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인터뷰

한국외대 노어과 10기 김보현 인터뷰

김민정

가을 바람이 매서웠던 10월의 마지막 목요일, 안암역의 건널목 앞에서 보현이를 만났다. 약 1년만의 만남이었지만 스스럼없이 언니라 부르며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던 그녀와 창 밖이 내다 보이는 어느 2층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자: 보현아 자기 소개 부탁할게. 보현: 안녕하세요~ 아직은 파릇파릇한 스무살 외국어대학 노어과 김 보현입니다! 기자: 중간고사가 어제 끝났다고 했지? 최근에는 뭐하고 지냈니? 보현: 음... 최근에는 SBS 예능 프로 스타킹 촬영했었어. 스타킹 추석특집 때 러시아인이 출현해서 동시 통역을 했었는데 그 분이 또 나오신다고 해서 또 촬영을 하게 됐어~ 아마 다음 주쯤이면 방송에 나갈꺼야. 그리고 요 몇 주간은 중간 고사 공부하고 시험 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 이제 한 숨 돌리긴 했는데 다음 주 금요일부터는 G20 진행요원으로 일주일간 일하기로 되어 있어. 무지 바쁠 것 같지만 그래도 기대가 정말 많이 돼. 그리구 지금 당장은 토플시험이랑 토르플이라는 러시아어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쉬엄쉬엄 시험 대비 하고 있어. 기자: 중간 고사가 끝났는데도 숨 돌릴 틈 없이 지내는구나. 작년부터 쭉 그렇게 바쁘게 지냈던거야? 작년에는 어떻게 지냈었어? 보현: 작년에도 동아리 활동을 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어. 통역협회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했거든. 작년 1년 동안은 동아리 신입 부원으로 방학도 반납하고 교육받느라 정신 없었지. 아무래도 전문적인 통역활동을 하는 동아리다 보니까 교육을 엄격하게 받거든. 동아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도 많아. 그 중에 여름 방학 때 일반인들을 상대로 외국어 강좌를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아. 1학년 여름방학이면 내가 19살인데 대학생,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게 된거야.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 많이 떨렸지만 최대한 어른스럽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던 게 기억에 남아. 사람들의 어학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걸 보는 게 정말 뿌듯하더라. 그리고 나중에 학생들이랑 친해져서 학생들이 내 생일날 깜짝 생일 파티도 해줬었어. 학생 한 명이 삐진 척 교실을 뛰쳐 나갔는 데 알고 보니 깜짝 파티를 위한 연극이었더라구.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깜짝 생일 파티라서 정말 기억에 많이 남았어. 동아리 활동이 정말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 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지금은 1년을 다 견뎌내고 선배가 돼서 작년만큼 바쁘지는 않아서 조금은 숨통이 트여. 그리고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도 활동해서 한 번 공연을 하기도 했었어. 내가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공연을 했던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야. 아 참 그리고 작년 1학기 때는 실크로드 재단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었어. 문화, 행사를 주관하고 기획하는 재단인데, 이 재단에서 일을 하면서 국가간의 문화 교류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 말하고 보니까 내가 꽤 바쁘게 살았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이렇게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아. 기자: 1학년때면 19살 어린 나이였을텐데, 정말 치열하게 지냈구나! 근데 참 아까 스타킹에 출연했다고 했었지? 다음 주 스타킹에는 너도 방송에 나오는거네? 정말 신기하다! 방송에서 러시아어를 동시통역할 정도면 러시아어를 정말 잘하는구나. 외대 노어과에 다닌다고 했지? 러시아에서 오래 살다 온거야? 보현: 응 7년 정도 살다왔으니까 러시아어는 편하게 쓸 수 있어. 초등학교 때 아빠 사업 때문에 처음으로 러시아에 갔었어. 대도시는 아니고 시골 마을 같은 곳에서 살았었는데, 내가 적응을 잘해서 정말 친구들도 많이 사귀면서 재밌게 지냈었어. 3년 정도 살다가 부모님을 따라 다시 한국으로 왔는데, 막상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려고 보니까 무섭더라구. 중학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학교 끝나면 바로 학원가서 공부하다가 밤 늦게 귀가하는 일상들... 