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위조하는 자와 막는 자 ‘쩐의 전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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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미

ㆍ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 계기로 살펴본 가짜지폐의 모든 것‘국내 최대의 위폐 사고’라고 일컬어질 만한 사건이 터졌다. 경찰이 지난달 11일 제과점 여주인 납치사건에 수사용으로 위폐(경찰이 가짜돈을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어서 위폐가 아닌 모조지폐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를 사용하면서다. 위치 추적장치가 장착된 가방에 든 가짜돈 7000만원을 손에 넣은 인질범은 돈만 들고 도주했다. 경찰은 위폐 여부를 곧 판단할 수 있어 혼란이 적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속았다. 범인이 700만원으로 오토바이를 사는 데 성공했다. 어묵, 담배를 파는 사람들도 속았다. 육안으로 위폐 여부를 식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달 28일 납치범은 잡혔지만 7000장의 1만원권 위폐 가운데 27장이 아직도 시중을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애꿎은 피해자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종이에 불과한 지폐는 발행기관의 보증과 신뢰를 담보로 유통되는 것인데, 가짜돈이 유통되면 화폐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위폐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TV뉴스나 신문 한 구석을 장식한다. 백두대간의 한 계곡인 강원도 ‘주전골’은 그 옛날 위폐를 제조하던 사람들이 숨어 들어가 가짜 엽전을 몰래 찍어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하고, 지난해에는 컬러복사기로 1만원짜리 지폐를 복사해 앞뒷면을 풀로 붙인 뒤 동네 포장마차에서 호떡 2000원어치를 사먹은 초등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으니 가짜돈을 만들고 쓰는 일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여전히 위폐는 시중을 떠돌고 있다.위조지폐의 달콤한 유혹얼마전 <카운터페이터>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소재는 세계 최대의 위조지폐 사건으로 꼽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벌인 베른하트 작전. 나치는 연합군을 혼란에 빠뜨리고 세계 경제를 흔들기 위해 총 1억3400만파운드에 달하는 영국 파운드화 등을 위조해 유통시키는 것을 골격으로 하는 이 작전을 세우고, 유대인 수용소에 수감된 140명의 위조 전문가들까지 동원했다고 한다.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위조는 달콤한 유혹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는 ‘슈퍼노트’라는 이름으로 고유명사화된 지 오래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재무부 비밀경찰국이 2006년 발표한 ‘달러화 위조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되는 슈퍼노트는 1만장당 1장꼴인 7000만달러 수준이다.2005~2006년 미국은 북한을 슈퍼노트 제조의 진원지라고 지목했다. 북한이 1989년부터 달러를 위조했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서 알고 있었고, 위폐는 북한 정부의 통제하에 제조·분배되고 있다는 것이 재무부의 주장이었다. 재무부는 또 북한이 지난 10여년 동안 유통시킨 위폐가 2200만달러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5000만달러의 슈퍼노트가 미국 비밀국에 압류됐다고 밝혔다. 이를 빌미로 북한과 거래해 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금융제재를 내린 바 있다.2006년 2월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중국 단둥 개발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 인권보호단체 관계자가 북한의 신흥무역상사 단둥 주재원에게 70달러를 주고 구입한 것”이라며 슈퍼노트 1장을 공개했다. 당시 김 의원은 북한 단둥 주재원이 바로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이고,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위폐를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하지만 북한의 슈퍼노트 제조설에 대한 반론도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차이퉁은 슈퍼노트를 제조하는 것은 미 중앙정보국(CIA)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는데, CIA가 국제분쟁 지역에서 벌이는 특수공작을 지원하는 등 비밀업무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슈퍼노트를 제작해 유통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CIA는 전면 부인했다.국내에서도 슈퍼노트는 낯설지 않다. 2008년 경찰에 붙잡힌 일당은 중국에서 슈퍼노트 9904장을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시키려고 했다. 당시 위조된 지폐는 숨은 그림과 미세문자 등이 정교하게 인쇄돼 있고 햇빛에 비추면 색이 변하는 등 진폐와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실제 경찰이 압수한 위폐를 시중은행에 설치된 위폐감식기에 투입해본 결과 진폐로 판명된 것으로 전해졌다.요즘엔 중국의 위안화 위조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세계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10월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홍콩, 마카오, 동남아 등지로 위폐가 확산되고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하게 위폐가 거래되는 상황에 처하자 중국 경찰은 위폐 적발을 올해의 주력 업무로 정했다. 