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삼겹살에 소주 회식이 고통인 사람도 있어요”

신영미

ㆍ인권영화 ‘날아라 펭귄’ 만든 임순례 감독 -경향신문 임순례씨(48)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이자 영화 감독이다. 7년째 락토 오보 채식(달걀과 유제품은 먹음)을 하고 있으며, 지난 초복엔 인사동에서 개고기 식용 반대 시위, 말복엔 죽어간 개를 위한 위령제를 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 달라이 라마의 신년 법회 참석을 위해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를 찾은 적이 있다. 그는 아울러 24일 4번째 장편영화 <날아라 펭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날아라 펭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영화다. 그동안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대신 처음으로 장편을 택했다. 임 감독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이전부터 연출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하다가, 결국 수락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그는 “너무 잘나가는 감독은 바빠서 못할 테고, 적은 예산으로 불평 없이 완성할 감독을 찾으니 내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예산은 진행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우생순>으로 인연을 맺은 문소리에겐 차마 캐스팅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지만, 문소리가 영화 시나리오를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특정 배우가 부각되지 않는 교통비, 코디네이터 비용까지 스스로 대는 이른바 ‘마이너스 개런티’를 감수하고도 배역을 원했다. 박인환, 정혜선 등 노배우 역시 황혼기 부부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그린 시나리오에 호감을 보여 쉽게 캐스팅했다. <날아라 펭귄>은 학원이 싫은 초등학생, 아들 교육에 목을 맨 ‘알파맘’, 채식주의자와 담배 피우는 여자, 외로운 기러기 아빠, 황혼 이혼의 위기에 놓인 부부를 통해 생활 속 인권 문제를 돌아본다. 임 감독은 “인권영화의 취지는 좋았지만 대중이 어려워한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것도 인권 문제인가’ 할 정도로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소재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는 남성적인 회식 문화가 여전한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채식주의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삼겹살에 소주 회식이 잦은 영화판에서 채식을 고수하는 감독의 감정이 이입된 이야기일 법하다. “살아있는 조개를 뜨거운 물에 넣을 때 안타까운 감수성은 늘 갖고 있었어요. 그래도 채식을 실행하진 못했는데, 우연히 들어간 시장의 개소주 골목에서 충격을 받은 애견가 프로듀서의 얘기를 들었어요. 저도 개를 키우지만 잃어버리면 누군가의 식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채식을 하니 몸보단 마음이 편해요.” 임순례 감독의 초기작 <세 친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우생순>부터 선보인 감독의 대중적 화법에 낯설어할 수도 있다. 그는 “미학적 욕심, 예술가로서의 평가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소재에 따라 규모와 형식을 달리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양평에서 유기견 세마리와 함께 산다. 서울에 살다가 개가 뛰놀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아예 넓은 마당이 있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텃밭에 농사를 짓고 여름이면 뒷마당에 가득한 반딧불이를 만난다. 그는 “개 때문에 이사했는데 혜택은 내가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감독의 차기작은 ‘농사꾼 소설가’로 알려진 김도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다. <글 백승찬·사진 김영민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Mon Sep 14 2009 09:56: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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