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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수

돈내고 비방당할 수 있는 기회?

Tue Jun 30 2009 14:2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관객모독] 돈 내고 비방당할 수 있는 기회? [관객모독] 이 작품의 대담한(?) 제목은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1978년 초연된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어요. 극단 76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관객모독’은 현대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피터 한트케의 작품으로 지금은 대학로 큰 길가에 있는 미스터피자 건물 안 창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입니다. 필자는 이 작품에 대한 입소문을 많이 들어왔던 터라 많은 기대를 하고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조명이 꺼지고 다시 켜지자 무대 위에 있는 건 네 개의 나무 의자와 그 위에 앉은 네 명의 배우들 뿐. 갑자기 한 배우가 "여러분이 늘 보았던 것들을 여기서는 보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늘 들었던 것들을 여기서는 듣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기대한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별 소용없게 됩니다"라며 말을 던지더군요. 이건 서두고 이제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되겠지...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습니다. 작품은 계속 이렇게 진행되더군요. 네 명의 배우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던지게 되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차츰 '여러분'은 ''너희들'로 바뀌고 배우들은 관객에게 직접 욕을 하는 경지에까지 이릅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갸우뚱하거나 자신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비방하는 배우들에게 반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차츰 관객과 배우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극을 구성하는 일부가 관객이 되어야 함을 자각하게 되지요. 즉, 일반적인 연극에서와 다른 ‘낯설음’을 느끼게 되면서 차츰 그 시간에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식하거나 비판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배우들은 관객들이 이 메시지를 알게 하기위해 무대 위에서 거의 쉴 새 없이 말을 합니다.(정말 대단합니다, 그 대사들을 어떻게 다 외우고 청산유수처럼 말을 쏟아내는지...) 그들이 왜 그러고 있는지 아직도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관객에게는 직접 다가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모르시겠냐구요!”하며 눈물겨운 노력을 하기도 하지요. 무대엔 특별한 소도구도 없으며, 조명이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배우들은 무대로 나와 관객에게는 관심도 없이 제멋대로 지껄이다가 다함께 같은 말로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런 욕들은 역사, 문화를 비난하기도 하고 09년의 정치계를 풍자하는 등 담론들로까지 비약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언어가 파괴되면서 부조리한 말들이 난무하고 단어 간의 띄어쓰기가 엉망이 되면서 전혀 다른 의미가 파생되기도 합니다. 이 극이 형식파괴적이고 언어실험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여기서 언어는 단순히 의미 전달의 도구로 사용되기보다는, 불신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며 여기서 재미, 의문, 깨달음 등 다양한 층위의 감정들이 생겨납니다. 만약 전통극이 갖고 있는 무대장치, 극적인 행동, 사건전개, 감정이입 등의 요소를 부정하고 음향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세계를 재인식해보고 싶다면 이 극을 엄지손가락 두 개를 모두 들며 추천합니다. 이 극은 욕, 자기모독, 변명, 외침 등을 사용하며 비논리적 언어구사를 통해 관객을 말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는 관객들에게 배우들이 물세례를 퍼붓는데 이것도 다른 극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매우 색다른 경험이라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l장민수 minsu.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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