그리고 내 눈엔 너무 경직되어 보이는 교실 안 풍경들이 나는 너무나 놀랍고,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아빠, 엄마께 간신히 허락을 받아서 혼자 러시아로 유학가게 된거야. 약 4년 동안. 러시아 유학 기간 동안은 음악을 했어. 피아노를 전공했었거든. 기자: 원래 음악을 했었구나! 전혀 몰랐었어. 문학과 예술의 나라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었다니 낭만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왜 피아노를 하지 않게 된거야? 보현: 한국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더라구. 사실 한국이 음악하기 힘든 곳이라는 건 러시아에 유학했을 때부터 많이 듣던 소리였어. 한국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뭔가를 해보기에는 클래식 음악의 입지가 많이 좁아. 그래서 세상에 목소리 낼 수 있는 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피아노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된거야. 기자: 그렇구나. 피아노를 그만둔 걸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니? 보현: 아니. 전혀 후회하지 않아. 사실 난 후회하는 거 자체를 싫어해서 후회할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편이야. 러시아에서 음악 전문 학교에 다니며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국경, 인종을 떠나 함께 어울렸던 경험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더 없이 소중한 자산이니까. 음악 전문 학교에 있을 때 학교 학생들에게 많이 감탄하고 자극을 받았었어. 정말 모든 것을 다 음악으로 생각하고 음악으로 느끼고 음악으로 말하는 사람들이었거든. 학교에서의 모든 대화 주제는 음악이었고, 복도 곳곳에 피아노 등의 악기가 있어서 마음만 맞으면 복도를 지나다가도 순식간에 학생들이 모여 합주를 하기도 했었어. 그 때 느꼈던 학생들의 열정, 그 강렬했던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나를 자극하는 힘이 되고 있어. 나도 뭔 가를 할 때 그 때의 학생들처럼, 그 때의 나처럼 온전히 그 분야에 ‘미친 사람’이 되어 내 모든 걸 쏟아 부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기자: 그렇구나. 그럼 너는 그렇게 너의 모든 걸 쏟아 부을 '무언가‘를 찾았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어? 보현: 나는 러시아와 한국의 교류에 일조하는 일을 하고 싶어. 내가 7년동안 직접 몸으로, 마음으로 느낀 러시아는 정말 아름답고, 또 예술과 문학의 역사가 무척이나 깊고 다채로운 나라야.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러시아가 치안이 불안하고 삭막한 국가라고만 인식되어 있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까워.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것도 속상하고. 그래서 한국과 러시아의 교류에 도움이 줄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어. 그래서 요즘에는 러시아 지역학과 관련된 특강도 많이 들으러 다니는 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 교수님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상담도 하고, 조언도 많이 구하는 중이야. 기자: 그러면 대학 졸업하고 러시아에 있는 대학원으로 다시 유학을 갈꺼니? 보현: 아니. 러시아에 있는 대학원에는 안 갈 것 같아. 대학원에는 갈 것 같은데, 우리 학교에 있는 국제지역대학원의 러시아 CIS학과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어. 나는 러시아어를 그래도 편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나한테 중요한 건 언어보다는 내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내공은 한국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충분히 깊이 있게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마음이 맞아 재잘재잘 한참을 떠들다 보니 어느새 인터뷰는 10시 반이 넘은 늦은 시간에서야 끝낼 수 있었다. 인터뷰 말미에 보현이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 러시아 대문호들의 문학을 내게 추천하였다. 두 눈을 빛내며 열정적으로 러시아의 문학들을 설명하던 그녀의 모습에서 20년 후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미래를 보았다.

Sat Oct 30 2010 02:00: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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