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내 도전의 공통점은 ‘재미’… 변신이 아니라 진화다”

신영미

ㆍ음반내고 인생 5막 준비하는‘친절한 남자’주철환 -경향신문 이렇게 양명한 백수가 있을까. 임기를 6개월 앞둔 지난 1월 OBS 경인방송 사장에서 물러난 주철환 전 사장은 실업자가 되어 우울할 거란 예상과 달리 마냥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이다. 최근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10곡을 담은 ‘노래는 불러야 노래’란 음반을 발표하면서 지난 9월26일에는 이화여대 ECC에서 콘서트도 가졌다. 토요일 저녁의 콘서트에는 800석의 자리가 꽉 찼고 많은 이들이 서서 ‘신인가수 주철환’의 노래와 김혜자, 최민수, 이금희 등 화려한 초대손님들과의 무대를 즐겼다. 중·고교 선생님에서 스타 프로듀서, 이화여대 교수에서 방송사 사장으로 변신할 때마다 화제를 모았고 이제 인생 5막을 준비하는 그를 만나 어떻게 하면 그토록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지, 또 어떻게 해야 항상 유쾌하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를 물었다. -콘서트장에 가보니 톱스타 초대손님은 물론 부모따라 온 두살짜리 아이부터 백발의 어르신들까지 너무 많은 이들이 왔더군요. 빅뱅의 공연도 아니고 주인공이 실력자라 눈도장 찍을 이유도 없는데요. “저도 놀랐어요. 지인들에게 초대장을 보내긴 했지만 너무 많이 와주셔서 제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무료 행사장엔 잘 안가게 되죠? 이번 콘서트도 무료였는데, 그것도 토요일 저녁 행사에 찾아와주셔서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죠.” -솔직히 노래도 탁월한 수준은 아니고, 이금희씨가 춤 연습 좀 해야겠다고 지적할 만큼 춤도 어색하게 추면서 왜 콘서트를 했습니까.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항상 흥얼거렸어요. 초등학교 때도 동요보다는 윤복희, 김추자, 문주란씨의 노래를 흥얼거렸고 국어선생님을 하면서도 애들에게 노래를 가르쳐줬죠. 제가 연출했던 <모여라 꿈동산> <퀴즈아카데미>의 주제곡도 제가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은 제 노래를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난 7월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는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5살때 생모가 돌아가셔서 고모님을 친엄마로 부르며 살았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저를 찾아와 위로해 준 분들을 위해, 어머니가 유난히 제가 노래 불러드리는 걸 좋아하셨기에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노래가 좋아서 부른 거지 직업가수가 되려는 건 아닙니다. 제2의 박지성 선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축구가 좋아 열심히 공 차는 조기축구회 아저씨의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MBC PD 시절에 방송국에서 지나가는 모든 이들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OBS경인방송에서도 전 직원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사장님이면서 ‘형님이라고 불러’라고 말하셨다는데 그런 친화력은 타고 났나요, 혹은 노력을 합니까. “늘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고 싶거든요. 주철환의 강점과 매력은 친화력입니다. 전 항상 ‘부자유친’을 부르짖죠. 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고 친절하게! 그런데 남들과 진심으로 친하게 교류하려면 상대의 꿈과 고민에 대해 파악해야 합니다. 그저 만나는 것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관심어린 관찰과 대화가 필요해요.” -나이들어서는 새로 친구를 만들기도 힘들고 옛친구들과 우정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데요. “친구를 사귀는 게 뭐가 어려워요?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기만 하면 돼요. 진짜 좋아한다는 진심이 통하면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게 되고 그럼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거죠. 난 누가 싫은데 의무감으로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누굴 만나면 선입견없이 좋은 점만 보려고 해요. 제가 골목대장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게 참 좋아요.” -일반인은 그렇다치고 감수성 예민하고 까다로운 연예인들과는 어떻게 친분을 유지합니까. “그들의 장점만 봅니다. 그들의 단점은 제게도 있는 것이고 그 단점 때문에 제가 불편하면 서로 손해죠.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장점은 있잖아요.