 사무총장은 "포퓰리즘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붕괴하는 위기에 몰린 구식 정치인들이 당황한 것이 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생활정치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급격히 높아졌고, 기술의 발전으로 유권자의 참여수단이 넓혀지자 이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존 정치권이 생활밀착형 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일단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포퓰리즘 공격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됐던 여의도 중심의 엘리트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인기있는 정치인의 등장을 경계하기 위해 꺼내 든 수법"이라며 "정치인이 대중에게 인기있는 게 무턱대고 나쁠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포퓰리즘의 오·남용으로 '대중정치인=선동적=인기영합'이라는 왜곡된 도식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정치인은 국민을 외면한 채 여의도의 파워게임에 갇힌 이른바 엘리트 정치세력에 의해 '선동꾼'이라고 매도된다. 이 사무총장은 "경제적 타당성과 실효성엔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뭐든지 다해주겠다'는 식의 만연한 거짓정치와 포퓰리즘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포퓰리즘의 구분 그렇다면 일반적인 의미의 포퓰리즘과는 다른, 비난받아 마땅한 거짓정치는 어떤 것일까? 선거공약을 전문적으로 검증해 온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도움을 받아 18대 총선과 5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나온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선심성 공약을 골라봤다. 3년 전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 중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지역구에 경전철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이 유독 많았다. 공약대로라면 현재 경전철은 서울시내에만 21개선, 경기도에 5개선, 부산과 충남에 각각 2개선, 대구와 강원에 1개 선씩 놓여져야 한다. 모노레일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한 국회의원도 4명이나 됐다. 하지만 이들 공약은 18대 국회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예산 문제, 채산성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흐지부지됐다. 아파트 단지 안에 쉼터를 만들거나 지역구내 사거리에서 좌회전이 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국회의원도 있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측은 "이런 공약은 국회의원이 모종의 '영향력'을 발휘해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기초의회의원이나 할 황당한 공약"이라며 "전형적으로 지역민의 표를 얻고자 위치를 망각하고 민원을 들어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비군훈련장 왕복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겠다는 공약을 했던 경기도 A시장은 당선 뒤 "예비군훈련은 중앙정부의 사무로 국방부에 건의하겠다"고 발뺌했다. 경기도 B시장은 선거 때 "지하철 4호선을 지하화하고 세계적인 센트럴파크를 조성하겠다"고 했다가 시장이 되고 나선 "재원조달이 불투명하다"며 약속을 어겼다. 인천 C구청장은 도시형 보건소를 설치하고 아동 주치의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선거 뒤엔 "(알고보니) 의료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변명했다. 충북 D군수는 노인전문병원을 유치하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했지만 선거 이후 "보건복지가족부 지침상 노인병원이 1곳 이상 있으면 지원대상이 아니어서 유치가 어렵다"고 했다. D군엔 이미 노인전문병원이 2곳이나 있었던 터였다. 전남 E시장 역시 실버타운 유치를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당선 뒤엔 슬그머니 "실버타운을 세워도 입주할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경기도 F시장은 지역구에 종합대학교 캠퍼스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선거 뒤에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입학정원 50명 이하의 소규모 대학 외엔 대학교를 신설할 수 없고 수도권의 기존 대학교를 이전하려니 학교부지 무상공급 등 요구를 수용할 수 없더라"라며 공약을 뒤집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표가 당장 급하다 보니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이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으로 일단 내세우는 일이 빈번하다"며 "이런 것이야말로 인기영합적인 거짓정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 포퓰리즘은 정치·사회의 변방에 떠도는 전략적 수사일 뿐일까?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대중영합적 정치 전술이라는 부정적 의미에 가려져 있지만 포퓰리즘의 기본 뜻은 '대중을 위한 정치'다. 한국 정치권에서 이처럼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포퓰리즘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긍정적 뜻으로도 이해되기도 한다. 많지는 않지만 포퓰리즘으로 성격이 규정된 정치가가 성공한 예도 찾을 수 있다. ▷ 개혁 정책의 추진력 포퓰리즘은 경제적 위기상황을 타파하거나 기성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의 지지 속에 꽃이 핀다. 포퓰리즘의 폐해로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인물은 1950년대 빈민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펴다 인기를 얻었지만 아르헨티나 경제를 파탄에 몰고 간 후안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다. 이는 국내에도 언론과 서적을 통해 '에바주의'로 널리 알려졌고 이는 포퓰리즘이 오명을 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는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성공한 정치인으로 추앙받는다. 빈민 출신에 저학력자로 기득권층이 아닌 그는 퇴임 시 지지율이 80%로, 한국의 잣대로 보면 대중에 영합한 포퓰리스트다. 그의 포퓰리즘 정책은 한 가족의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가 현금을 주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정책으로 대표된다. 