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신동민

“각본없는 경기, 드라마 인생”: 1. 2002월드컵 이탈리아전

Thu Dec 31 2009 09:11: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각본없는 경기, 드라마 인생”: 1. 2002월드컵 이탈리아전 2010년 경인(庚寅)년 호랑이의 해를 맞아, 장학생 세상만사는 조금더 친숙한 그러나 한층 더 의미있는 새로운 코너를 연재해보고자 한다. 2008년도 말부터 8차례 이어졌던 삼국지연의 시리즈보다는 다소 깊이는 덜하지만 한층더 우리 인생에 던져다주는 의미가 큰, 새 내용을 제시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주제는 바로 “각본없는 경기, 드라마 인생.” 새 밀레니엄을 맞는다고 난리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0년대도 10년이 흘렀다. 82년 필자의 탄생과 함께 개막한 프로야구도 어느덧 29년차. 90년대 베이스볼 키드, 2000년대 “월드컵 학번”이었던 3기 장학생들의 나이도 이제 서른을 훌쩍 바라보게 된 것. 그만큼 장학생들의 성장기, 20대 풋풋했던 시절 우리를 뜨겁게 만들었던 스포츠 명승부 장면장면도 이제는 어느덧 대한민국 스포츠의 전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마치 인정하기는 싫지만 앨트웰 선배 장학생들이 결혼을 하고, 애아버지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때로운 왕언니가 되어버리듯, 장학생 선발 처음 가졌던 높은 이상과 꿈이 이제는 현실의 벽을 마주하거나, 그 무게에 맞써고 있는 인정하기 싫은 시간의 흐름과 같이 말이다. 이 점에서 지난 시기 우리 젊음을 수놓았던 각본없는 드라마와 같던 경기를 되짚어보는 것은 우리네 인생에 뜨거운 감동을 또다시 한 번 느껴 보는 “가벼운 터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마치 한 인터넷 신문의 기자가 “야구의 추억(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888186)”을 통해 자신의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있듯이 말이다. 이에 본 연재 첫 번째 시리즈로, 이제는 어느덧 성장해 대다수 사회 초년병 시기를 보내고 있는 2000년대초 학번들의 꿈 많고 열정 넘치는 대학생활을 상징했던, 우리나라 축구사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2002년 월드컵 이태리전을 되돌아본다. 월드컵 학번의 꿈, 02년 이탈리아전http://www.youtube.com/watch?v=9RoddL10Ukc&feature=PlayList&p=CEB995256722401E&playnext=1&playnext_from=PL&index=17) 2002년 6월 18일, 소위 “월드컵 학번”들은 거리에서, 브라운관에서 혹은 관중석에서 대전 한밭경기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세계 최강의 빗장수비를 자랑하는 아주리 군단과 예선전 포르투갈을 완파한 태극전사와 16강전 한판 승부가 벌어졌기 때문. 세계 최강 축구팀들을 상대로 겁없는 도전을 펼치고 있던 기세에 하늘도 화답하듯 전반 5분만에 한국에 천금의 기회가 찾아왔다. 프리킥 대기시 설기현이 이태리 수비수 파울에 넘어지며 페널티킥 기회를 얻어낸 것. 키커는 월드컵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던 안정환. 브라운관에 비친 안정환의 얼굴에서 불안감을 읽은 사람이 또 있었을까. 다소 정면으로 향한 킥을 최고의 골키퍼 부폰이 몸을 날려 쳐낸다. 머리를 감싸진 안의 표정은 곧 우리의 모습이자 앞으로 벌어질 처절한 경기 양상을 예견하는 듯 했다. 거칠고 잘 지키는 이태리 축구의 무서움을 알고 있던 우리였기에......전반 8분 수비수 김태영이 가격당해 실려나간 것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밀리던 한국은 18분 결국 오른쪽에서 감아들어온 공을 “권투선수” 비에리가 마치 기중기가 땅을 내려찢는 듯한 힘으로 헤딩, 한국 문전, 그리고 우리의 응원을 갈라버린다. 전반, 후반 안정환이 슈팅, 프리킥을하며 분전했지만 이태리의 높은 벽을 뚫기에는 부족해보였다. 슬슬 여기까지가 한계인가보다라는 나약한 생각을 떠올리는 것 자체를 질책하는 것이었을까......명장 히딩크가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초유의 공격전법을 선보였다. 