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해외통신

파리의 연인-햇솜의 파리 여행기-

정햇솜

파리의 연인-햇솜의 파리 여행기- “다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매력일까?”고등학교 때 처음 맛보게 된 프랑스어를 통해 영어가 아닌 제 2외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외국어를 꼭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고, 나의 대학에서 첫 번째 전공도 그렇게 정해지게 되었다. 한 나라의 언어 속에는 그 나라의 역사가 담겨있고 문화가 녹아있다.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 때문에 선택한 언어, 프랑스어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나에게 말한다. “넌 정말 프랑스어랑 어울려…….”약간은 느끼한 나의 성격(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나^^)과 발음이 사람들이 흔히 프랑스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인 치즈 같은 그 “느끼함”과 맞닿아져 있기 때문인가 보다. 어쨌든 대학교 2학년이 되어 학부에서 프랑스어문학으로 전공 선택을 했고, 지난겨울 나는 프랑스어문학과에서 가장 큰 행사인 프랑스어 원어연극에 주인공을 꿰차게 되었다. 알베르 까뮈에 「오해」라는 작품인데 나는 오빠를 죽이는 무서운 악녀 역을 맡았고 엄청난 대사량을 소화해야 했다. 비록 많이 고되고 힘들기는 했지만 공연은 성공리에 마쳤고, 그 때의 경험으로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도전의 결과는 나에게 지난여름 멋진 프랑스에서의 생활을 가능케 했다. “ 프랑스 지역축제 참가자 선발 - 프랑스 대사관” 지난 5월, 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가져다 준 프랑스 대사관 선발하는 프랑스 파견 장학생에 나는 무작정 신청했다. 솔직히 이제 프랑스어 시작한지 몇 달밖에 안된 나에게 조금은 무리한 도전이었으나 나름대로 프랑스어 면접을 몇 주간 준비했고, 나의 자신감과 패기 덕분인지 총 8명 뽑는 그 장학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하게 되었다. 그 8명은 프랑스 내 각 지역으로 파견되어 그 지역 축제를 경험하게 된다. 내가 가게 된 곳은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 “Arles(아를르)"의 국제 사진 페스티벌이었다. 가고 싶었던 나라, 프랑스로..... 그 전에 “아를르”하면 떠오르던 것은 우리가 잘 아는, 반 고흐의 수많은 역작이 탄생된 곳이라는 것, 해바라기가 끝없이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들판, 그리고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의 중심지라는 것 정도였다. 그 아를르에서 7월에 약 10일간 국제사진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웬만한 사진작가들은 다 아는 대규모의 국제 사진전시회라고 한다. 예전부터 문화, 공연 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는 나에게 세계적인 규모의 지역축제를 경험하고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를 가지며 나는 집결지인 프랑스 파리로 갔다. 파리 사무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를 맞이하고 있는 건 굉장히 독특한 억양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 사진작가로 우리의 총 담당자였다.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완전히 프랑스어로만 생활해야 하는 경우가 처음이라 그 상황이 굉장히 어색하고 당황스러웠다. 그곳에 모든 일정과 안내, 설명은 다 프랑스어로만 행해졌고 더욱이 담당자가 영어를 잘 못했기에 부족한 내 프랑스어 실력만 가지고는 눈앞이 캄캄하였다. 무슨 말을 하는데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고 귓가에서 맴맴 돌기만 했다. 나와 같은 멤버들도 나한테 프랑스어로 말을 거는데 쉬운 말인데도 왜 그렇게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지. 처음에 내가 가졌던 패기와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나 자신을 자책하며 무기력에 빠져서 영어 반 불어 반 쓰면서 이틀을 보냈다. 첫날 파리의 유스호스텔에서 합숙을 하고 다음날 파리에 기차역에서 TGV(떼제베)를 타고 아를르로 출발했다. 아를르는 파리에서 밑으로 한참을 쭉 가야 보이는 꽤 먼 남부도시이다. 확실히 TGV가 빨라서 그런지 6시간이 채 안되어서 아를르에 도착했다. 처음 타보는 TGV에 신이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14개국에서 모인 25명의 친구들!! 미국,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폴란드, 이집트, 모로코, 러시아, 멕시코, 아제르바이잔, 터키, 캐나다, 헝가리, 프랑스, 그리고 한국. 내가 어디서 이렇게 다국적 친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14개국에서 모인 각인각색의 멤버들… 그 중에는 진짜 사진작가도 있었고,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냥 나처럼 사진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학생들도 있었다. 