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해외통신

김신애

오감으로 끌어안기!

Tue Dec 27 2005 01:5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오감으로 끌어안기! - 당신에겐 이상한 냄새가 나. 썩 유쾌한 냄새는 아니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해져야겠다. 그 것은 젖은 빨래를 가방에 마구 쑤셔 넣었다가, 한참 뒤에야 생각이 나서 그제야 꺼낸 그런 냄새였다. 열심히 땀을 흘린 뒤, 갑작스런 비를 홀딱 맞고도 갈아입지 않은 그런 냄새였다. 불 냄새, 흙냄새가 묘하게 뒤틀려 내 후각을 울렸다. 숙소에서도, 아이들에게서도 한결같은 냄새가 났다. 그랬다. 그 날은 내가 인디오 마을에 도착한 첫날 이었다. 비행기로 35시간, 다시 버스로 18시간을 타고 지구 반대편, 인디오 마을에 처음 도착한 날이었단 말이다. 더군다나 날씨는 분명 미친 게다. 그만큼 더웠다. 시내에서도 동 떨어진 전화도 없는 시골 중의 상 시골에서 공격형 벌레들을 ‘오누이’ 삼고, 비 새는 집을 ‘벗’ 삼아 살아야 한다니. 떠나기 전 나는 새로운 인디오 친구들을 만난다는 사실에 그토록 가슴이 둔탁둔탁 뛰었건만.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난 오지에서 또 다른 ‘김신애’를 만난다고 그토록 설렜건만.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고, 마음을 함께 나눈다는 생각에 그토록 떨렸건만. 첫. 날. 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조금씩. 당신의 냄새가 익숙해져 가. (수업 주비 중) “ 나티, 이뽄아.(나티, 이쁘다.)” 김신애, 새로운 이름을 얻다. 그 이름은 바로 “나티.” 아니, 성까지 붙여서 내 이름은 “김나티.” 그녀는 이제 그 마을의 미용사이자, 꼬맹이들의 선생님이 되었다. 이제와 고백컨대, 손재주 ‘드럽게’ 없는 그녀는 아이들을 꽤나 속상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없던 땜빵까지 단숨에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시내에 나가 미용 기술을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주 없는 손놀림이란.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미용과 더불어 그녀는 아이들에게 미술, 수학을 가르치고 스페인어 동화책을 읽으며 함께 공부하게 되었다. 비 온다고 학교에 안가는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고, 수업 시간에 지극히 말 안 듣는 아이들 앞에서 먼저 울음을 터뜨리고야 만 그녀. 그러나 어느 순간 꼬맹이들의 맨발, 흙 묻은 손, 먼지가 덕지덕지 들러붙은 얼굴이 ‘쿵’하고 마음에 내려앉았음을 고백하련다. 김나티, 이젠 불 냄새와 흙냄새가 묘하게 섞인 시큼한 냄새가 안 나면 허전하단다. 그럼 말 다했지 뭐. 사실 서울에서만 자란 서울 촌사람인 그녀가 언제 도끼질을 해서 장작을 패보겠으며, 칠 흙 같은 어두움 속에서 촛불 하나 달랑 켜고 칼질을 해보겠는가. 갑작스런 폭우로 넘치는 물을 퍼내느라 자다가 언제 벌떡 일어나 보겠으며, 또 언제 빈대와 벼룩과 바퀴벌레와 그들의 오누이들을 손으로 지그시 눌러 주는 태연함을 보이겠는가. 그리고 또 언제 이토록 나를 가슴 떨리게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는가. 그래, 난 사랑을 하고 있었던 거다. 사랑. 그 놈은 입 큰 동네 총각이 나에게 수줍게 내민 바구니에도, “나티, 돌아와.”라고 삐뚤빼뚤 쓴 편지에도 묻어 있다. 또 그 놈은 아이들이 소중히 건네 준 보물 1호인 구슬에도, 바나나 잎을 잘라 만들어 준 양산에도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그 놈 참. 언제 왔나. 아이들과 함께 흙바닥에서 뒹굴뒹굴 구르며 축구하던 그 순간에, 나를 울리고 웃게 하던 그 수업 시간 도중에, “나티”라고 부르며 달려와 와락 안긴 그 찰나에, 사랑. 그 놈도 그렇게 왔었구나. (인디오 촌락) - 당신의 냄새가 그리워. “ 여러분의 목표가 무엇인지 나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분들 가운데 정말 행복한 사람은 봉사할 대상을 찾고 봉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 - 알베르트 슈바이처 그랬다. 나는 봉사할 대상을 찾기 위해 떠났다. 그러나 그 곳엔 봉사할 대상이 없었다. 나는 봉사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 내가 아는 것이라곤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내가 알게 된 것들은 이러하다. 그 곳에는 ‘봉사할 대상들’이 아닌 ‘똑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 마음은 빛 보다 빠르다는 것, 문화적 충격을 넘어서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는 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린다는 것, 내가 앞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에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경험에서 얻은 자발적 정신을 이제 김신애의 삶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다짐 서너 개까지 덩달아 싸들곤 한국에 돌아왔다. 인디오 마을에 도착한 첫날 밤, 그 막막함에 결국 울어 버렸던 김신애는 어디 갔나. 그리 예민한 후각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이제는 그 냄새가 못내 그립다니. 정말 못 말리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시큼시큼하던 흙과 불과 땀에 범벅된 젖은 빨래 냄새를 차마 잊지 못하겠다니. 이제 그 냄새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니 말이다. 그 것은 아마도 인디오 마을의 한국인 처녀로 이들과 가슴 설레는 풋풋한 연애를 하였기 때문인 듯싶다. 그런 그녀가 이젠 당신에게도 그 냄새를 전해 주고 싶단다. 당신과 ‘숨은 냄새 찾기’를 하고 싶단다. 말랑말랑한 코끝을 ‘두둥 탁’ 하고 단번에 울려 버리는 시큰하고 알싸한 이 냄새를. 그녀가 끌어안았던 것처럼 당신과 한 번. 아니 내가 끌어안았던 것처럼 당신과 다시 또 한 번! <그들의 삶과 일상> 이화여대특수교육학과 l 김신애 sa2509@hanmail.net

(0614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322, 9층  TEL. 02-508-2168 FAX. 02-3452-2439 

COPYRIGHT 2019 ALTWELL MINCHO SCHOLARSHIP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