수비수 김태영 대신, 황선홍을,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 대신 이천수를 그리고 후반 37분 홍명보를 빼고 차두리를 투입, 벌떼공격을 펼친 것. 0:2, 3으로 질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겠다는 강한 집념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후반 27분에는 “악몽” 비에리가 천금의 1:1의 찬스를 하늘로 날려버렸다. 사실상 들어갔었다면 게임은 끝나는 상황. 아직까지는 한국의 운이 끝나지 않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던 운명의 후반 43분.......박지성이 중앙으로 툭툭치며 돌파하다 뒤돌아선 황선홍에게 연결했고 그는 논스톱으로 중앙으로 볼을 띄운다. 풀백 파누치 넘어지며 공을 쳐내지 못했고, 이를 설기현이 왼발로 휘졌는다. 1:1......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 후반 45분 차두리의 열정의 오버헤드 슛, 연장전반 황선홍의 노련한 땅볼 프리킥 등이 이어지며 거세게 이태리를 몰아친 한국. 연장전반 아직도 세계 축구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판정의 주인공, 모레노 심판의 초점없는 눈이 허공을 응시하며 이태리 “악당”들의 수장 토티에게 레드카드를 내민 순간, 운명의 여신은 한국 축구사 최고의 드라마에 해피엔딩을 예견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연장 후반 종료를 2분 남긴 시점 왼쪽에서 이영표의 크로스가 아크 중앙을 향했고, 우리 모두의 두 눈과 하나의 심장은 전반 5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천금의 기회를 날려버렸던, 안정환으로 향했다. 슬로우 비디오가 흐르듯 마치 한 마리 고고한 새처럼 뛰어오른 한국 축구 최고 드라마, 그날의 주인공은 이태리 수비의 전설 말디니를 앞에 두고 사뿐히 헤딩하였고, 공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이태리 골문 오른쪽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 2:1, 118분의 사투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02년 월드컵 이태리전은 어쩌면 우리 월드컵 학번, 월드컵 대학생들의 젊음의 르네상스를, 그리고 20대를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억눌렀던 고등학교 공부와 입시를 이겨내고 아무것도 거릴 것 없이 마음과 지성의 자유를 “쟁취”, 만끽하고 있었던 그 시기가 마치, 0:1로 끌려가고, 거친 몸싸움을 연장 끝에 이겨낸 이태리전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친듯이 환호했고, 미친듯이 거리로 쏟아져나갔으며 미친듯이 울부짖었던 것이었을까. 그러나 8년여가 지난 지금, 그 때 드라마의 주인공들도, 우리들은 너무나도 바뀌어 있다. 약관 스무살에 이태리 축구의 상징 말디니 머리통을 걷어차 버린 “당돌한 아이” 이천수가 사우디에서마저 방출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어쩌면 20대후반, 30대초반 우리의 우울한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에, 조직에,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라는 현실에 조금은 눌려있는 지금 우리들 모습처럼 말이다. 그러나 02년 차지했던 대표팀 영건의 자리를 이제는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에게 내주기는 했지만 어느덧 축구대표팀 중추로 자리잡은 또 다른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들에게서 또 우리에게서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 야생마처럼 질주했던 차두리가 이제는 조금은 안정적인 수비수로 변신한 것처럼, 그리고 당시 막내 박지성에게서 이제는 성숙한 남자의 향기가 나는 것처럼, 마음속의 열정을, 머릿속의 이상을 현실과 조화될 수 있도록 조금은 세련되게 풀어놓는 그런 노련함을 보이는 것 말이다. 02년부터 그간 많은 부침을 겪은 한국축구가, “Again 1966"을 외치듯, 그리고 우리가 아직은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졸업생l신동민 stooc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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