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논란 남긴 ‘행복한 조력 자살’

신영미

ㆍ영국의 유명 지휘자 부부, 스위스 클리닉서 자살ㆍ“스스로 선택 필요” - “가난한 환자 치료포기 속출” -경향신문 영국의 유명 지휘자가 스위스의 ‘자살 클리닉’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부인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반세기를 함께한 부부는 장애와 불치병에 시달리며 생을 붙들고 있느니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 속에 잠들겠다며 죽음을 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BBC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던 에드워드 다운스(85)와 발레리나·TV 프로듀서 출신인 아내 존(73)이 지난 10일 스위스의 한 클리닉에서 동반 자살했다고 14일 보도했다. 부부는 10일 조력 자살 전문 의료회사 디그니타스 그룹이 운영하는 취리히의 클리닉에 나란히 누운 채 딸과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물을 투여받아 생을 마감했다. 자녀들은 14일 성명을 내고 “54년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셨던 두 분은 침대 너머로 손을 붙잡고 함께 생을 마쳤다”고 밝혔다. 자녀들은 “두 분은 더 이상의 질병 치료를 원치 않으셨고, 스스로 선택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에드워드는 199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은 지휘자였지만 최근 몇년 새 노환으로 청각과 시각을 잃어 아내의 도움에 의존해왔다. 그러던 중 아내 존은 최근 간암·췌장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에드워드는 존과 같은 불치병 환자는 아니었지만 아내와 함께 세상을 뜨기를 원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목숨을 끊는 이른바 ‘조력 자살’은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나 극심한 고통을 받는 불치병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해주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이 같은 종류의 자살을 허용하는 곳은 스위스뿐이다. 매년 100여명의 외국인들이 디그니타스 클리닉에서 자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럭비 경기를 하다 몸이 마비된 23세 영국 청년이 이 클리닉에서 목숨을 끊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미국 일부 주는 불치병 환자에게 의사가 약물처방을 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의료진이 아닌 사람이 자살을 돕는 것은 위법이다. 영국 정부는 타인의 자살을 도울 경우 최고 징역 14년형에 이르는 처벌을 하고 있다. 이달 초 상원에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부결됐다. 최근에는 노인들의 조력 자살을 관대하게 다루는 추세이지만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시민단체 ‘위엄 있는 죽음(Dignity in Dying)’의 사라 우튼 사무총장은 “다운스 부부처럼 노인들이 스스로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필요한 것은 금지령이 아닌 적절한 기준과 규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락사 반대운동가 피터 사운더스는 “법을 완화하면 곤궁한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디그니타스 클리닉에서 약물처방을 받으려면 1만스위스프랑(약 1000만원) 정도가 든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위스행 자살관광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디언은 “조력 자살을 허용하더라도 의료진이 아닌 사람들이 환자의 자살을 돕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스위스에서도 ‘조력’이 허용되는 경우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Sun Jul 19 2009 06:0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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