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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디리 리사이틀

장민수

윤디리 리사이틀 -중국적 뿌리 위에 꽃 핀 섬세함과 강렬함- 윤디리는 2000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5년간 공석이었던 1위 자리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연소로 거머쥐면서 클래식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젊은 중국 피아니스트에요. 누구보다도 쇼팽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디리가 6년 만에 한국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고 해서 한 달 전부터 예매를 해놓고 2월 18일 예술의 전당 공연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더랬지요. 이번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어요. 쇼팽의 ‘녹턴 op.9 no.2’ / ‘마주르카’ /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중국 작곡가인 지안-총 왕의 ‘다섯 개의 운남 민요’ 원곡은 슈만이 독일 가곡으로 작곡하였지만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헌정’ 러시아 국민주의 음악가를 대표하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1부의 주를 이루고 있었던 쇼팽의 주옥같은 곡들은 쇼팽의 서정을 묘사하는 데 정통한 윤디리의 면모를 한껏 보여주었어요. ‘녹턴 op.9 no.2’ 같은 곡은 누구나 한 번쯤은 멜로디를 들어봤을 만큼 녹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데,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매우 상투적인 말이지만요-_-) 트릴을 구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마주르카’는 쇼팽이 폴란드 민속춤곡의 멜로디를 피아노곡에 도입해 작곡한 것인데, 독특한 레가토를 통해 토속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려는 윤디리의 노력이 엿보였어요.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리사이틀 쇼팽 곡 중에서 가장 빛났던 곡은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였다고 생각되네요. 저는 안단테 스피아나토만 들어봤었는데, 스피아나토(spianato)라는 말은 ‘거침이 없이 평탄하다’라는 뜻으로 음이 호수의 잔잔한 풍경을 드러내는 듯한 분위기의 곡이에요. 그래서 차분한 분위기만을 상상했었는데 제 예상과는 달리 뒷부분의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는 엄청난 파워를 요구하는 곡이더군요. 피아노 건반 88개를 모두 아우르는 듯한 규모의 곡이었는데 씨디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듣던 곡으로는 도무지 실제 연주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특히 이 곡이 윤디리가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명성을 얻는 데 크게 일조한 곡이라고 하니 윤디리의 연주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은 윤디리 리사이틀 음반을 통해서든 인터넷 동영상으로 돌아다니는 그의 연주 동영상을 감상해보시길. 윤디리는 중국에서 4살 때 처음 아코디언을 배우다가 비슷한 피아노에 흥미가 생겨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기 전에는 한 번도 중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해요. 그는 여러 공연에서 앵콜곡으로 중국 전통 민요를 연주해왔는데 그의 중국적 뿌리에 대한 강한 자각을 엿볼 수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는 앵콜 곡에 머무르지 않고 아예 프로그램에 ‘5개의 운남 민요’를 집어넣어 중국적 음색과 멜로디를 한국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였어요. 인터미션 시간에 보니 공연장을 찾은 중국인들의 모습도 꽤 보이더군요. 자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고유의 음악적 유산을 세계에 소개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으로 채워졌어요. 이 곡은 무소르그스키가 건축가이자 화가였던 친구의 유작 전시회를 방문하여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소회를 표현한 곡이라고 해요. 각각 다른 표제 아래 10곡 정도가 연주되는데 매 곡마다 마치 다른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명곡이지요. ‘전람회의 그림’은 실제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되었는데, 윤디리의 연주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대단했어요. 특히 모음곡 중에서 마지막 두 곡인 ‘바바야가의 오두막집’, ‘키예프의 성문’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주로 널리 알려진 윤디리에게 엄청난 파워와 장악력도 있다는 것을 여실 없이 보여주었어요. 이번 윤디리 리사이틀은 그가 섬세한 쇼팽뿐만 아니라 리스트, 무소르그스키와 같은 대가들의 곡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강렬함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연주한 두 곡의 앵콜곡을 모두 중국 민요로 채움으로써 중국 음악가로서 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더군요. 비록 유명한 클래식 곡이 아니더라도 멜로디만으로 관객들과 음악가가 교감할 수 있다는 것, 문화의 일면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 공연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윤디리는 7장 정도의 음반을 발매했는데 혹시 클래식이나 쇼팽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거의 모두 추천하고 싶네요:D 서울대학교 경제학과l 장민수 minsu.chang@gmail.com

Thu Feb 26 2009 12:23: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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