당시 이 같은 소득 보조 정책은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선심성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 빈곤층이 5천만명이고 5분마다 어린이 한 명이 기아로 죽는 상황에서 룰라는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무릅쓰고 '극약 처방'이 필요했던 터였다. 에바가 돈을 싣고 다니며 빈곤층에 뿌린 것과 달리 룰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극복, 공무원 연금제도 개편, 외화보유액 확대, 계층 간 합의 도출, 조건부 빈곤층 지원 등 개혁 정책을 임기 내내 밀어붙였다. 브라질의 빈곤율(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율)은 34%에서 22%까지 떨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집권 전 3.4%에서 7.5%까지 올랐다. 서울대 브라질 연구센터 박원복 소장은 "룰라는 특정 정당, 개인, 계층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된 포퓰리즘과 다르다"고 분석했다.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임소라 연구원 "룰라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서민 복지 정책을 동시에 성공시켜 국민적 인기를 얻게 됐다"며 "이런 대중의 인기가 개혁 정책을 성공시키는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도 포퓰리스트로선 성공한 축에 꼽힌다. 고이즈미는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개혁 정책을 펴는 자신을 선, 반대하는 기득권층을 악으로 모는 등 포퓰리스트의 전형을 보였다. 하지만 퇴임 때 50%가 넘는 이례적 지지율에서 보듯 그의 포퓰리즘은 일본인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 일본 국민은 정치인이 이권을 표와 돈으로 거래하는 구태에 대해 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이즈미는 2001년 총리 취임 때부터 자신이 속한 자민당 파벌 정치를 타파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정치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우정국을 민영화하는 등 기존의 총리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인기를 얻었다. 서울대 국제학대학원 박철희 교수는 "고이즈미의 포퓰리즘은 기득권 타파라는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었고 이는 일본 국민에 어필했다"며 "한국에서 포퓰리즘은 무엇을 바꾸자는 지 목표가 확실치 않고 인기영합적인 면만 있다"고 지적했다. 2002년 극에 달했던 서유럽의 우파 포퓰리즘은 대부분의 포퓰리스트가 정치의 변방에 잠시 머무르다 사라진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견고한 지지를 받는 사례다.우파 포퓰리즘이 극우주의, 보수주의와 경계가 불분명한 측면도 있긴 하지만 이 가운데 노르웨이 진보당은 유럽에서 가장 성공적인 우파 포퓰리즘 정당으로 평가받는다. 1972년 창당한 진보당은 이듬해 선거에서 5%의 지지율로 의회에 입성한 뒤 2005년 22.1%(38석)까지 자리를 늘렸다. 통상 포퓰리즘이 소외계층에 기댄 것과 달리 이 당은 세금이 많다고 느끼는 부유층과 이민자에게 자리를 내준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순혈주의적 노동자층을 주로 파고들었다. 세금인하, 국유재산의 민영화, 범죄에 대한 엄격한 형사처벌, 이민규정 강화, 후진국 개발 원조 중단 등이 주요 강령이다. 서유럽이 복지 수준만큼 세금이 높고 이슬람계 이민자가 급증하는 데 따른 위기감을 정당의 지지 기반으로 적절히 이용한 예다. 특히 실업률 상승과 경제적 불평등에 기존 정당이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르웨이의 막대한 석유기금을 외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지 말고 학교, 보건시설, 휘발유 보조금 등 복지정책에 쓰자는 주장이 대중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 기존 정당이 진보당의 정책을 일부 차용한 것은 대중적 지지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의 포퓰리즘의 가능성 그렇다면 한국에서 포퓰리즘이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창수 경희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포퓰리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지금처럼 국민의 참여가 강화하는 상황에서 다수 대중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올바른 정책을 유도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며 "동남권 신공항 건설도 예전 같으면 지역표를 의식해 그대로 지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관료들이 포퓰리즘을 자주 언급하는데 이는 '내가 대중보다는 엘리트다'라는 인식이 깔렸다"며 "이는 상당한 착각으로, 특정 집단이 관료와 결탁하는 구태를 포퓰리즘이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국민이 정책 결정에 더 쉽게, 집단적으로 참여하게 되면 정치인 역시 '인기도'를 고려해야 해 예전처럼 민의를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게 정 교수의 전망이다. ‘포퓰리즘'의 저자인 서영훈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포퓰리즘은 엘리트 중심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소외된 다수 대중을 향한 연민의 정이 출발점”라며 "감성적 선동성을 배제한다면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라영재 한국조세연구원 교수는 "무분별하게 포퓰리즘으로 싸잡아 비판해버리면 취약계층은 자신을 위한 복지정책인데도 이를 모르고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엘리트주의가 판치는 한국에서 국민의 의견을 듣는 포퓰리즘이 나쁜가"라고 지적했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선거나 이념적 대결에 휘말려 선심성 정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선 안 된다"며 "포퓰리즘 논쟁이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복지정책의 대안을 논의하는 발전적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치인이 내놓는 정책의 내용, 목적, 실현가능성을 분별하는 유권자와 시민사회의 노력과 냉철한 관심이 포퓰리즘이 '인기영합'으로 왜곡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7기 이창재 기자 참조 : 연합뉴스 <포퓰리즘 바로보자> ①, ②, ③ 2011년 7월 11일 위키백과 한국일보 <포퓰리즘은 죄가 없다> 이준희 논설위원 2011년 6월 30일

Mon Aug 29 2011 04:36: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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