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해외통신

신동민

[민초인의 런던유학기 5] 유럽 평화의 기수는, 저가항공?

Tue May 03 2011 02:06: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4월말 세계는 또한 번 옛 제국 영국에 집중했다. 약간은 탈모인 듯 보였으나 멋있는 왕자 윌리엄과 지적인 매력이 있는 케이트 미들턴의 82년생 동갑내기 결혼식, 이름도 찬란한 ‘로열 웨딩’이 거행된 것. 비록 세월이 많이 흘러 세상이 많이 변했고, 세계에서의 영국의 위상도 떨어지는 파운드화 가치만큼이나 30년전보다는 실추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결혼식을 통해 드러난 영국 왕가의 전통과 위엄은 1981년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편 이에 부응해서 영국왕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모습이다.윌리엄은 (흥미로운 점은 일반 영국 친구들도 윌리엄 왕자, 즉 'Prince William'이 아닌 동네 친구 부르듯 ‘윌리엄’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필자와 동갑이므로 본인도 윌리엄이라고 한번 친한 척으로 해보도록 한다. 난 탈모는 아니니까) 결혼을 통해서 윈저(Windsor)왕가의 ‘케임브릿지 공(Duke of Cambridge)'라는 작위를 받았고, 그의 부인 케이트는 이제 케임브릿지 공작부인으로서 왕가의 일원이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현 영국왕가가 원래는 ‘작센코부르크’라는 독일식 명칭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1914년 1차대전 발발로 영국내에서 반독일 감정이 거세지자, 이를 윈저라는 영국식이름으로 개명한다. 그렇게 보면 오늘날 윌리엄과 케이트의 결혼식에도 영국과 독일의 갈등과 같은, 전쟁과 반목으로 얼룩졌던 유럽 근대국제정치의 흔적이 남아있다고도 할 수 있다. 유럽, 그 흥미로운 국제정치 2010년 천안함, 연평도 북한 도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도 한반도에는 냉전의 국제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60여년전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또 그 60여년간 많은 충돌이 있었으며, 그 60여년 후에도 그 지리한 갈등은 끝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할아버지 세대도, 아버지 세대도 젊은이 세대도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뉴스에는 일단 귀를 기울이고 보는, 한국인 특유의'관성'이 형성된 듯 보인다. 지금은 평화의 땅인듯 보이는 유럽도 불과 70여년전에는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많은 것들이 파괴되었던, 그야말로 비극의 땅이었다. 돌려 말하면, 지금 영국의 할아버지 세대는 1,2차대전에 참전했었고, 그 아들세대는 그 아버지와 어머니를 전쟁 때문에 잃었을 수도 있으며, 그 집안의 이야기를 지금 아들세대는 듣고 자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비록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그것과는 현 정치상황을 크게 상이하지만, 유럽에서도서로 죽이고 죽였던, ‘기억의 정치’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살아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우리와 같이 말이다.?이 한국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물어보고 살펴본 유럽의 국제정치는 놀랍게도 기억은 기억으로만 끝나고 있는 모습을다수 보였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영국인 너네는 아직도 독일에 대한 적개념을 가지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답은 ‘No'였다. 비록 과거 역사와 관련한 농담을 주고 받지는 하지만 2차대전 추축국 이태리인이 영국의 대학에서 영국인을 상대로 전쟁학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 수업이 끝나곤 영국인 웨인과 독일인 한스는 스트랜드 거리의 영국 펍에서 함께 러시아 보드카를 한잔 들이키는 것이다. 비록 그 실체가 무엇인지 그들 스스로도 논란에 휩싸여있는 듯 보이지만, 영국인이건, 독일인이건, 이태리인이건, 프랑스인이건, 그들은 미국이나 아시아인에 대해서 ‘유럽인’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있는 듯 보인다. 사람이 오가야 평화가 싹트지 그간 수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현재진행형인 유럽의 물리적, 정치적 통합에 대해서 기능주의(functionalism)이다, 신기능주의(neo-functionalism)라는 등, 복잡한 이론을 통해서 그 원인을 논해왔지만, 유럽의 한쪽 변방 영국에서 근 1년간 유럽을 관찰한 냉전의 마지막 유물 한반도 출신의 한 젊은이의 눈에는, 그것이 단순하게 보였다. 초등학생식의 셈법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오가니 서로 이해하고 친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유럽에는 사실상 국경이 없어 보인다. ‘미합중국(United States)’의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의 각각 주(state)의 관계처럼, 유럽의 각 국가들이 유럽연합(European Union) 속에서 마치 하나의 주처럼 기능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국 영국주, 프랑스 주처럼 말이다.