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신영미

[홍세화칼럼] 조중동·재벌 방송의 의미 - 한겨레신문

Tue Mar 03 2009 04:1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 상임위에 기습 상정되면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방송 장악 시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와이티엔, 한국방송의 수장을 낙하산으로 채운 뒤 재벌과 조중동 방송을 실현함으로써 여론을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한다. 6월 항쟁으로 한국 사회가 그나마 갖게 된 공중파 방송의 공공성마저 질식시키려는 것이다. 미디어 선진화나 일자리 창출 등을 주장하지만 속내는 여론 독점-사회구성원 의식 통제-자발적 동의를 통한 영구집권에 있다. 한국에서 제도교육과 미디어는 사회비판 의식 형성과 거의 관련이 없다. 특히 제도교육은 그 역사적 성격 때문에 자본의 논리가 관철되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조금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사회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한국에서 사회비판 의식이나 안목을 가지려면 대부분 선배나 책을 ‘잘못’ 만나 제도교육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경험을 필요로 한다. 의식 세뇌에서 벗어난 소수는 불온한 사회구성원이 되어야 할 만큼 한국의 제도교육은 지배 세력의 강력한 의식화 도구로 활용돼 왔다. 가령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확하게 한다”는 명언이 있지만, 우리 교육에는 독서, 토론, 글쓰기가 없고 암기와 문제풀이만 있다. 암기할 내용도 보수적인데 주어진 것에 대한 암기만 요구할 뿐이니 보수성은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화되지 않은 학교에서 교장, 교감이 지배세력의 충실한 마름 노릇을 하는 모습이나 역사 교과서를 자의적으로 바꾸는 몰상식한 행위나 모두 일제 강점기 이래 이 땅에 자리 잡은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려는 지배세력의 전일적 의식화 교육 의지에 의한 것이다. 교양이나 상식이 오히려 불온이 되는 사회는 그렇게 태어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미네르바가 구속되고 용산 참사의 책임을 오로지 철거 세입자들에게 돌리는 등 민주공화국에 반하는 행태가 거리낌 없이 저질러진다. 우리는 공기(公器)의 탈을 쓴 사익 추구집단인 ‘조중동’이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놀라운 일에 놀라지 못하고, 민주주의나 공공성 추구와 가장 거리가 먼 한나라당이 아무리 낮아도 30% 이상의, 정당 중에서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는 놀라운 일에 놀라지 못한다. 이처럼 엽기적인 일이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환경이 된 예는 집단 광란 상태에 있는 교육 현실만이 아닌데, 앞으로 공중파를 조중동과 재벌이 장악한다면 놀라운 일임에도 놀라지 못하는 경지는 더욱 확장될 것이다. 우리 제도교육의 반교육적 성격은 결과적으로 공중파방송에게 사회의 최저 규준이나 상식의 마지노선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아픈 기억에 대한 언론노동자들의 반성적 성찰로 가능했다. 실상 우리 공중파방송이 담보하는 사회규범과 상식의 수준은 높은 게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드라마 중독증에 걸리게 하고 대리만족에 머물게 하는 원죄가 있고, 그래서 좋은 프로그램일수록 정작 시청해야 할 사람은 시청하지 않고 시청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만 주로 시청하는 결과를 빚기도 했지만, 더 이상 추락할 수 없는 한계 지점을 마련해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조중동 방송’을 떠올려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조중동’ 재벌 방송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과거의 땡전뉴스가 강제에 의한 것이듯이 민주주의가 강제로 위협받았다면, 앞으로 땡이뉴스는 자발적이듯이 민주주의가 스스로 와해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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