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인터뷰

[재학생 인터뷰] 12기 김시은 군을 만나다

강현주

강현주 : 안녕하세요. 민초기자단의 강현주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재학생, 그 중에서도 현재 군 복무중인 민초인을 만나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시은 : 안녕하세요. 민초장학재단 12기 김시은입니다.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공부하다가 작년 5월부터 공군 방공유도탄포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 중입니다. 강현주 : 네, 반갑습니다. 선배님은 독서를 정말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군대에 있으시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SNS에 서평을 올려주시잖아요. 저도 애독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최근에 읽으신 책 중에서 추천해주실 만한 것이 있나요? 김시은 : 휴가 때마다 읽고 싶은 책들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제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인데요, 사실 7월 내내 책 한 권 읽어내지 못하다가 이번에 이백과 증국번의 소설적 전기인 <이백>과 <증국번>을 다 읽었습니다. 이백은 이태백으로 잘 알려진 사람인데,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시대에 살았는지는 무관심했어요. '당나라 시대의 시선(詩仙)'이라는 게 전부였죠. 하지만 '소설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그의 전기를 읽으니 이백이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한편으로는 이백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믿고 너무 나댔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습니다. 더불어 그 시대상에 대해 알게 되니 그의 시들이 좀 더 이해되는 느낌이었어요. 하긴 애초에 1300년 전의 사람이 쓴 시를 이해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증국번은 청나라 말기의 관료예요. 한족 출신으로 그 어렵고 어렵다는 과거에 합격하여(과거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귀족' 세력이 강력했던 이백의 당나라 시절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둘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재미있어요) 청나라 함풍제 년간 12년 동안 대륙을 내란상태로 몰고갔던 태평천국 운동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죠. 19세기는, 청나라 도광제, 함풍제, 동치제 연간은 중화문명권이 서구열강의 침략과 내부적 모순의 폭발로 큰 혼란을 겪던 시기였어요. 이런 시국 속에서 유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증국번은 고향에서 무장조직을 이끌고(청 조정은 오히려 그런 민간조직을 장려합니다. 반민반관의 이상한 조직이죠) '중국 전통'을 뒤집어엎는 태평천국 운동을 진압합니다. 여기서 또 재밌는건 '과거'에 떨어진 수많은 이들 중 한 명이었던, 태평천국의 천왕 홍수전과 과거에 어렵게 어렵게 붙은 증국번과의 묘한 대조입니다. 체제에 포섭되어 현실에 만족할 수 있었던 사람과 체제에서 결국 탈락되어 체제를 뒤엎어버린 사람. 수많은 체제 탈락자들을 만들어내지만, 체제를 뒤엎는 일은 없는 이 묘한 시대와 비교되는 부분이에요. '역사책'이라고 하기엔 함량미달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강현주 : 역시 사회교육 전공자로서의 안목이 드러나는 것 같네요. 저도 책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인문학 서적은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역사적 지식이 있으면 이런 역사소설이나 전기는 다가가기가 좀 더 쉬워질 것 같아요. 반대로 책을 통해 지식이 채워지기도 하겠지만요. 그런데 민초인들 중에는 로스쿨에 재학 중이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 이쪽 분야에서 추천해주실 만한 책은 없나요? 김시은 : 조유진의 <헌법 사용 설명서> 꼭 추천드리고 싶어요. 비슷한 책으로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도 있는데, 사실 그보다 이 책이 훨씬 재밌어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그리고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공화국 시민이여! 헌법으로 무장하라!'는 말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거든요. 학교 다닐 때 법대 교양 <민주시민과 헌법>, 사회과 전공 <시민교육과 헌법>을 수강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학교 수업보다 저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훨씬 흥미진진했고, 감동적이었어요.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설명일 뿐인데 이렇게도 '불온'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요(웃음). 1970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했지만 지금의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의 "준수와 구현"을 위해 노력해야할 듯 싶습니다. 강현주 : 헌법은 우리나라 법의 근간인 만큼, 꼭 수업이나 진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읽어 볼 만할 것 같네요. 그런데 선배님, 군대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지낼 만한가요? 운전을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시겠어요. 김시은 : 공군이라 휴가는 꽤 자주 나오는 편이지만, 운전병으로서 다이나믹한 경험도 많이 합니다. 얼마 전에는 새벽 4시에 환자가 발생해서 인하대병원까지 달려야 했어요. 환자라고 해도 촌각을 다투는 수준의 환자는 아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요. 침대에서 일어나 상황을 인지하고 차량 시동을 거는 내내 별의별 생각을 다 했어요. '정말 위중한 환자면 어쩌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인하대병원까지 40분이나 걸리는데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종합병원 없나' 등등. 