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해외통신

아르헨티나 인디오 마을에서 온 편지 한 통

고경환

인디오 마을의 한국인 처녀. · 성명: 김신애 · 작성일: 2005년 4월 · 파견국가: 아르헨티나 · 파견기관: 인디오 푸른샘 마을 1. 서울 촌사람, 인디오 마을에 상경하다. 비행기로 35시간. 다시 버스로 꼬박 17시간을 달려온 곳. 이곳은 쉽게 말하자면 ‘정글’이다. 아니,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은 아르헨티나 최북단 쪽에 있는 미시오네주(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300km떨어짐.)와 브라질 국경에 있는 밀림지대의 인디오 보호구역인 Pozo Azul(포소아술:푸른샘)마을이다. 또 이곳은 세계 최대 관광지인 이과수 폭포에서 17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이 주에 사는 인디오는 47지역에 5000여명이 정글에 지정된 구역에서 살고 있는데, 인디오 푸른샘 마을에는 60세대 300여명이 살고 있다. 서울 밖에서는 살아본 적도 없는 서울 촌사람인 내가 아르헨티나 시골 중의 상 시골에 들어왔으니, 말 다했다. 인터넷을 하려면 일주일에 한번 버스로 1시간을 달려 나가야 하는 곳, 도끼질을 해서 장작을 패고 물을 데워야 하는 곳, 각종 공격형 벌레들과 싸워야 하는 곳, 한번 비가 오면 집으로 넘치는 물을 퍼내야 하는 곳, 촛불을 켜고 요리를 해야 하는 너무나 낭만적인(?)곳, 밤 7시가 넘으면 깜깜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이 곳. 말 그대로 좌충우돌. 엎어졌다, 젖혀졌다, 울었다, 웃었다하며 인디오 마을의 한국인 처녀 상경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2. 인디오 마을. 그 곳을 알고 싶다. 포소아술의 종족은 인디오 과라니족과 또바족이다. 인디오 보호지역들이 다 그러하듯이 이곳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정글지대에 위치해있다. 이들은 과라니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추장의 통솔 하에 각 가정마다 분배된 땅을 경작하며 살아간다. 주식은 만디오까(나무뿌리)와 옥수수, 밀가루로 된 레비료다. 수명은 50세에서 60세이며, 모계사회이기 때문에 딸이 부모를 모시고 살아간다. 집을 살펴보면 토담집, 판자 집의 땅바닥에서 잠을 자며 화장실이 전혀 없다. 집의 위생 상태는 엉망이다.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흙바닥에는 식구들이 넘쳐난다. 전부가 산꼭대기에 살기 때문에 물이 귀하고 전기가 전혀 없다. 시립 병원에 가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이 지역 안에는 의료시설이 전혀 존재 하지 않는다. 또한 인디오들의 종족이 자꾸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빠른 결혼을 권장한다고 한다. 따라서 추장과 부모의 허락 하에 평균 남자 16세, 여자 15세에 결혼을 한다. 그렇다고 딱히 결혼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같이 정글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그게 곧 결혼이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책임감 없이 쉽게 떠나기를 반복한다. 아직 성장? ?다 하지 못한 고만고만한 십대의 아이들이 애를 키우는 모습이란. 이것이 비록 이들의 문화라 할지라도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3. 업무현황 아르헨티나에 도착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계획 중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 기수가 이곳에 올 때에는 스페인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오는 것이 원만한 프로그램 진행과 아이들과의 친밀감 형성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업무는 파견지의 특성상 인디오 원주민들의 교육과 선교다. 1) 선교 여행 매 주 토요일은 인디오 원주민 찬양팀과 함께 다른 원주민 마을로 선교 여행을 간다. 따라서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찬양팀 아이들이 목사님 사택에 와서 연습을 한다. 선교 여행은 왕복 400km가 넘는 거리를 봉고차로 이동한다. 남쪽으로 7군데의 마을, 북쪽으로 2군데의 마을을 다닌다. 각 마을에서 찬양과 예배를 드리고, 선교 구호품들을 나눠준다. 새벽 7시에 출발해도 집에 돌아오면 오후 7시 30분쯤 되는 것이 보통이다. 2) 주일 예배 준비와 아동 교육 이 기관의 가장 바쁜 주일에는 우선 대예배 준비를 돕는다. 그리고 전날 오븐에 만들어 놓은 약 300개의 빵을 나눠주는 일을 한다. 그리고 어린이 예배를 따로 드리기 때문에 그 시간에는 아이들과 간단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풍선아트와 종이 찢어 붙여서 식당 꾸미기와 같은 아이들의 흥미를 돋을 수 있는 활동들을 위주로 했다. 