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조진용

[한양대] 신년특별대담 - 미래의 젊은 학자들에게 고함

Tue Jan 31 2006 14:4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화양 신용하(사회대·사회학) 석좌교수가 처음 ‘학자의 길’로 발을 내딛은 때는 1957년 봄이었다. 신 교수의 학문은 그가 한국 전쟁을 겪으며 생긴 ‘왜 우리민족은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게 됐는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을 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민족문제와 우리 민족의 기원에 대한 고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해온 신 교수. 이제 누구도 그를 ‘한국역사 사회학의 대가’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신 교수가 발표해 온 논문만 해도 268편, 저서·역서는 67권에 이른다. 병술년 새해를 맞아 위클리 한양에서는 ‘학자가 나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화양 신용하 교수와의 특별 대담을 마련했다. 학자로써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반세기가 흘렀다. 수 십 년간의 한국 역사 사회학 연구를 통해서, 최근에는 ‘독도 지킴이’로 활약하며 독도 영유권 분쟁의 최전선에 서서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역사적 고찰을 통해 명백히 입증했다. 또 작년 2월에는 국가 유공자 공적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며 좌파 또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독립유공자 서훈 대상으로 인정하는 등의 큰 성과를 거뒀다. 한국을 대표적인 학자로써, 학자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자는 학문과 과학의 수준을 높이 끌어올리고 사회와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 연구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학자는 그 누구보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학자가 맡은 임무 하나하나를 충실히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학자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진단’, ‘비판’, ‘제안과 건설’이 그것이다. ‘사회나 국가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떤 위치에서, 어떤 상태가 처해 있는지’를 진단해 줄 임무가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비판의 역할이다. 사회와 인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찰과 비판이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비판의 역할이 있어야만 발전도 이뤄질 수 있다. 그 밖에 학자는 이런 사항에 기초해서 해결 방법에 대한 건설안을 제안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와 인류가 어떤 정책을 취하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를 늘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세 번째 역할이다. 학문 연구에 있어서 평소 “문제의식과 더불어 항상 역사적 인과 관계를 중요시하며, 그 인과 관계의 원인을 깊이 파고들어야 깊이 있는 학문이 된다”라고 역설하는데, 그와 더불어 학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의식은 어떤 것이 있나. 앞서 말했듯이 학문은 사회와 인류의 행복을 위해 행해져야 하는데, 이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물론이요, 자연과학과 공학도 마찬가지다. 자연과학이 인류 행복에 관련된 강렬한 의식이 없으면 연구의 결과가 악용돼, 전쟁과 범죄의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반드시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 분석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회과학이나 인문학도 이와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학문이든지 가장 먼저 과학적 방법론을 정립해야 하고, 비교·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학문의 발전은 과거에 인간이 발명·발견한 지식을 축적하고, 그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첨가해왔기 때문에 가능 했다는 것이다. 학자에게 어떤 연구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관련된 기존 연구 성과를 전부 정리해야한다. 그것들을 검토한 후에, 자신이 연구한 것을 첨가해서 축적의 일부분으로 삼아야 그것이 진정한 발전이다. 자신의 학문만 내세우고 그 동안에 쌓아온 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기존의 학문이 부정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것은 일종의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울대학교에 이어 2002년도 본교 석좌교수에 부임해 올해로 4년 째 본교 교수 생활을 맞이했다. 교수는 학자와 선생의 역할을 동시에 해 나가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연구와 교육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지 듣고 싶다. 교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연구 50퍼센트, 교육 50퍼센트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교육에 더 관심을 쏟는 교수가 있는 반면, 아이디어가 자꾸 샘솟아서 연구를 더 하고 싶어 하는 교수도 있다. 이런 차이는 인정해야한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은 ‘교수는 연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안 하는 교수는 Teacher에 지나지 않는다. ‘Professor’은 ‘Scholar’와 ‘Teacher’의 개념을 합친 단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에너지의 70퍼센트는 연구, 30퍼센트는 교육에 쏟아 왔다. 한국 민족에 대한 애정과 우리 민족이 출현한 이후, 그리고 오늘날까지 살아오는 동안에 밝혀야 할 민족에 대한 감춰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 리서치 쪽에 무게중심이 많이 실렸다. 하지만 수업시간 만큼은 내가 연구한 것을 학생들에게 모두 전해주기위해 노력한다. 교수가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학생들에게 전해주면, 훨씬 쉬운 방법으로 학생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줄기세포 사태’ 때문에 그 동안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학자의 도덕성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는 물론, 어떤 학문 분야든지 학문을 연구하는 자의 도덕성이 연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학자의 도덕성에 관한 견해를 말해 달라. 학자들의 윤리성에 전 국민적 관심을 갖게 한 일이지만, 그 타격이 너무 커서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학자로서 부끄럽기도 하다. 이번 줄기세포 사태로 한국 생명공학계의 세계적 활동이 상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줄기세포 연구팀은 우선 정직성에서 문제가 있다. 나중에 검찰이 모든 것을 밝혀내겠지만, 현재까지 밝혀내진 것만 봐도 그렇다. 모든 분야의 학자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야 한다. 학자들은 정직해야한다. 연구 성과의 과장, 연구 표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항상 정확하게 자신이 성취 한 것만을 그대로 보고하는 엄정한 과학적 진실성에 충실해야 한다. 요즘은 모든 대학들이 ‘진실성규명위원회’ 등 각종 진실성에 관한 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학자들의 과장·표절·거짓을 관리하는 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연구 과정까지 조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결과의 진실 여부만은 시험해야 한다. 교내에 그런 위원회가 상설 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실용 학문 연구는 큰 관심과 지원을 받는 반면, 인문학의 위기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순수 학문은 주류에서 밀려나 있는 추세다. 학문도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순수학문과 기초학문은 매우 중시돼야 한다. 실용학문은 탄탄한 기초학문이 전제돼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이 다 함께 발전했기 때문에 앞서 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응용학문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은 후진국적 유형이다. 새삼스럽게 생긴 문제가 아니다.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나 뒤늦게 현대 학문을 시작했기 때문에 기초학문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 했고, 경제발전에 치우치다보니 응용학문에만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WTO체제가 출범 하면서 지적 재산권 제도가 적용되고, 기초학문 분야도 반드시 로열티를 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순수학문과 실용학문을 대등하게 중시하는 학문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역사나 인문학을 잘 모르면 추세에 매몰되는 저급한 문명을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벌이나 화폐를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 외의 중요한 것들을 매몰 시키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을 등한시한 채로는 선진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동양은 인문학적 전통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학문 정책을 바꾸면 서양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미래의 젊은 학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은? 박사나 석사 과정은 자신의 연구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폭넓게 여러 학문을 접할 기회가 없다. 그래서 학부생 때 여러 학문을 배워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학생은 4년 동안 세 개의 전공을 한꺼번에 이수한다. 예를 들어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왜 정치를 하는지 모르면 권력 자체를 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철학을 배우는 것이고, 바른 정치 수단을 활용하기 위해 경영학을 함께 배운다. 옥스퍼드의 교육방식이 참 훌륭하다고 느꼈다. 미래의 학자가 될 한양대 학생들도 자신의 전공 외에도 목적과 취향에 맞는 다른 전공을 이수하여 차별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폭넓은 학문적 지식이 바탕이 돼야만 전문적인 연구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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