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황우석, 이천수 그리고 박지성

신동민

황우석, 이천수 그리고 박지성 온 나라가 하루에 두 번씩 시끄럽다. 한번은 낮에. 한번은 새벽에. 바이오의 “바”자도 모르던 사람들도 둘 이상 모이면 입에 올리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잉”자도 모르던 사람들도 이야기꽃을 피운다. 2005년 12월 그리고 최소한 2006년 초까지는 한국을 울고 웃길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은 바로 연구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박사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다. 황박사님. 안되겠네~ 11월, 부적절한 방법에 의한 난자 공여 문제로 시작 되었던 소위 황박사 “연구 스캔들”은 이후 2005년 논문 진위문제를 거쳐 급기야는 연구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인간배아줄기 세포 형성과 관련된 2004년 논문의 재검증 문제까지 확대된 사태다. 한 때 MBC를 존폐위기까지 몰고 갔던 여론도 이제는 황박사 연구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기울어있는 듯 하다. 심지어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럼 스너피는 누구 애냐”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 무게추가 황박사 옹호에서, 황박사 “안되겠네~”로 옮겨진 그 결정적 시점은 다름 아닌 2005년 논문 조작이 밝혀진 때였다. 난자문제야 이 분야에서 과학윤리가 확립되지 않았고, 생명공학이라는 과학적, 경제적 신(新) 무주지를 개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러야할 비용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막상 연구 자체 존재를 가늠할 수 있는 논문이 조작되었으니 무작정 황박사를 옹호할 수만도 없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 12월 현재, 황박사의 주장대로라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즉 언제든지 여건이 주어지면 기술을 시현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진까지 조작해가며 하루빨리 논문을 발표해야 했던 것인가? 이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주변 이공계의 젊은 석사들은 분야 선점과 이를 통한 안정적 연구비 조달을 위해 황박사는 마음이 급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공계서 연구는 이른바 시간싸움이기 때문에 황박사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논문을 우선 발표하고 보자는 무리수를 두었을 수 있다는 거다. 줄기세포허브도 만들고 연구비도 보도된 바에 따르면 600억 이상 받고 있는데,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다른 연구팀에 따라잡히면 각 종 지원이끊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을 황박사가 가졌을 것은 학계의 생리를 이해한다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도대체 스너피는 누구 애란 말인가?> 황박사님. 이천수보다는 박지성이 되셨어야죠 바로 이것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구자들이 항상 갖고 있는 부담감이다. 스페인 무대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이천수는 자신만만했다. 아시아의 베컴이 스페인을 접수하러 왔다는 이천수의 포효. 그러나 수차례 골포스트를 맞히는 등 각 종 불운 때문에 기다렸던 골이 터지지 않자 이천수는 부담감에 시달렸고, 이런 조급증은 궁극적으로 그의 스페인 무대 적응실패로 이어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약관 스무살에 이태리 유명 선수의 머리통을 걷어차며 자신 있게 축구계를 호령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실패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에 비해 박지성은 어떤가. 한일월드컵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로 빅리그로 가지 않고 네덜란드에서 실력을 더욱 연마한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오늘, 박지성은 축구의 본고장, 세계 축구 별들의 전쟁터 영국무대에서 골을 터뜨리며 모두가 인정하는 탑클래스의 축구선수가 되었다. 비록 빅리그 진출은 여타선수보다 늦었지만, 네덜란드 무대에서부터 축적된 능력과 활약상을 반추할 때, 그가 반짝 스타로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외의 축구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물론 황박사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도전정신과 지난 수년 여를 속세와 단절하고 연구실에서 보냈을 고귀한 노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찬사를 보내야 한다. 행동하지 못하면서 남일에 왈가왈부하기만 좋아하는 속칭 “찌질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는 이해하고 덮어줄 수 있는 수준을 넘은 듯 보인다. 급했을 그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황박사가 축구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조금은 늦지만 박지성이 되었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을 갖는 것은 비단 새벽에 눈을 비비며 축구경기를 보는 축구팬 뿐만은 아닐 것이다. <작성 : 2005년 12월 22일> 민초 3기 서울대 l 신동민 stoocom@nate.com

Thu Dec 22 2005 04:2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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