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해외통신

신동민

[민초인의 영국유학기2] 런던, 그 소소한 즐거움의 가치

Tue Oct 26 2010 13:1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민초인의 영국유학기2] 런던, 그 소소한 즐거움의 가치제목을 고민하다가 붙인 형용사, '소소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런던 생활의 즐거움을 표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단어였다는 생각이 든다. "작고 대수롭지 않음"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데, 제목의 '즐거움'이라는 긍정적 의미의 피수식어가 보여주듯이, 런던 생활의 부정적인 측면(많기는 하다)을 언급하려 했던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소하다"라는 단어의 소리가 다소 귀엽게 느껴지며, 그 발음안에 약간의 순진함과 사심없어 보이는 태도가 들어있다고 전적으로 '주관적'으로 판단되기에, 사전적 의미에는 적합하지 않으나, 런던 생활 3개월째의 즐거움을 정의하는 형용사로 감히 사용해보도록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부정적 뉘앙스를 털어내고, 단어의 외형과 발음이 가져다주는 긍정의 이미지를 살려본다면, 런던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이란, "분주함과 번잡함 속에서 무엇인가 강력한 자극이나 큰 사건에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일상속에 자연히 묻어 있어서 쉽게 지나치기 쉬우나, 여유를 갖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소한 것에서조차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쉽게 비유를 해보자. 나이 30줄에(그러나 아직 분명히 20대) 걸그룹을 논하는 것은 다소 주책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에서의 소소함을걸그룹에 비유하자면, 요새 나오는 빠른 템포의 자극적 안무의 전투적 걸그룹들 속에서, 마치 10년전 핑클의 초창기 비디오 클립을 돌려보면 다소 촌스럽지만 과거의 추억이 더해지면서 조금은정겨운 느낌이 드는 것,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클럽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는 런던처럼 젊음의 밤문화(?)가 발달한 곳도 없다고는 하지만, 일단 그런류의 즐거움은 빼어놓는다면, 런던은 소소한 재미로 그득한공간임에 틀림없다. 곳곳에 이야기 거리가지금 영국하면, 과거의 영광의 역사와는 달리, 그렇게 소위 '잘 나가는 국가'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기실이 그렇긴 하다. 멀게는 1937년 뮌헨 협정의 어리석음으로 2차대전의 참화를 촉발한 것도 당시 영국의 리더십이었으며, 전후에는 세계 지도국가의 지위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미국에 내어 주어 버리기도 했다.80년대 '철의 여인' 대처의 개혁 속에서 오히려 우리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영국의 비효율적인 복지제도와 고집스러운 노동조합이었다. 90년대 젊은 토니 블레어의 등장으로 늙은 옛날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듯 했으나, 아프간전이나 이라크전을 통해 드러난 과도한 대미 경사경향(물론 블레어의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는 논자도 있다)은, 과연 영국은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와 같을 외국인에게서, 그리고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짙은 회의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올해 등장한 캐머런 보수 연립정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교육과 복지, 그리고 약 20여년만에 처음으로 심지어 국방부분 예산까지 감액한다고 하니, 과거 제국의 시대를 뒤로한 오늘날 영국의 모습은 조금은 초라해보이기 그지없다. 특히 대영제국이 150여년전 열어젖혔던 중국이 최근 환율전쟁 국면에서 세계적 영향력 발휘하고 있는 것을돌아보면 말이다. <토니 블레어를 비판하는 시위 포스터, 노동당 10년은 잃어버린 시기였을까?,> 런던의 첫인상도 마찬가지다. 실망스러우면서도 놀라웠던 것은,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으며, '리보(Libor)'금리라는 말이 아직 통용되고 있듯이 그래도 아직은 세계 금융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런던이, 서울에 비하면 외면상 다소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런던 중심부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 단일 건물로 1666년 런던대화재 이후 재건축된 17세기의 생폴(St.Paul) 성당이 제일 크게 느껴질 정도다. 밤의 런던은 화려한 서울의 그것에 비하면 은은한 기운이 도는 것이 오히려 한국의 지방 중소도시에 온 것처럼 한적감이 든다. 물론 피카딜리 및 옥스퍼드 서커스에는 관광객과 젊음의 열기가 그득하지만, 서울 명동, 강남의 질척거림에 비하면 다소 귀여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영국 혹은런던시 당국의 정책 때문인지, 혹은 재개발을 하려야 할수도 없는 런던의 비싼 자산가치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런던 중심부는, 우리의 기억속에 급속한 성장의 시기로 남아있는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을 그렇게 많이는 경험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2차대전 후 영국의 상대적 쇠퇴를 보여주듯이 말이다.그러나 아이러니 한 점은, 이렇게 세계사의 조류와 조금은 유리되었던 것이 오히려 오늘날 런던의 소소한 즐거움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1860년대에 만들어진 다리 '블랙프라이어스(Black friars)' 우리 같으면 통행금지 상태에 있어야겠지만, 여기서는 매일 등하교길에 뛰어다니는 다리 중 하나일 뿐이다. 서덕(Southwalk)과 스트랜드(strand)를 잇는, 우리나라로 치면 흥선대원군 집권 시절 만들어진 이 다리 아래에는 당시 다리건설의 기법과 준공식날 빅토리아 여왕이 참석했던 모습을 스케지해 놓은 벽화가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케 한다. 