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해외통신

[민초인의 영국유학기6] 지식과 문화의 도시 런던, 그 ‘원초적’ 이유는?

신동민

한국에서는 한껏 장마전선이 비를 뿌려대고, 이를 밀어낸 북태평양 고기압이 폭염을 몰고 올 7월. 런던에도 7월 내내 ‘기승을 부릴’ 세력이 찾아온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이다. 요즈음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등, 런던의 문화시설을 찾아보면, 겨울과 봄 때보다는 한껏 관람객이 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늘어난 관람객들이 쓰는 언어를 유심히 들어보면, 영어가 아닌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이 영국의 대표 화가 컨스터블의 풍경화 앞뒤에서, 그리고 영국이 ‘뜯어온’ 그리스 신전 석벽 앞뒤에서 쉬이 들리는 것을 보면, 런던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이들 문화시설을 방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왜 짧은 여행기간 동안 배낭족들은 피곤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따분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는 박물관을, 갤러리를 굳이 찾는 것일까? 더 나아가 100년전 대영제국 시절에 비해서 하루가 다르게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은 왜 아직도 문화와 지식의 도시로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있을까? 수많은 이유 중에서 한 가지 원초적인 요인에 집중해본다. 그것은 바로, 런던에서 문화와 지식을 즐기기가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롱디’ 연애가 아닌 런던 우문으로 시작해보자. 만남을 지속할수록 피곤해질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상대방과 나의 사는 곳간의 거리다. 화염에 불타는 연애 초반에야 내 집이 일산이어도 분당에 사는 여친을 데려다준다고 해도, 시간이 갈수록 오렌짓빛 3호선 끝과 끝을 오가는 내가 누군가 올림픽대로 시점과 자유로 종점 사이, 여기는 어딘가 하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둘 다 편리한 곳에서 만난다 해도 집에 갈 걱정을 해야하니, 그 걱정의 크기만큼 반비례해서 사랑을 나눌 시간이 줄어듬은 모든 장거리 연애 커플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분당으로 오면 되지”라고 철없는 외치는 여친에 말에 차마 너무 멀다는 말은 못하겠고, 그렇다고 서현을 가자니 피곤함과 짜증이 호수공원에 용솟음 치는 이 괴로운 현실. ‘롱디’ 앞에서 비교대상 서울을 보자. 서울에도 알고 보면 런던에 버금갈 만큼 수많은 문화시설이 있다. 테이트 모던과 같은 국립현대 미술관도 있고, 대영박물관에 해당하는 국립중앙박물관도 있다. 코벤트 가든, 옥스퍼드 서커스, 빅토리아 역 주변에 산재해 있는 오페라 하우스 각종 뮤지컬, 연극 극장도 서울에 다수 있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영국 임페리얼 워뮤지엄에 상응하는 전쟁박물관도 있다. 물론 그 컨텐츠의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보면 서울도 런던에 뒤지지 않는 문화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이들 시설을 자주 찾는 사람을 보았는가? 서울에 관광와서 이들 문화시설을 투어하는 외국인들을 본 적이 있는가? ‘난타’처럼 관광코스로 자리잡은 일부 공연을 제외하고는, 애써 시간을 내서 서울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외국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다시말하면, 서울의 문화 인프라는 런던의 그것만큼 관광자원으로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런던 중심부 지도, 주요 문화시설은 모두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반경안에 있다> 런던의 대부분 문화시설은 걸어서 여러 곳을 돌아볼 수 있는 반경 안에 있다.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 트라팔가 광장에서 좌우측으로 5분만 가도 뮤지컬 극장 수개를 볼 수 있다. 현대미술의 보고 테이트 모던도 넉넉잡아 내서널 갤러리에서 30분이면 도보로 닿는다. 조금 멀다하는 러셀스퀘어의 대영박물관도 또 모두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런던 어디에서는지 이들 문화시설에 한시간이면 이들 시설에 닿을 수 있다. 이에 반해 서울은 어떤가? 4대문 안에, 용산에, 강남에 중구난방이다. 