내가 특히 친해진 건 터키와 이집트 친구였는데 그들은 나의 프랑스어 실력을 한 단계 높여주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이틀 동안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별 얘기도 못하고 있을 때 영어와 프랑스어를 둘 다 잘했던 터키 친구 내슈미는 내가 말할 때마다 도와주며 여러 표현들을 가르쳐주고 고쳐주기도 했다. 또 무엇보다 너무 웃겨서 이 친구 덕분에 축제 기간 내내 너무 재밌었다. 이집트 친구인 카림은 대학에서 이집트 상형문자를 공부하는 친구인데 나랑 꽤 친하게 지내며 프랑스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역시 도와주었다. 상황이 점점 익숙해지고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드디어 꿀 먹은 벙어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프로그램 시작 3일째가 되니깐 신기하게도 친구들의 프랑스어가 들리기 시작했고, 나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영어가 어느 순간부터 막 들리기 시작한다고 누군가 얘기하는 그런 현상처럼 갑자기 그들의 말이 이해가 되는데 너무 신기했다. 특히 함께 방을 썼던 모로코 친구들 중 아주 독실한 이슬람교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나에게 늘 그들의 경전인 코란을 설명해주며 이슬람 알파벳과 “인샬라~”를 가르쳐주었다. 그 친구들은 내 주위에서 항상 끊임없이 여러 얘기들을 많이 해주었는데, 프랑스어가 익숙해지는데 그 친구들 도움도 컸던 것 같다. 어쨌든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나도 프로그램에 처음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여러 친구들과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며 모든 일이 훨씬 더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멋진 도시 아를르. 그리고 사진축제 나는 그림이나 사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이론적으로 아는 것은 많지 않은데 사진은 특히 더 그랬다. 그래서 아를르에 가면, 보다 사람들이 좋은 사진이라고 인정해주는 그런 사진들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즐거웠고,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나의 눈을 좀 더 넓히고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를르는 성경에 나오는 “갈리아”지방으로 오래 전 고대 로마인들이 그들의 통치를 위한 중심도시로 삼았던 곳이다. 그래서 로마에서 볼 수 있는 원형경기장, 고대원형극장까지 로마의 유산이 그대로 남아있어 마치 로마에 온 것처럼 로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다. 도시가 크지는 않으나 굉장히 아름답고 특히 남부 프로방스의 전형적인 따뜻한 날씨와 눈부신 태양 빛이 인상 깊은 도시다. 또한 반 고흐가 그린 유명한 그림들이 대부분 이곳에서 그린 것이라서 반 고흐가 머물며 그림을 그렸던 호텔, 밤의 카페, 정신병원까지 반 고흐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사진 전시회는 말 그대로 동네 구석구석 학교, 성당, 수도원 등의 공공건물에 50여개 곳에서 열렸다. 우리는 자유패스권이 있어서 어디든지 보고 싶은 사진 전시회를 볼 수 있었는데 유명한 세계적 사진작가들이 초청되어 그들의 사진을 볼 수 있었고 그 작가들까지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그 전시회를 처음으로 만든 프랑스 사진작가는 직접 우리들과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가졌으며, 그 외 각종 관계자들이 우리를 찾아와 각종 세미나를 통해 사진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우리 자체적으로도 각종 레크레이션을 하며 친목을 다졌고(자국 음식 만들기도 있었는데 나는 호박전을 했다^^). 한번은 우리에게 카메라를 각자 주어 사진을 찍어오게 해 그 사진으로 우리만의 전시회도 가졌다. 우리 멤버 중 나 말고 사진을 공부하는 한국인 오빠 한 명이 더 있어서 그 오빠는 나에게 사진에 대해 재밌고 유익한 얘기들을 많이 전해주었고, 프랑스에서 제일 유명한 (아를르에 있는) 국립사진학교도 같이 방문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매일 밤마다 열리는 사진 슬라이드 쇼였다. 원형극장에서 1시간가량 여러 작가들의 사진이 슬라이드 쇼로 열리는데 다양한 배경음악들이 같이 나와(배경이라기 보다 거의 대등한 수준의 음악들) 사진을 보는데 그 감흥을 더했다. 이곳 국제 사진전시회를 통해 나는 정말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사진들을 많이 보았다. “이것도 사진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은 그 전에 내가 얼마만큼 사진이라는 것에 대해 고정된 틀을 갖고 있었는지 깨닫게 했다. 또 인물의 누드사진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무엇보다 사진이 얼마나 솔직한 매체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전에는 단순히 눈에 보기 좋은, 눈에 편한 사진들을 좋아했다면 조금은 눈에 불편한 사진들을 보면서 섬뜩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남는 그 묘한 여운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내 사고와 시각이 크게 확장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그래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세상을 담아내는 예술’나는 이렇게 사진의 매력을 흠뻑 빠져들었고, 또한 다가갈수록 쉬우면서도 어려운, 사진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을 알게 되었다. 