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염지연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위하여

Tue Feb 15 2005 12:1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위하여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자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자. 나는 내가 사는 이 땅의 반만년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누군가 물으면 으레 ‘우리는 찬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고 대답하는 나는 정말로 이 나라 역사의 찬란한 모습을 가슴속에 담고 있는가? 새로운 것은 그 화려함으로 감각을 자극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를 북돋워줄 수 있는 것은 어떤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낡고 낡아 이제는 닳아 없어져버린 역사 한 조각이다. 특히 건강한 패기와 뜨거운 열정을 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끝없는 에너지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역사’인 것이다. 여기 우리 역사에 소중한 가치를 부여하는 책들이 있어 소개한다. 1.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선비(정옥자, 2002, 현암사) 이 책은 조선시대의 사회 지식인 계층이라 할 수 있는 선비들을 다루고 있다. 선비들에 대해, 그리고 조선에 대해, 우리는 간혹 왜곡된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했음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당쟁을 일삼아 국치에 혼란을 가져온 선비의 모습은 요즘 혼란스러운 각 당의 세력다툼에 곧잘 비교되곤 했다. 도대체 이 시도를 처음에 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선비들의 싸움은 이념 논쟁이었다. 그들은 학자이자 정치가로서의 본분에 몸과 마음을 바친 사람들이었고, 그 때 그 때의 이익에 휘둘리는 가벼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학파의 이론을 위해 싸웠을 뿐, 오늘날의 정치권에서 곧잘 벌어지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았다. 몇 백년간 조선의 뿌리가 된 숭고한 정신세계의 완성을 이룬 사람들이 바로 우리선비들이다. 작가는 곳곳에서 우리의 사대주의적 역사관을 꼬집는다. 많은 사람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를 조선의 쇠퇴기라 한다. 하지만 작가는 병자호란 이후 조선이 망하기까지는 300년도 넘게 걸렸다는 점을 들며, ‘세상의 그 어떤 나라가 망하는 데 3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던가?’라며 반문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대국이었다는 원나라는 존립 기간이 100년을 넘기지 못했다. 또한 작가는 조선의 쇠퇴를 왜란과 호란이라는 외부요인에서 찾은 점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자국의 운명에 외세를 개입시키는, 이른바 ‘사대주의’가 강하게 표출된 부분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으면, 꼿꼿한 지조와 강인한 기개, 불굴의 의지, 그리고 항상 깨어있는 정신력으로 살아가던 우리선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한 시대를 이끌던 그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은 이 시대 지식인의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2. 한중일 역사인식과 일본교과서(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2002, 역사비평사) 역사 교육은 나라의 미래 주인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역사 수업을 받았으며, 같은 내용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가며 역사를 배웠다. 일본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역사를 자국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 못해, 이제는 식상한 주제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찾아내고자 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한국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를 뜨겁게 달군 그 사건 이후, 한중일 3국이 참가한 ‘역사인식과 동아시아평화포럼’에 발표된 세 나라 학자들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포럼은 2002년 3월을 시작으로 총 3차례 중국, 일본, 한국에서 차례로 개최되었다. 그 중, 이 책은 제 1회 포럼에서 제출된 논문 18편을 다룬다. 학자들은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를 교묘하게, 하지만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그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최근 시작된 그들의 역사 교육 개편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일본 교과서문제 파동을 일으킨 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함을 알리며, 일본 정치가 진영의 보수파와 ‘자유주의사관 연구회’라 자칭하며 이론가 역할을 하는 일부 지식계층, 전형적인 우파 학자들과 몇몇 언론, 그리고 행동파 우익단체들로 크게 세력을 분류해 놓기도 했다. 이는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치밀한 계획 속에 이루어져 온 것인지 충분히 알게 한다. 첫 번째 개최지가 ‘난징대학살’이 벌어졌던 난징이었다는 점에서 책을 엮은 사람들은 이 포럼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아울러 동북아가 새로운 연대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공동의 역사인식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초석을 닦았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그들의 역사 왜곡에 단순하고 무식한 분노만을 앞세우기 전에,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 전문가들의 논문을 살펴봄으로써 일본의 잘못된 행동에 보다 객관적인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배경을 튼튼히 다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한 참된 시각을 찾을 수 있다. 고려대 l 염지연 mksal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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