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삼국지연의 시리즈 4 : Wait and See 그리고 靜中動

신동민

삼국지연의 시리즈 4 : Wait and See 그리고 靜中動 또 한번 상투적인 말일지도 모르지만 나라가 안팎으로 시끄럽다. 이번엔 단순한 안팎이 아니다. 97년말 외환위기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작년 4/4분기 이후 본격화된 경기침체 국면은 올해 한국을 내내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경제뿐만 아니다. 년초 야당의 의사당 점거로 얼룩진 국내정치도 원하지 않았던 용산참사 등을 거치며 여야대치가 지속되고 있다. 대외관계도 쉽지 않다. 오바마 정부 출범 후에도 당초 우려와 달리 한미관계는 2월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장관의 화기애애한 방한에서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참화, 전쟁, 불사, 잿더미 등 연일 한국에 대한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거시적인 문제이외에도 우리 미시적 개인들의 삶도 매우 고단하다. 직장 초년생들에게는 금리는 바닥이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저축의 의미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학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좁은 취업시장에 한숨만 나온다.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즐겨야할 저학년들도 천정부지 오르는 등록금에 주름진 부모님 얼굴을 보면 마음껏 지성 열정을 펼치기도 부담스럽다. 나라도 개인도 그야말로 우울한 요즈음. 삼국지연의의 또 다른 스타, 사마의는 몸소 어려운상황에서의 행동방식을 조금은 악의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니, 때는 삼국지 위나라 청룡(靑龍) 3년, 서기 235년이다. 위기에 빛난 능청 고구려에 접한 연나라 공손씨를 정벌한 사마의는 공을 인정받기는커녕 권력다툼 국면에서 사실상 낙마하고 만다. 조조(曹操)의 손자 조예(曹叡)가 36세의 나이로 요절하자, 8세의 어린황제 조방(曹芳)을 앞세운 일족 조상(曹爽)이 정권을 획득, 사마의를 원로명예직 태부(太傅)로 돌리고 병권을 앗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이빨이 빠져도 호랑이는 호랑이. 조상은 사마의를 두려워해 감시했고, 하루는 사마의가 병상에 누웠다는 소식에 청주 자사로 가는 부하 이승에게 사마의를 문안하는 체 하며 그 허실을 살펴보게 했다. 바로 여기서 사마의의 속칭 “끝내주는” 능청이 나온다. 이승이 청주로 부임하는 길에 들렀다고 하자 사마의는 못 알아듣는 체하며 “병주는 삭방에 가까운 곳이니 잘 지켜야 하네”라고 동문서답한다. 이승이 병주가 아니라 청주라며 다시 여쭙자 사마의는 한번 더 멍청한 소리를 한다. “자네 지금 병주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지 않았나?” 사마의의 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승 앞에서 시중이 받아올린 탕약을 다 줄줄 흘려버린다. 머리는 다 풀어헤쳤다. 한 때 촉의 제갈량과 기산에서 가정에서 오장원에서 천하를 다투던 그가 귀가 먹고 병약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다. 사마의는 여기에 결정타를 찍어준다. “나는 이미 늙은 데다 병까지 무거우니 아침에 죽을지 저녁에 죽을지 모르는 몸일세. 그리고 대장군 조상을 뵙거든 내 아이들을 잘 돌봐 달라하더라고 전해주게.” 한 때 수십만 대군을 호령했던 천하의 사마의가 정적에게 살려달라고 잘봐달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능청이 기회를 만들었네 이쯤 되면 권력자 조상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사마의는 끝났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병권은 빼앗겨 한직으로 쫓겼고 몸까지 아프니 그 누가 간웅(奸雄) 조조도 두려워했던 사마의의 옛 모습을 찾을 수 있겠냐고 상상했겠는가. 기회는 멀지도 않은 바로 뒷날 찾아왔다. 마음을 급하게 놓은 조상이 오늘날로 말하면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과 같이 황제 주변 병권을 가진 이들을 모두 데리고 또한번 오늘날로 말하면 골프치는 것과 비슷한 사냥을 떠난 것. 상황을 살피고 있던 사마의는 조상이 성문을 나서자마자 두 아들을 비롯, 전투를 함께 겪었던 장수들을 데리고 황궁을 접수, 권력을 찬탈해버렸다.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사실상 쿠데타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 때 찾은 권력이 후에 사마의의 아들 사마염이 천하를 통일해 진나라를 건설하는 기반이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그렇다. 모두가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국면, 모두가 어렵겠다라고 생각하는 환경에서도 기회는 열릴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끝났다라고 말하는 것은 객관적인 환경이 혹은 타인들이 그 사람에게 그 전에까지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다고 판단하는 순간, 오히려 그 사람에게 걸려있던 부담과 견제는 풀려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의 여유,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좀 더 차분한 시간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서 국면에서 단순히 몸을 웅크리고 있을 것만이 아니다. 행동은 조심하되 상황을 주시하자. 부단히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엿보자. 호숫가 고고한 백조의 모습 수면 아래서는 끊임없는 물갈퀴질이 계속되고 있다. 정중동 그 자체인 것이다. 경기침체가 오히려 새로운 투자의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좁은 취업시장이 오히려 자기를 위한 투자를 효율적으로 충실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주목을 못받는 위치에 있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건 우리 개개인이건, 차가운 겨울이 가면 여느 때처럼 또 한번 봄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봄, 꽃을 피우느냐 마느냐는 결국 겨울을 능청스럽게 즐기고, 또 한번 능청스럽게 봄을 맞는 우리들의 삼국지연의 사마의급 능청스러움에 달려있는 것, 그것 아니겠는가. 졸업생l신동민 stoocom@nate.com

Thu Feb 26 2009 12:0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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