유로화 위조도 극성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월 지난해 하반기에 35만4000장의 위조 유로화를 수거하는 등 가짜 유로화 적발 건수가 상반기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콜롬비아에서 유로화 위폐 뭉치가 발견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는 60억유로에 달하는 유로화가 흘러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위조하는 자와 막으려는 자진폐의 역사는 위폐와의 전쟁이라고 했던가. 얼마나 정교한 지폐를 만드느냐와 그 지폐를 어떻게 위조하느냐의 싸움은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컴퓨터 스캐너, 컬러 프린터, 컬러 복사기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위·변조 장치가 발전함과 동시에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도 함께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은행에서는 어떻게 이 싸움을 대비하고 있을까. 가장 일반적인 위폐방지 기술은 홀로그램이나 색변환 잉크이다.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우리나라 지도나 액면숫자, 태극무늬, 4괘가 번갈아 나타나는 얇은 특수 필름이다. 색변환 잉크 역시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리 보이는 특수잉크인데 1만원권과 5000원권은 황금색에서 녹색으로, 1000원짜리는 녹색에서 청색으로 변한다. 새로 만들어질 5만원권의 경우에는 자홍색에서 녹색으로 또는 녹색에서 자홍색으로 변하는 특수잉크를 사용한다.일명 워터마크라고 불리는 숨은 그림 기법과 숨은 은선(security thread)도 사용된다. 워터마크는 용지의 얇은 부분과 두꺼운 부분의 명암 차이를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빛에 비춰 보면 인물의 초상이 들어 있다. 숨은 은선은 용지 안에 들어 있는 특수 필름 띠로 글자나 숫자가 쓰여 있다. 이밖에 지폐를 빛에 비춰 보면 앞면과 뒷면의 무늬가 합쳐져 태극무늬가 완성되어 보이는 기법인 앞·뒷면맞춤(see-trough register) 방법도 사용된다.이상의 기법이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는 구분법이라면, 전문가들이 도구를 이용해서 봐야만 위폐인지를 감별할 수 있는 장치도 지폐엔 들어 있다. 특수 빛이 발생하는 실선을 지폐 안에 삽입하는 기법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자외선이나 X선을 쏘이게 되면 빛을 발하는데 위폐범들이 이런 종이와 섬유를 구해 만들지 않는 이상 위·변조가 쉽지 않다. 5만원권에는 지폐 앞면의 묵포도도 등에 형광 염료를 이용한 특수 잉크를 사용해서 자외선이나 X선으로 조사할 경우 녹색 형광 색상이 드러나도록 했다. 현미경 없이는 볼 수 없는 미세문자를 새겨 넣는 마이크로프린팅 기법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외국의 지폐에도 여러 위·변조 방지 장치가 있다. 2008년 말부터 유통되기 시작한 미국 100달러짜리 지폐에 보안용 은선이 들어 있다. 지폐를 상하로 흔들면 지폐 속 이미지가 좌우로 흔들리고 좌우로 흔들면 상하로 움직인다. 이 은선은 65만개의 소형 렌즈가 장착된 마이크로 프린터가 있어야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미국 조폐국의 얘기다. 멕시코의 20페소짜리 지폐는 일반 장비로 복제가 불가능한데, 종이나 면이 아니라 특수 플라스틱 폴리머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 지폐는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우측 하단부 일부를 투명하게 만들어 위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했다.위폐 방지 및 감별 기술은 위폐 제작 기술과 비슷하게 발달하는 법.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고성능 스캐너와 프린터만 있으면 사실상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지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미세문자는 머리카락 굵기의 얇은 선을 그릴 수 있는 펜 하나면 간단히 무력화되고, 숨은 은선의 경우엔 해당 글자나 숫자를 프린트한 뒤 담배종이 사이에 끼워두는 수법으로 위조한다고 한다.한은의 ‘2008 위조지폐 발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새 지폐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난해 발견된 위폐는 1만5448장으로 2007년에 비해 230장 감소했고, 발견된 위폐의 74.8%가 구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위폐 감별은 육안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은은 지폐를 ‘만져보고’ ‘기울여 보고’ ‘빛에 비추어 보아’ 위조 여부를 확인하라고 귀띔한다. 그러나 정교한 위폐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한은 발권국 발권정책팀 정상덕 차장은 “구체적인 식별 방법을 말할 수는 없지만 전문적인 감별은 위폐 감별기계나 시약으로 하고, 한국조폐공사 기술연구원 위조방지센터의 감식을 통한다”고 말했다.한은은 위조지폐를 발견했을 경우 가능한 한 위조지폐 사용자의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지문 채취가 용이하도록 봉투에 넣은 뒤, 가까운 경찰서나 은행에 신고하라고 조언한다. 현행법상 위폐는 통화위조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폐를 보고받게 된 각 금융기관은 한은에 통보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위폐에 대한 신고나 보관, 처벌 등의 절차는 경찰을 통해서 이뤄진다. -경향신문

Thu Mar 05 2009 05:1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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