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70년 만에 베일 벗은 性전환 원조

Mon Nov 23 2009 14:2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1930년대 부부 화가 이야기뒤늦게 소설·영화로 알려져 -조선일보 아카데미상 수상 경력의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37)와 할리우드 미녀배우 니콜 키드먼(42)이 '대니쉬 걸(The Danish Girl)'에서 성전환 부부 역할을 맡는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키드먼은 이 영화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는 주인공 화가 역을 맡을 예정이다.문화일보 11월 10일자 보도 이 영화는 1930년대 초반 덴마크 코펜하겐의 화가 부부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여장(女裝) 남편이 아내가 그리는 초상화의 모델이 되곤 했는데 나중에는 아내의 독려에 힘입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다는 얘기다. 최초의 성전환 수술 사례는 곧 잊혀졌다. 그 자리를 1952년 성전환 수술이 차지했다. 미국의 조지 조르겐슨이라는 20대 남자가 크리스틴 조르겐슨양으로 성전환 수술한 것이 원조처럼 알려져 온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또 70여년 만에 베일을 벗은 덴마크 화가 부부는 어떤 이들이었을까. 남편 에이나르 베게너는 주로 풍경화를 그리던 이였다. 아내 게르다(소설과 영화 속 그레타)는 인물화 그리는 걸 좋아했다. 어느 날 게르다 초상화의 여성모델이 펑크를 냈다. 게르다는 남편에게 그 역할을 부탁하며 모델이 신던 부츠와 의상을 건넸다. 주저하던 남편은 아내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여장한 남편은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끼며 몹시 행복해 했다. 아내도 이런 남편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남편이 여장 모델로 나서고 아내가 화폭에 옮기는 공동 작업이 계속됐다. 그들의 작품은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러던 중에 남편이 여장 모델이었다는 얘기가 세간에 회자됐다. 성(性) 정체성에 관한 남편의 걱정은 깊어졌다. 아내는 남편에게 성전환 수술을 권했다. 비록 남성으로서의 남편을 잃더라도 그가 진정한 행복을 찾길 바란 것이다. 남편은 1930년 독일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이름도 에이나르 베게너에서 릴리 엘베로 바꿨다. 비록 남녀 간의 애정은 사라졌지만 이들의 애틋한 사랑은 이어졌다. 릴리 엘베 성전환 수술은 당시 덴마크를 비롯해 유럽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덴마크 국왕은 이들의 결혼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어느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할 것 같던 이들의 행복은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릴리 엘베로 새 삶을 살게 된 에이나르는 수술을 몇 차례 더 받았는데, 부작용으로 1931년에 숨졌다. 이후 세상은 이들을 기억해주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이들 부부는 왜 까마득히 잊혀졌을까. 전 세계를 흔들었던 굵직굵직한 사안들 때문이었다. 릴리 엘베가 세상을 떠난 1931년 이후, 세계는 '불안'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930년대 말까지 여파가 계속된 대공황과 1939년에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 등이 그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에이나르 부부 사건은 묻혔다. 그렇다면 70년 뒤에야 이들 부부 이야기가 다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뭘까.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접하게 된 미국작가 데이비드 에버쇼프 덕분이었다. 그는 대학출판부에서 일하는 친구가 보내준 성(性) 이론 관련 책을 읽다가 에이나르 이야기를 발견했다. 이후 각지에서 자료를 모았다. 에이나르 사후(死後)인 1933년에 뒤늦게 발간된 '릴리 엘베의 일기와 서신'을 찾아내면서 베일에 싸여 있던 그의 삶을 벗겨 낼 수 있었다. 에이나르 부부 이야기를 담은 소설 '대니쉬 걸'<아래 사진>은 2001년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화되고 있다. 1952년으로 알려졌던 성전환 수술 원조가 1930년 릴리 엘베 사례로 굳어지게 된 것도 이 소설의 덕이 컸다. 최근에는 퇴역 군인 출신으로 77세에 성전환 수술을 받고 할머니가 된 미국의 리처드 램지가 화젯거리다. 자식도 4명이나 둔 그를 최고령 성전환자로 기네스북에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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