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이 아닌데 연예인들에게 청문회처럼 굳이 단점을 발견하고 지적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물론 서운할 때도 있죠. 하지만 빨리 지우고 넘겨 버립니다. 저도 그렇지만 어른이 되면 단점과 결점은 고치기 어렵죠. 그저 감싸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항상 주변에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어른들과 가깝게 지내기 싫어하는데. “지금은 제 친구보다 친구의 아들딸들과 더 친하게 지냅니다. 친구들 만나는 것보다 젊은애들을 만나는 게 더 즐겁고 신나거든요. 많은 분들이 제게 젊은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비결을 묻는데 방법은 단순해요. 일단 돈을 써야 해요. 만나서 밥도 사주고 공연도 보여주면서 장터를 마련해줘야 그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죠. 또 포용력과 전문성도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값비싼 식사나 술을 사줘도 만나서 재미없거나 잔소리를 들으면 더 이상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르거나 다소 버릇없이 굴어도 ‘그럴 수 있다’라고 포용해야 하고, 그들에게 들려줄 전문 분야의 이야깃거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55세의 중년남성에겐 좀 죄송한 표현이지만 참 귀엽습니다. “죄송하다뇨, ‘귀엽다’는 게 제겐 찬사예요. 전 귀여움으로 승부하거든요.(웃음) 제가 귀엽다면 그 비결은 동심을 유지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은 남을 지배하거나 정복하려 하지 않고 나이로 누르려거나 지위로 무시하지 않아요.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진 ‘귀여움’으로 무장하고 다가서면 다들 마음이 편해지고 경계심을 풉니다. 어린아이만 귀여우라는 법이 있나요. 전 앞으로 60, 70이 되어도 귀여운 할아버지로 나이들고 싶어요. 다행히 송해, 이어령 선생 등 귀여운 어르신들이 주변에 많아 벤치마킹하려고 합니다. ”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단점은 무엇입니까. “빈 말을 많이 한다는 지적을 받아요. 제가 아무에게나 생각없이 칭찬, 덕담을 해준다는 거죠. “근사하다” “최고다” “잘 될 거다” “그거 성공할 거다” 등등…. 박경림, 박명수 등 제가 주례를 서준 이들이 한결같이 “모두 날 무시하고 인정해주지 않았을 때 선생님은 언젠가 잘 될 거라고, 성공할 거라고 힘을 주셨다”고 하더군요. 제가 한 덕담들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내서 성공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왜 아무에게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느냐고, 빈 말 좀 그만하라고 질책합니다. 하지만 제가 한 말은 허언이나 가식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주는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그래도 싫은 사람이나 화날 때도 있지않습니까. “당연히 있죠. 인간이면 누구나 싫은 감정을 갖게 되죠. 다만 싫어하다와 미워하다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햄버거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미워하진 않는 것처럼 사람도 싫으면 그냥 안보면 그만입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럼 제가 그 사람을 위해 가급적 만남을 피해요. 화를 잘 안내지만 열받을 때는 있습니다. 동사무소나 공공기관에서 친절을 기대했는데 친절하지 않은 공무원 등을 만날 때죠.” -과거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주철환은 프로듀서들 사이에서 하나의 신화다’ ‘그가 연출한 프로그램마다 대박이 터진 예능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등의 찬사가 가득하더군요. 스타PD 1호로도 불리는데 그렇게 튀면서 조직에는 어떻게 순응했습니까. “MBC의 조직문화는 프로듀서들이 튀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물론 뒤에서 프로그램이나 잘 만들라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프로듀서면서 글도 쓰고 작곡도 하는 튀는 행동을 너그러이 웃어 넘겨주셨습니다. 대놓고 나무라는 선배들에게는 “선배니이임, 글쓰기는 제 취미생활이에요오오”라며 애교전법으로 넘어갔고요. OBS경인방송 사장 시절에도 사장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형처럼, 친구처럼 지내려고 메일도 보내고 우애를 강조했습니다. 이젠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달라지는 시대입니다.” -재미만 추구하고 출세나 성공에 전혀 연연해하지 않을 것 같은데 차근차근 박사학위도 따고 사장까지 지냈는데 혹시 성공 계획표대로 살아가는 ‘내숭과’는 아닙니까. “사람은 누구나 예정된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전 목표를 향해 달려간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과 즐겁게 친절하게 지냈는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박사학위도 그래요.