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박찬욱 감독이 칸에 강한 이유

신영미

주제와 형식 모두 서구 입맛에 '딱' 한국사회의 '현재'가 투영되지 않은 건 단점 - 연합뉴스 25일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서구의 작가주의 영화를 대표하는 칸 영화제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이번에 2번째로 칸의 초청을 받아 두 차례 모두 본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차례로 받은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은 1등상인 황금종려상에 이어 각각 2등과 3등상에 해당한다. 칸 영화제 장편 경쟁부분에 두 번 출전해 모두 본상을 받은 박 감독의 저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평론가들은 박 감독의 영화에서 보이는 '원죄와 구원'이라는 서구적 주제와 화려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원죄와 구원'이라는 서구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파격적이고 극단적인 영화 형식도 한 몫 한 것 같다. 칸과 같은 영화제는 인간 내면의 극단적이고 심층적인 부분을 파고드는 영화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박 감독의 영화가 어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인용 등으로 영화광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장면이 많은 데다가 폭력 자체를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김기덕 감독과는 달리 박 감독의 영화는 폭력 자체가 과장돼 있다. 즉,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 점에서 박 감독의 영화는 김 감독의 영화에 비해 관객들을 덜 불편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유지나 교수는 "칸 영화제는 독창적이며 창의적인 작가주의 영화를 선호한다"고 전제한 뒤 "프랑스 자체가 인간 내면의 이중성과 분열성을 드러내는 심리주의적 영화나 소설의 전통이 강한데 이러한 분열적 양상이 박 감독 영화에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더구나 박 감독이 구사하는 이미지는 상당히 화려하면서도 서양 영화의 그것과는 다르다"면서 "그의 영화에는 한국의 주술적 이미지와 미국 B급 영화의 난폭함이 뒤섞여 있다. 그 가운데 재미가 삽입돼 있기 때문에 칸의 경향과 잘 맞는다"고 곁들였다. 그는 "박 감독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논쟁적인 영화다. 칸은 장뤼크 고다르처럼 논쟁의 경계지점에 서 있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평론가 황진미 씨는 "박 감독의 영화는 유럽 지성사와 끈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에서 통할 만한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박쥐는 뱀파이어 소설과 에밀 졸라의 치정극이라는 서구적 양식을 깔고 있다. 즉, 자연주의적인 소설에다가 고딕소설을 접합한 것이다. 게다가 기독교적이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인 내용을 깔고 있다. 그의 영화 주제는 한마디로 서구, 근대, 남성무의식적이다. 서구인의 입맛에 맞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감독의 영화에서는 한국 사회가 발견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이 인간에 대한 연민과 함께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편한 일들을 다루는 데 비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는 지역성이 배제돼 있다"고 설명했다.

Mon May 25 2009 03:2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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