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곳

노현지

질투는 나의 힘

Thu Jan 07 2010 01:00: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질투는 나의 힘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우리는 살면서 질투라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질투란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이죠. 그러나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질투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저는 부유하지 않습니다만 빌 게이츠를 질투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내가 사는 세계의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죠. 보통 질투는 나의 생활 세계 안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게 됩니다.사람에 따라 한 사람을 유난히 질투하는 사람도 있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질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명을 질투하던 간에, 질투라는 감정은 사람을 굉장히 피곤하게 만들곤 합니다. 가슴은 답답하고, 질투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표정관리는 힘들어지죠. 질투하는 자신을 의식하면 할수록 질투는 점점 더 자라납니다. 질투의 대상과 스스로를 비교할수록 ‘나’는 점점 더 초라해지고, 자존감은 짓밟히고, 만약 자기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것이 상대방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면 순식간에 자신의 존재 의미조차 흔들리기도 합니다.질투라는 감정은 이렇게도 치명적이어서, 때때로 사람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에 대한 질투에 못 이겨 모차르트를 죽이려 하죠. 삼국지에 나오는 주유도 제갈량의 천재성을 질투하여 하늘에 대고 원망한 예도 있고요.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던 1등을 내내 질투하던 2등이 1등을 따라 같은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거기서도 끝내 1등을 이기지 못하자 자살을 했다는, 괴담 같은 이야기도 흔하지요.질투가 스스로를 좀먹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질투에 휩싸이게 되면 그것을 억누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질투는 사랑과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되고 스스로를 잊어버릴 정도로 도취적인 면이 있다는 점이 그렇지요. 어찌 보면 질투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첫째, 질투하는 사람이 가진, 내가 갖지 못한 그것을 쟁취한다. 둘째, 그를 내 눈 앞에서 없어지도록 한다. 셋째, 마음을 비운다. 첫번째 방법이 사실 가장 이상적입니다만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질투하지도 않겠지요. 그리고 원래의 질투 대상보다 뛰어난 또 다른 질투의 대상이 생길 수도 있고요. 두번째 방법이 현실적인데, 그를 사라지게 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그의 곁에서 떠나는 방법이지요. 그러나 어쩐지 현실도피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방법이 그나마 가장 나아 보이는데, 질투하는 자신을 관조해보면서 그것의 덧없음을 느끼는 방법이지요. 사실 고만고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차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복닥복닥한 좁은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눈 앞에 있는 것에 집착하여 그것이 세계의 모든 것인양 착각하게 되지요.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우리의 고단한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인지도 모릅니다만, 집착에서 오는 압력은 우리를 피곤하게 합니다. 질투도 그러는 와중에 생기는 감정이고요. 결국 가끔 모든 것을 벗어 놓고 저 높은 곳에서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스스로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지금까지 매달렸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지요. <질투는 나의 힘>을 읽다 보면 시의 화자의 생이 정말 고단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해옵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혹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은 채 덧없는 거리를 헤매는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게 됩니다. 희망의 내용이 질투뿐이라는 것은, 얼마나 절망적인지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잊기 쉬운 삶의 비의인 것 같습니다. 7기l 노현지 ci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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