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대한민국 노동자는 ‘2등시민’인가

Sun Jul 19 2009 06:2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MB정권 노동정책의 문제점, 다수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고착화 -경향신문 한국에서 노동자는 ‘2등시민’인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지난 6월12일 청와대 게시판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아내 하영란씨가 장문의 글을 올렸다. 남편의 해고통지서가 담긴 노란봉투가 ‘사형선고’가 다름 없었다는 하씨는 “정녕 열심히 일한 노동자는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라고 호소했다. 부실 정부와 부실 경영이 만들어놓은 사태 때문에 왜 묵묵히 일만 해온 남편과 동료 노동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7월 1일 보훈병원에서 계약만료로 해고된 선명애씨는 9일 보건의료노조 집회에서 “직장 동료들이 많이 울었는데 나는 울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야 통곡했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서는 길에 아이에게 “‘엄마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했다. 비정규직 문제엔 ‘적극적인 자세’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은 폭발 직전의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경찰은 공장을 봉쇄했다. 해고 노동자와 가족 800여명은 공장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동안 사측은 조직적으로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권지영씨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사측은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사는 해고자 가족까지 회유와 협박 대상으로 삼는 비열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없이 노노간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해고 노동자 중 일부는 ‘공권력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6월 26일에는 파업 중인 노동자와 사측 노동자가 충돌해 70여명이 다쳤다. 경찰은 8일 파업 관련 노동자 2명을 구속하고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문제에 대해서는 방관자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에서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방향이 거꾸로다. 노동계는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의도적으로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3월19일 한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리 계산에 따르면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적어도 100만명이 계약을 새로 해야 하고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면 해고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기간 제한 조항 적용을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을 보완해야 할 노동부 장관이 오히려 해고대란을 부추긴다고 반박했다. 노동부는 기간제한 조항 적용이 유예되지 않으면 정규직전환지원금도 지원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참여연대는 지난 7일 이영희 장관이 비정규직법 시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이 장관을 직무유기죄로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노동자는 있지만 노동정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남신 전 이랜드 일반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노동정책은 없고 노동정책으로 포장한 친기업 정책만 있다”며 “노동3권 보장과 최저임금 보장, 근로조건 개선이 노동정책의 핵심이다.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도 바쁜데 노동자를 위해 쓸 돈이 있느냐는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정책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러나 방향은 고용의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고용유연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7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 유연성 문제는 금년 말까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 유연성 문제를 개혁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극소수를 제외한 다수 노동자를 저임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착화시키는 것이 현 정부의 유일한 노동정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반노동적 행보에 장애물이 된다면 입을 막아버리려 하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행위 돌입을 결정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연구원 사용자측은 올해 2월6일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공공연구기관 단체협약 무력화이상호 노동연구원 노조지부장은 “작년 8월 부임한 현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출마 반대를 선언한 뉴라이트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인사”라면서 “작년에는 뉴라이트 계열 연구자를 영입하려고 하다가 실패한 전력이 있고 노동연구원장으로서 노동정책에 대해 중립을 지키지 않고 비정규직법 사용제한 기간 철폐를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동연구원 사용자측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교섭에서 노무사들에게 교섭을 위임했다면서 사용자측이 조직적인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에는 지침이 하달돼 있다. 정부는 싱크탱크를 마우스탱크로 바꾸기 위해 기관평가 제도를 개편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보고가 나올 경우, 그것이 해당 연구기관장의 인사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5월에 개편된 기관평가 편람을 보면 ‘정책 수요 부응’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실상은 청와대와 정부 정책을 얼마나 잘 따라와 주느냐에 따라 기관평가 점수가 달라진다. 이런 식으로 정책연구소들이 정부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게끔 돼 있다.” 이상호 지부장의 말이다. 노동연구원이 소속돼 있는 공공연구노조 이광호 정책국장은 “공공연구노조 산하 14개 국책연구기관 중 아직까지 단협해지 통보를 받은 곳은 노동연구원뿐이지만 다른 기관도 대부분 단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조세연구원, 국토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이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에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노조가 있어야 연구자의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국장은 또 “현 정부 출범 이후 연구기관들이 정부 정책의 나팔수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이 모든 곳에 투영되고 있는데, 공공연구기관에서는 단체협약을 무력화해 노조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를 ‘2등시민’으로 만들고 노조를 압박하면서 정부가 만들려는 사회의 모습이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노동 없는 사회’를 지향할수록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건 자명하다. 김유선 소장은 “노동시장 양극화는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진다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성장 잠재력도 갉아먹고 있다. 사회갈등의 증폭은 우리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우리 사회가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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