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계속 했는데 프로듀서 시절엔 차분히 박사 학위 논문을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대 교수로 옮긴 후 마침 박사공부를 했던 고려대에서 과정을 밟고도 오랫동안 논문을 안쓴 이들을 위한 구제기간을 줘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땄고요. 교수는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긴 했지만 새로운 방송사에서 제가 구상한 근사한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 있겠다란 생각에 옮긴 것이지 사장이란 직함이 탐나서는 아니었습니다.” -선생님, 피디, 교수, 방송사 사장 등 매번 전직이나 변신을 할 때의 판단기준은 뭡니까. “좌우명이 ‘재미있게 살고 의미있게 죽자’입니다. 제가 선택하고 도전하는 것의 공통점은 ‘재미있는 곳’입니다. 전 어릴 때부터 TV와 라디오를 좋아했고 학생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교수직도 장상 전 이대총장이 ‘연구 교수가 아니라 프로듀서 교수가 돼달라’고 하기에 재미있을 것 같아 교수가 됐고 제 마음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해 OBS 사장직을 맡았습니다. 일관되게 재미만 추구했으니 변신이라기보다 ‘진화’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50대 이후의 중년남성들은 꿈은커녕 ‘직장에서 잘리면 어떡하나’ ‘암에 걸리면 어쩌지’ 등 악몽에만 시달리고 있습니다. “의지와 재능만으로는 절대 꿈을 갖지도, 이루지 못합니다. 꿈은 어느 장소에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굴 만나느냐가 중요해요. 제 꿈은 나이에 상관없이 생각이 젊은 사람들을 만나 젊은 감성을 유지하는 겁니다. PD때부터 외부활동으로 월급만큼의 부수입이 있었는데 그 돈을 저축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투자했습니다. 그 씨앗이 이제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더군요. 1억원만들기보다 추억만들기가 더 소중하고 통장에 저축해 둔 돈보다 타인의 심장에 꽂아둔 돈이 더 가치있습니다. 열정은 있어도 돈이 없는 젊은애들에게 기꺼이 스폰서가 돼 주었는데 그 젊은이들이 더 재미난 세상을 만들고 싶은 제 꿈을 이루게 합니다.” -팍팍한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50대 중년들에게 위안의 한 말씀 해주신다면…. “나이들어 중요한 건 건강과 화목입니다. 그런데 나이들수록 마음속에 노여움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변과 불화하고 고독하게 됩니다. 화를 억제하는 방법, 작은 일에 감사하는 법을 훈련해야 해요. 요즘 전 옛친구들과의 친목도모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직장이나 다른 일로 바빠서 잘 못만났던 친구들을 수시로 소집해서 노래방도 가고 수다도 떱니다. 감성이 석고처럼 굳어지고 혼자 노는 친구들에게 제가 그들을 착착 이어붙이는 아교 역할을 하려 해요. 또 제 이름 철환을 따서 C&H 연구소를 차릴까합니다. 변화(C)와 희망(H), 창조(C)와 인간(H), 유머(H)와 도전(C)…. 이런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컨설팅과 교육도 해주는 연구소 말입니다. 물론 영원한 프로듀서로 좋은 작품도 만들고 싶고요.” 그는 인터뷰 내내 ‘재미’와 ‘친절’을 강조했다. 우리는 사소한 일에 얼마나 자주 재미를 느끼는가, 청탁이나 문의사항 없이 그저 보고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건 적은 몇번인가, 친절한 미소를 얼마나 자주 짓는가…. 박사에 방송사 사장님의 이력서를 가진 55세의 그에게 그토록 동안으로 보이는 비결을 묻자 그는 “성형수술이나 보톡스 주사가 아니라 귀엽고 재미있는 동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주철환은 누구인가 교사·스타 PD·교수·방송사사장·가수…변신할 때마다 화제 1955년생이지만 얼굴은 65년생, 마음은 85년생인 영원한 프로듀서. 교사, PD, 교수, 방송사 사장에 이어 올가을 앨범을 발표하며 50대 중반에 인생 5막을 다시 시작한다. <모여라 꿈동산> <퀴즈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 만드는 프로마다 대박을 터뜨렸고 13권의 저서가 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과 모두에게 친절한 태도가 스스로 꼽는 장점. “환갑 무렵엔 요리연구가나 발레리노로 변신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진화할 뿐이라고 답한다. 교수인 부인과 사이에 1남.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처남이다.

Fri Oct 16 2009 14:3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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