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넘어서, 사람들간의 이동도 질적으로 자유롭고 양적으로 넘쳐난다. 이러한 교통인프라는 유럽전역을 샅샅이 연결하는 저가항공이 제공하고 있다. 이지젯, 라이언 에어, 에어베를린, 위즈에어, 에어모나키......등등 넘쳐나는 저가항공으로 유럽 각 도시에서 도시는 일일, 아니 반일생활권 반경안에 있다. 아침 먹고 런던을 나서서, 점심을 마드리드의 씨에스타와 즐길 수 있으며, 기분 꿀꿀하면 저녁에 빠리에서 와인을 한잘 할 수 있다. 물론 미리 표를 사놓아야한다는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여정은 대략 15만원선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편수도 넘쳐난다. 런던과 빠리는 서울과 대전도 아닐진대, 거의 매 한시간마다 비행기가 있다. 이 때문에 저가항공이 주로 취항하는 런던외각의 스텐스테드, 루턴 공항등은 국제공항이 아닌, 마치 우리나라의 고속터미널을 보는 듯 하다. <이지젯의 교통망, 거의 전 유럽으로 발착한다> 전통적으로 시끄러운 발칸 땅에도 저가항공은 날아간다. 90년대말 분쟁의 땅 코소보도 이지젯을 타면 3~4시간이면 가볼 수 있다. 영국사람과 세르비아 사람, 코소보 사람 모두 한데 뒤엉킬 수 있는 루트가 열려있는 것이다.이렇게 보면 저가항공은 마치 유럽국가와 주요도시들을 있어, 유럽이라는 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주요한 링크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여기에 유럽연합인 간에는 무비자로 입출국이 가능하며, 웬만한 유러피안은 간단하게 영어로 상호간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벽해제가 저가항공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비행을 더욱 가속화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오고갈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으니, 유럽 각국 사람들간의 접촉도 많아지고, 상호 의사소통도 기회도 확충되는 것이 아닐까. 비록 과거에 안좋은 일이 있었더라도, 자주 친한 친구의 얼굴을 보니, 과거는 과거로 남고, 오늘은 즐거워보자 라는 이른바 단순화한 평화의 원리 유럽 대륙에 꽃을 피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영국의 수도일뿐 아니라 유럽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는 런던> 이지 서울, 라이언 평양 많은 사람들이 유럽과 동아시아의 국제정치는 다르다고들 한다. 유럽이 통합의 길을 가기 쉬운 환경이라면, 동아시아는 국가간 갈등과 반목이 지속될 수 이는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구조적인 갈등 가능성에 눌려서 우리 스스로 동아시아의 평화를 싹틔울 수 있는상상력을 거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비행기가 김포-하네다를, 인천-베이징을 오고가지만, 사실상 그 접근성은 런던-마드리드에 비해서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는 언어가 다르다는 심리적 장벽이 체제가 다르다는 정치적 장벽이 그 물리적 거리를 더욱 멀게한다. 이를 고려할 때, 보다 더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낮은 단계에서 평화의 싹을 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커지는 것이 아닐까? 양국 정상이 손을 잡고 알기 어려운 정상회담문을 신나게 발표하시는 것보다 동아시아판 이지젯, 라이언에어가 생겨서 보다 싼가격에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것이 동아시아의 안정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에는, 19세기식 쇄국정책과 자주의 관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물리적으로는 가까우나, 상호 교류 측면에서는, 절연된 땅, 네트워크 속의 공백이 있다. 다름 아닌 북한이다. 북한과 주변국간의 상호 이동과 접촉은 거의 없다. 저가항공은 고사하고, 평양 순안공항을 오고가는 항공편이 몇 편이나 되는지도 궁금할 정도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마치 2차대전기 영국과 독일의 관계처럼, 독일식 왕명을 윈저공으로 바꿔야 했던 그 시대처럼, 상호 불신과 미움, 그리고 한쪽의 도발적 행위밖에 없는 것이다. 이지젯 싸이트에서 이번 여름 어디 유럽도시를 또 한번 가볼까 검색을 하면서, 서울에서 평양가는 ‘이지 서울’과 평양에서 서울오는 ‘라이언 평양’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한번 해본다. 그 때야 말로, 수많은 정치적 수사를 넘어서,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왔다고 선언할 수 있는 때가 될 테니까. 공백과 절연 부분이 남아있는 동아시아 네트워크를 촘촘히 잇는첨병 역할을, 동아시아판 저가항공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상상일까? 신동민 졸업생(stooc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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