앞으로는 한 달의 체계적인 지도안을 짜서, 단순한 흥미 위주의 활동이 아닌 교육적인 활동들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3) 아이들 점심 식사 준비 및 기관 내부 환경정리 이곳에서는 목사님의 후원으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 매일 점심을 먹으러 사택에 온다. 그러면 장작으로 불을 때서 커다란 솥에 아르헨티나 식으로 점심을 만들어 준다. 비단 점심때뿐만 아니라 항상 목사님 사택은 아이들로 북적거리며, 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이곳에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세 끼니의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 정글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감사하게도 매 끼니 한국식으로 먹고 있다. 더불어 기관 내부의 청소나 환경정리도 하고 있다. 이번 달은 기관 바로 앞의 텃밭에서 고구마를 비롯한 각종 작물들을 수확하기도 했다. 4. 기관 현황 목사님이 이곳에 오신지 5년이 되었다. 목사님이 처음 오셨을 때 이 마을 사람들은 옷도 입지 않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 마을에서 4명의 학생들을 부에노스아이레스 신학 대학교에 보내 교육하고 계신다. 그리고 공립학교에 5명의 학생들을 보내고, 사립학교에 1명의 학생을 보내 교육하고 계신다. 목사님께서는 앞으로 이 근처에 기숙사를 짓고 인디오 원주민 신학 대학교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고 계신다. 그래서 지금 기숙사가 공사 중에 있고 몇 달 후에 완공된다. 그러면 각 마을에서 공부를 할 인디오 아이들을 불러서 체계적인 교육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한 3월 달부터 목사님 사택에는 다른 목사님 가정이 선교 활동을 돕기 위해 오셨다. 그리고 목사님 사택에서 인디오 아이들 4명이 함께 살고 있다. 따라서 사택에서 한 지붕 세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5.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조그만 시내로의 외출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는 이제야 진정한 촌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이곳에서 이들과 부딪기며 살아 간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정글에서의 삶은 어찌 보면 참으로 생경한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겐 이들의 문화도 어색하게만 다가왔다. 비가 온다고 학교에 안가는 녀석. 그냥 가기 싫다는 이유로 학교에 안가는 녀석. 그 녀석과 학교에 가라고 실랑이를 하다가 선생님답지 못하게, 급기야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 말도 없이 어느 날 그냥 집을 나가 버린 아이들에게 화가 나서 혼자 씩씩거리기도 했다. 14~16살 밖에 안 된 여자아이들이 애를 키우는 모습, 그리고 이들을 그냥 떠나버리는 남자들을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의 땅바닥에서 열대어명의 식구들이 불만 피워두고 자는 모습이 서럽게도 느껴졌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어색함 속에서도 나는 철없게도 사소한 사고를 몰고 다니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곳에서의 삶은 그래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엔 ‘사람’이 있다. 동네 총각이 수줍게 내민 대바구니 선물이 고맙다. 직접 만든 목걸이도 예쁘다. 브라질계 현지 아이들의 조촐한 생일 파티 초대가 고맙다.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에 손짓발짓까지 섞어가며 얘기하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아이들. 나에게 과라니어로 뜨레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장난치는 아이들이 귀엽다. 이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 것이 좋고, 축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나는 이곳에서 ‘마음은 빛보다 빠르다.’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이 곳에 철없는 어린 선생님으로 왔지만, 이 아이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많이 배워야지. 그리고 복습도 해야지. 그래서 두고두고 써먹어야지. 어쩐지 나는 이제 곧 인디오 푸른샘 마을과 아주 달콤한 사랑에 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l김신애 sa2509@hanmail.net

Thu Aug 25 2005 12:4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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