영종도에는 인하대병원-인천공항의료센터를 제외하면 1차병원들 밖에 없고, 육지로 나가야 있는 인하대병원이 대학병원의 전부예요. 물론 '인하대병원' 이라도 갈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되는 군생활에 감사해야 하겠지만요. 더 첩첩산중에 있거나, 도로여건이 안되거나, 차량이 없거나 안좋다면 소요시간은 더 늘어나게 되어 있으니 말이에요. 아무튼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응급한 상황에 '대학병원'이 없는 동네에 산다는건 목숨을 거는 행동임을 느꼈습니다. 강현주 : 아,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요즘 군대 내부의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역 군인이 보시는 시각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김시은 : 뉴스를 접하고, 병사 5명이 아무리 후임이라지만 1명을 5개월간 잔인무도하게 고문하는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그 대대가 아무리 단독 대대라고 해도 그 대대 내에서 아무도 몰랐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온몸에 그렇게 멍이 들어있는데 다리도 절뚝거리는데, 매일 맞는데, 아무도 몰랐을까? 샤워도 같이 하고 환복도 같이 하는데 그걸 못 봤을까?' 하는 의문 말이에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군인이라고 해서 헌법이 '다시 확인'해주는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제약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군인이기 전에 사람이고, 군인이기전에 국민이니까요. '군인이니까', '군대라서'라는 말이 필수불가결한 곳에만 쓰이길 바랍니다. 사람 때려 죽이고,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군인이니까', '군대라서'라는 말이 쓰이는 건 군대가 스스로 자신들의 위신에 똥칠하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상식적인' 병역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강현주 : 그렇군요.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그동안 고질적인 병폐였던 문제인 만큼,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이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만 더 드리고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선배님이 보시기에,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시은 : 지금의 시대는 소금물을 마시면서 목마름이 해결되길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소금물을 더 많이 마시면 강한 갈증이 해결될 것이라 믿고(믿도록 만들어지고) 더 많은 소금물을 마시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엇을 위한 무한경쟁일까요? 결국 소금물을 향한 무한경쟁이지요. 한방울의 소금물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아등바등 악전고투하지만 슬프게도 소금물을 원없이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원래 소금물이 많은 집안일 뿐입니다. 문제는 소금물은 아무리 마셔도 목이 축여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소금물을 시장논리에 따라 생산-공급하느냐 국가/공동체가 계획에 따라 공동생산-분배하느냐의 문제로 피튀기며 싸웠던 시대도 있었고,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이 싸움의 희생양이 되어왔지만, 결국 소금물은 마셔도 목마름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건 변함이 없어요. 원래 인간이 소금물을 마시던 동물이 아니었지만, 설명하자면 긴 역사적 과정을 통해 소금물을 마시도록 강요되어 왔습니다. 물론 인간의 내면에는 소금물을 원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마음과 욕망이 하나의 시스템이되고 구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물론 소금물을 탐하는 마음이 지금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낳은 큰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마셔도 해갈이 되지 않는 소금물처럼 이 시스템은 만족이 없어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말이에요. 언제나 공허하고 고통스러울 뿐이죠. 그 공허와 고통을 잠시 잊기위해 또 소금물을 들이켜야 해요. 혹은 미래에 마실 소금물을 생각하며 지금의 고통은 참고 견뎌야하는 것이 돼요. 더 큰 문제는 기업이 원없이 소금물을 공급할 수도 없다는 거예요. 소금물을 값싸게 만들어주는 가난한 나라나 인간을 착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제 지구가 '인위적인' 소금물을 공급하기엔 역부족인 듯 싶어요. 유시민이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의 암세포가 되었다'고 썼는데, 참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아무튼 '소금물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로 참 어렵고, 적어도 소금물을 조금 마시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소금물은 절대선이다', '소금물은 최고존엄이다'라고 호모 사피엔스들의 대부분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목마름은 또 오랜시간 해결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네요. 강현주 : 목이 말라 소금물을 마시고, 이로 인해 오히려 더 목이 마르게 되는 것이 물질적 풍요를 위해 노력하지만 욕심은 채워지지 않고 커지기만 할 뿐인 현대 사회의 모습을 표상하는 것 같네요. 목이 마르면 소금물도, 음료수도 아닌 맹물을 마시는 게 최고잖아요. 우리도 목이 마르면 욕심을 버리고 내면부터 순수하게 채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귀중한 휴가 기간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Sat Oct 25 2014 11:1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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