학생 신분에 다소 저렴한 가격에 영국 실내악(chamber music)을 접할 수 있는 런던 북부의 위그모어홀은(Wigmore Hall) 지난 100년간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연주자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에는 셜록 홈즈가, 화이트홀(Whitehall) 근처에는 2차대전 전시내각을 이끌었던 처칠의 흔적이 남아있다. 제국전쟁 박물관(Imperial War museum)에서는 양차대전과 전간기의 수많은 눈물과 인간의 어리석음이 박물관을 돌아보는 내내 하나의 활동사진처럼 머리속에 전개된다. 학교 근처의 공원, 등하교길의 거리, 배아파 화장실 들른 건물 하나하나가 별 이변이 없는한(?)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니, 그 안에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역사가 그리고 추억이 살아 숨쉰다. 그리고 그 안영국사람들의 삶과 영광과 영욕의 역사가덧대어 지면서, 더 흥미롭고 생생한 스토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등하교길 다리인, 150여년된 블랙 프라이어스> 조금은 아쉬운 우리의 모습 물론 이렇게 과거가 온전히 일상으로 남아있는 모두 좋은 것이라고는 할수는 없다. 많이 바꾸고 개혁했다고는 해도, 외국인인이 느끼기에 영국이 아직도 느리고도 불필요한 절차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일컫어지는, 현대 역사상 최단시간에 최대한의 경제적 성장을 달성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인지 그 간극은 더 크게 다가온다.현금카드를 신청해서 수령하기까지 일주일을 참았는데, 비밀번호를 받는데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하는 그 이해할 수 없는 작태앞에서 "이게 해오는 절차야"라고 말하는 은행직원의 미소를 보면서 멱살잡이의 충동을 느낀다. 1분에 1미터 전진하기도 힘든 버스 안에서 속을 태우고 있는데 그 앞을 안방드나들듯이 무단횡단 해주시는 보행자들을 보면, 버스 갈 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작지만 너무나도 큰' 자전거 한대를 앞에 두면, 도대체 런던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한국 같았으면,이미 길을 넓히고,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함 뒤에서도 서울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우리는 알지못했는데 헌법재판소 판관들은 알고 계셨던, 관습헌법상 수도, 서울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 중심부에 그러한 긴시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최신식의 시설과 건물이 재빠르게 들어서고는 있지만,그 안에 그 시간의 깊이에 맞는 이야기거리가 흐르고 있는 것인지 알수가 없기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일 오갔던 청계천과 광화문 광장에서 과거그 공간과 부대끼며 살아갔던 수많은 장삼이사의 울고 웃음, 그리고 정취를 느낄 수는 없었던듯하다.청계천 한 다리의 이름을 두고 말이 많은 듯 한데, 기실중요한 것은그 다리가 실상 '전태일'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들 그의 고단한 삶과 질곡의 한극 현대사가결코떠오르지는 않는 모습과 환경을 지니고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닮았지만, 모든 것들이 과거와는 전혀다른, 생소한 것들도 '창작''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모든 것이 더 크고 더 좋은 것으로 재'개발'되고 있는 서울의 모습과 우리의 삶은, 오래된 런던이 담아내고 있는"소소한 즐거움'과는 종류가 다른 그것을 찾아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사람들의 역치가 오를만큼 올라가 점점더 자극적이고, 점점더 기상천외한 것을 추구해야만, 대중의 이목을 끌수 있는 요즈음 걸그룹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 원인은 어쩌면 우리에게서...... 물론 이런 과거와의 단절은 어쩌면 우리가 원하지 않았는데 맞게된 결과인 것일수도 있다. 식민지와 한국전쟁이라는 수난의 근대사를 겪은 한국은 그당시 제국의 시대를 구가하던 영국과는 달리,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었을테니까. 그리고 그러한 파괴와 재창조의 과정 속에서 과거 세계의 중심, 런던보다 더욱 크고 화려한 도시를 건설해내고, 이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분명 존중받아야놀라운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일신(日新)하고 있는 서울의 외형은 오히려 도시 삶의 주인이 되어야할우리들을이윤 창출과 빠른 변화의 굴레로만 오히려 내몰고 있는 것은,더 나아가 그 과정 속에서 우리도 스스로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아닌지. <생폴(St. Paul) 성당과 밀레니엄 브릿지, 그리고 탬즈강> 별 것이 아닌데도 이야깃거리를 품고 있는 동상 하나를 두고 감탄하며 그 안에서 서로간의 견해를 자유롭게 나누는 모습. 과거 제국의 습성에서 오는 오지랖일수도 있지만, 자국과는 별 관계도 없는 북한문제나 질곡의 한국사를 두고 왠만한 영국인 장삼이사도 쉽게 기십분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사회 전반에 자리잡은지적 호기심. 빅토리아 시대때 모습과 역사가 아직까지도 살아 숨쉬고, 그 안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점쳘된지나간 옛제국에서의삶은 어쩌면 달려만 가는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스치는 작은 것들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때 더욱 풍성한 인생을 살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천년 새로지었다는 밀레니엄 브릿지가 묘하게 300년전에 지은 정면 생폴과 어우러지며 우리의 단절된 창조물들과는 사뭇 다른결과를 가져다내는 모습에서, 그간 잊고 지냈던 소소한 즐거움의 가치를 재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초 3기 졸업생 신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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