아비뇽 연극 페스티발 우리에게 주말에 각자 주변 지역을 소풍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당연히 그 전부터 꼭 가보고 싶어했던 “아비뇽(Avignon)”을 선택했다. 아비뇽에서도 7월에 국제 연극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 즈음이 한창 축제 중이었다. 우리나라 “난타”가 그곳에서 이름을 알리며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지 않은가……. 나 역시 워낙 연극을 좋아했고, 아를르 사진전시회보다는 더 널리 알려진 아비뇽 페스티발을 보기 위해 아비뇽으로 갔다. 불과 기차 타고 30분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지역. 아비뇽은 아를르와는 다른 또 다른 느낌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 배웠던 “아비뇽 유수” 사건, 그 아비뇽 교황청이 있는 아비뇽은 아를르와 함께 남부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도시다. 작은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시작한 그 축제가 지금의 국제적인 성격의 축제로 변모하기까지 그 지역주민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으리라! 아비뇽은 축제로 인해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길거리 곳곳마다 이색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재밌었다. TV에서만 보던 그 정경들이 실제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마임이며 서커스며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까지…. 곳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동전을 던져주며 환호하고 있었다. 나도 비록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연극하나를 골라 봤는데 그래도 재밌었다. 아비뇽 역시 도시 골목 구석구석에 온갖 공연장을 마련하여 연극공연이 진행되었는데 정말 굳이 큰 시설이 없어도 이렇게 해낼 수 있다는 점이 대단했다. 축제란 정말 눈에 보이는 시설이 아니라, 건물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열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특히 프랑스의 축제의 특징은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 정부의 지원도 있지만 그 지역자체의 노력이 훨씬 더 크다는 것, 그리고 그런 지역축제에 대해 자부심도 크고 그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즐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년 내내 프랑스 어디선가는 항상 축제중이며 프랑스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 나라로서, 최고관광국가로서의 그들의 입지를 더욱더 확장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지역축제를 개발하려고 노력하는<페스티발에서 길거리 마임>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소중한 또 하나의 추억, 워크캠프(국제 자원봉사) 이야기를 조금 앞으로 당겨서, 약 일주일간의 아를르 사진축제만으로는 아쉬웠기에 프랑스에 더 오래 있을 구실을 만들었다. 그래서 아를르 프로그램 이전에 프랑스에서의 국제 자원봉사를 신청했고(워크캠프는 그 전부터 내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아를르에 가기 위해 파리 집결 전까지 약 10일 정도는 프랑스 중부의 시골마을 puy l'eveque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4개국에서 모인 11명의 친구들과 내 키만한 연장을 가지고 그 지역 수풀이 우거진 언덕을 정리하는 일이었는데 정말 제대로 된 노동이었다. 나도 첫날 일하자마자 나무줄기에 다리가 찢어지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 정말 시작부터 고생이었다. 우리의 일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서로 도와주고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 서로에게 더욱더 끈끈한 우정도 생길 수 있었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나중에는 일이 고된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되었다. 일을 할 때도 열심히, 노는 것도 열심히, 정말 이상적인 워크캠프였다. 내가 만났던 유럽친구들은 정말로 부지런하고 성실했으며 남녀 구별 없이 힘든 일도 열심히 했다. 또한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으며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자신 있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나라 학생들이 갖는 취직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현재에 대한 충실함을 중요시 생각했으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모든 멤버들이 정말 착하고 활달해서 캠프 내내 너무나 재밌었다. 