또 역에서 내려서 최대한 5분안에 닿을 수 있는 영국의 문화시설에 비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남산 국립극장을 가보았는가? 택시를 타지 않는 이상 등산을 수반한다. 대중교통을 타고는 짜증나서 공연보러 가기가 싫어진다. 오후에 경복궁을 둘러보고는 저녁때 LG아트홀에서 공연을 보려면 뒷날 몰려올 피곤함을 감수해야 한다. 접근성의 힘 관광객의 필수코스라는 대영박물관의 경우, 전시물을 놓고 수준을 놓고 보면 기실 그렇게 특별한 것도 없다. 전시된 미이라의 숫자나 질은 이집트 박물관의 그것에 비하면 볼 것도 없다. 아시아관에 있는 중국 자기들은 인사동 고물상에 널려있는 것과 그렇게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오전에 대영박물관을 보고, 홀본에서 점심을 먹은후, 오후에 내셔널 갤러리를 본 후, 레스터 스퀘어에서 저녁을 먹고 코벤트 가든에서 뮤지컬을 보는 관광객은 많다. 이들 모두가 관광객들이 짧은 여행기간동안 쉬이 돌아볼 수 있는 반경안에 놓여있다는 이유에서 하나의 훌륭한 관광코스를 구성하고 있다. <밀리터리 밸런스 발간으로 유명한 IISS>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런던의 접근성은 런던의 쇠락하는 위상을 상쇄할 만큼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영국은 더 이상 국제정치를 선도하는 국가가 아니다. 런던은 소위 ‘G-2'로 불리는 21세기의 양강 미국과 중국에서 이슈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다. 세계를 움직이는 주요결정은 이제 더 이상 런던이 아닌, 워싱턴과 베이징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영국 대학의 국제정치학 내용은 그렇게 큰 국제조류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람의 입장에 영국의 국제정치는 다소 ‘촌스럽기’까지 하다. 아직까지도 세상이 그리니치 천문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부 영국친구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서의 국제정치 공부는 매력적이다. 왜냐? 런던정경대와 킹스컬리지를 중심으로, 도보 반경 20분안에 영국소재 주요 씽크탱크들이 모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80년전통의 영국왕립연구소(RUSI), 채텀 하우스(Chatham House), 매년 밀리터리 밸런스를 펴내는 IISS 등, 유수 연구기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국제정세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다고 서적이 발간된다. 주요 정부기관이 있는 화이트홀도 그 반경안에 있어서, 영국대학, 연구기관, 정부인사 간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히 민관학이 모두 모여 대화를 하는 세미나의 수준이 학계의 답답함과 실무의 근시안을 넘어서게 된다.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다소 아쉬운 한국 이 점에서 한국은 다소 아쉽다. 외교부만 해도, 본부 청사는 광화문에, 주요 연구기관인 외교안보연구원과 세종연구소는 강남에 위치해있다. 통일연구원도 멀고, 주요 대학교도 멀다. 마음먹지 않는 한, 인적, 지적 교류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고위직이 아닌 이상, 외교부의 실무 서기관, 연구기관과 대학의 교수와 연구원이 그리고 학생이 쉬이 만나기 어렵다. 물리적으로 실과 학이 분리되기 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영국의 유수 기관들이 몰려있는 이유는, 의도하지 않은 순효과일 수도 있다. 이들 기관이 차량이 아닌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 세워졌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서 세워지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는 어쨌든, 영국의 ‘함께 하기 피곤하지 않다’는 점은 문화에서나, 지식의 영역에서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영역간의 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고가고 있는 요즈음, 런던의 접근성은 생각해볼만 한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 ‘복합’ 논의가 단순한 프로파간다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면 말이다. 민초 3기 신동민

Thu Jun 30 2011 23:36: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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