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종자에서 식탁까지’ 초국적 자본이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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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미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3)지구적 식량공급 체계 -경향신문 - 광우병, 멜라민 파동… 끝없는 식탁 위협 그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튼실한 알곡으로 채워진 곳간만 있다면 두려움이 덜 할 텐데, 지구적 금융위기가 휩쓸면서 먹거리의 안정적인 확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세계 많은 지역에서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배급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신문지상에 등장했고, 봄에는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그리고 가을에는 중국발 멜라민 파동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러웠다. 식량위기와 광우병 의심 쇠고기, 멜라민 파동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현재의 농업문제와 먹거리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시장경제에 기반하는 자본주의체제를 성립할 수 있게 만들어 준 터전은 농사였지만, 산업혁명 이후 공업이 지배하는 사회로 전환되면서 농사는 이윤을 얻기 위한 산업인 농업으로 변질되었다. 농업을 통해 만들어진 농산물도 교역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농산물 시장이 확대될수록 농사의 주체였던 농민의 역할은 더욱 축소되었고, 대신 그 자리는 농업을 통해서 이윤을 얻고자 하는 자본들로 채워졌다. “종자에서 식탁까지” 이르는 거의 전 과정이 거대자본들에 장악되면서 농민들조차 자신들이 소비하는 먹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가공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 곡물가격 상승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만 배불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한 국가나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농식품체계를 국경을 넘어서 이루어지는 ‘지구적 농식품체계’로 더욱 강고하게 만들었고, 이를 카길, 콘아그라, ADM, 몬산토와 같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주도했다. 일례로 1986년에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상에서 미국이 제안한 내용의 대부분은 카길의 전 부사장인 암스튜츠에 의해 작성되었는데, 그 주요 내용은 농가에 대한 보조 삭감과 생산조절의 폐지였다. 미국 곡물유통의 80%를 카길을 비롯한 4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이들이 최근의 식량위기를 계기로 막대한 이득을 챙겼음은 물론이다. 특히 카길의 자회사이면서 비료를 생산하는 모자익은 전년 대비 10배의 순익을 올렸다. 이러다보니 곡물가격의 상승이 소수 대규모 농기업의 수익 증가로 연결되었을 뿐, 대다수의 농민은 오히려 고통을 받았다. 저개발국의 70% 정도가 곡물 수입국이고, 전 세계에서 굶주리고 있는 8억5000만명 가운데 80%는 농민이기 때문이다. 곡물가격 상승이 농민들을 더욱 압박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농식품체계이다. 이는 자국의 농민을 보호하고 식량자급을 달성하기 위한 생산 지원과 보조를 금지시킨 신자유주의 농업구조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자본의 활동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무역 관련 지적소유권 협정(TRIPs)’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이 농업을 완전하게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종자 관련 특허권을 중심의제로 한 이 협상의 외피는 ‘자유화’라는 틀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실제로는 자본에 대한 이윤의 ‘보호’가 핵심이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을 철저하게 옹호해 왔던 바그와티조차 세계무역기구(WTO)가 ‘로열티 수금원’으로 전락했다며 비판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재화로서 남아 있어야 했던 인류공동의 자산인 유전자원이 상품의 형태로 농민들에게 도달함으로써 종자가 이제는 농민 스스로에 의한 재생산 과정에서 분리된 채 종자업체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는 유전자 조작 종자의 개발과 확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 결과는 몬산토가 유전자 조작 종자의 90% 이상을 지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몬산토를 비롯한 바이오메이저들은 식량위기를 계기로 유전자 조작 쌀과 밀의 확산을 꾀하고 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먹거리의 식탁 점령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 소비자 지출 식료품비의 7%만 농민에게 돌아가 '위생 및 식물 검역의 조치에 관한 협정’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각국의 자주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던 안전성 검사나 표시 등도 무역장벽을 제거한다는 빌미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동물의 질병과 관련된 국제조직인 국제수역사무국도 축산물 수출국과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제시하는 기준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가축의 질병을 통제하던 기구가 안전하지 못한 축산물의 교역을 부추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적 농식품체계에서는 농산물 수출국의 농민조차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지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표적인 농식품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도 농식품복합체의 지배 강화와 맞물려 가족농의 궤멸과 대규모 기업농의 급성장으로 생산의 특화가 심화되고 있다. 상위 2%의 농가가 전체 판매액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하위 73%의 가족농은 단지 10% 미만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농민들이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소비자가 지출한 식료품비의 7%만이 농민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 몫은 식품포장업자가 가져가는 몫보다 작다. 이 때문에 농사짓는 사람이 감옥에 수감된 사람보다 적은 것이 미국 농업의 현실이다. - 상추 운송 에너지 비용, 상추 먹고 얻는 에너지의 36배 초국적 농식품복합체가 지배하는 지구적 농식품체계는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공간적·시간적·사회적 괴리를 인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자신들의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우선 먹거리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의 거리인 ‘푸드마일’이 점차 늘어났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된 상추를 뉴욕까지 운송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가 상추를 인간이 먹었을 때 얻는 에너지보다 36배나 많다. 농업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농산물의 포장과 운송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또한 먹거리가 생산된 시점과 소비되는 시점 사이의 괴리가 확대됨에 따라 수확 후 농약 살포가 빈번해지고, 완숙 전에 수확을 하기 때문에 영양도 저하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먹거리의 품질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화학물질의 첨가로 이어졌다. 또한 먹거리의 지역성이나 계절성이 무시된 값싼 농산물이나 냉동식품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안전성이 의심되는 먹거리가 시장을 석권하고, 잔류농약이나 식품첨가물로 오염된 먹거리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 다양한 농산품, 실제로는 소수 대자본의 브랜드 경제의 세계화가 먹거리의 세계화를 촉진하면서 먹거리도 균일화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보는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들은 여러 가지 선택을 가능하게 하지만, 이는 농업의 다양성 때문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브랜드에 불과하다. 상이한 지역 작물들을 생산하는 수많은 농민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소수의 초국적 농식품복합체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외견상 식탁의 다양화와는 정반대로 극히 제한된 생물종과 품종에 의존하는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지배로 인해 확대된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괴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구적 농식품체계에 대항해 지역 농식품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지역 식량(로컬 푸드)운동이다. 지역 농식품체계란 일정한 지리적 거리 안에서 먹거리의 생산과 가공, 소비와 폐기가 이루어지는 순환시스템을 말하며, 로컬푸드운동은 지역 농산물의 소비를 통해 이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 지역 식량 운동이 대안 일본에서는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농민장터, 학교 급식, 지역사회 지원농업 등의 형태로 로컬푸드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먹거리체계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지역사회의 유지·발전이나 농민들의 안정적 생활, 지역경제의 다양화, 대안시장의 창조에 기여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역내 관계의 복원과 신뢰 구축을 가져오며, 생태적으로는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 감소, 지역 내 자원에 대한 의존 증대와 자원의 절약 등을 들 수 있다. 세계 각지의 농민과 소비자들이 실천하고 있는 로컬푸드운동은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의 상당 부분을 이미 해결해 주고 있다. <윤병선 | 건국대 사회과학부 경제학 교수>

Thu Apr 23 2009 02:2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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