특히 일이 끝난 오후에는 늘 항상 재밌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전에 다 짜서 놀았기에 정말 신이 났다. 친구들하고 모여서 마을회관 가서 유로축구 결승전 경기 같이 본 것(서로 누구는 그리스를, 누구는 포루투갈을 응원하며 난리가 났었다.), 일요일에 하루 온종일 카누 타고 강 일주한 것, 마을 이장님 같은 분께 저녁 초대받아 프랑스식 정통 5가지 풀코스 정찬을 맛보고 특히 그 지역에 유명한 토속음식들을 맛본 것, 함께 마을 댄스파티에 가서 무대 한가운데를 휩쓸며 다같이 춤춘 것, 밤에 별 빛 쏟아지는 옥상에 둘러앉아 촛불 켜고 차 마시며, 노래하며, 친구들과 고민들을 나누던 것, 개인적으로 가기 힘든 근교지역 관광지를 방문해서 여행한 것(특히 프랑스 천연동굴에 들어가 보트 타고 동굴을 돌았는데 정말 환상적이었다) 등등…. 매일매일 재밌는 프로그램들의 연속이라 일 끝나고 오후가 되기를 늘 간절히 생각했던 기억들이 너무나 생생하다. 또 나는 현지 음식에 적응을 잘해서 바게트가 너무 맛있어 밥을 잊고 살았고 여러 음식, 특히 다양한 와인과 치즈를 맛보면서 프랑스 음식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캠프리더가 와인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 늘 다양한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치즈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강했고, 매 식사 때마다 다양한 치즈를 맛보게 해주었다.) 또 제대로 된 프랑스식의 생활은 프랑스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너무나 큰 도움이 된 (특히 프랑스 어문학과인 나에게) 귀중한 수업이었다. 보통 많은 친구들이 하는 한 나라의 고작 며칠만 머무는 호텔팩 같은 여행과는 결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살아있는 문화의 체험들은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내가 머물던 puy l'eveque는 프랑스의 전형적인 한적한 시골마을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사람들은 순수하고 인정이 넘쳤다. 외딴 이방인이 찾아들었건만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보며 웃어주고 배려해줬다. 정말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별빛밖에 없는 밤이 되면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던 곳, 그 낯선 땅에서 느꼈던 그 정겨움과 따뜻함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소중한 친구들과 그 추억과 함께……. 그리고 나 혼자만의 여행 아를르 국제사진축제와 워크캠프, 이 두 가지의 큰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앞뒤로 약 2주간은 혼자 여행을 했다. 남들이 하는 건 따라하기 싫어하는 성향 때문에(?) 파리를 제외하고는 남들이 가지 않는 곳만을 골라서, 순전히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위해 갔다. 특히 남부에 있는 몽뻴리에, 카르카손, 뚤루즈, 꺄오 등의 도시를 거쳤는데 순전히 관광객들이 많지 않은 곳이라 가는 곳마다 동양인이 거의 없없다. <카르카손 요새> 몽뻴리에는 쿠르베의 “쿠르베씨, 안녕하세요?”라는 그림을 보러 갔으나 미술관이 공사중이여서 보지 못하는 불행을 겪기도 했고, 뚤루즈에서는 한인 교민분을 만나 그곳 한인 파티에 초청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곳은 중세 최대의 요새로 불리는 카르카손으로 워낙 크고 방대해 사람들이 많아도 안에서 그다지 만날 일이 없었다. 밤에 혼자 돌아다니다 무서워서 한 손에 호신용 스프레이를 꼭 쥐고 땀을 흘리기도 했다^^ 어쨌든 처음 해보는 혼자만의 제법 긴 여행은 갖가지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이렇게 혼자 여행을 꿋꿋이 잘 해냈다는 것에 더 큰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고, 여행을 통해 만났던 무수한 사람들을 통해 인생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으며, 새로운 세상과 문화를 접함으로써 나의 마음과 사고도 더욱더 넓어졌다. ‘그래! 내가 제대로 여행을 했구나 .’ 다시 일상으로 프랑스에서 막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인기로 휩싸여 있었다. 막 파리에서 돌아온 나에게 모든 사람들이 던졌던 한결같은 질문은 “넌 파리의 연인 안 데려왔어?” 였다. 물론 나는 프랑스에서 멋진 연인을 데리고 왔다. 내 평생을 함께 할 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이라는 보물! 어디 추억뿐이겠는가? 희망도 데리고 왔다. 무엇이든지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한다면 해낼 수 있다는 희망…….프랑스의 짧은 한 달간의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그렇게 내 머리와 가슴속 곳곳에 박혀있다. 이 멋진 연인은 앞으로 나의 모든 도전에 함께 할 것이다. 이번 방학에는 더욱 열심히 프랑스어 공부를 해야겠다.^^ 다음에 프랑스에 갈 때는 또 다른 새로운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기에 멋지고 매력 있으니깐!! 성균관대프랑스 어문학과 l 정햇솜 shinejhs2@hanmail.net

Sun Dec 26 2004 14:22: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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