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신동민

삼국지연의 시리즈 3 - 2009년 신년잡언 : 泣斬馬謖과 ?肉之嘆 사이에

Mon Dec 29 2008 05:47: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삼국지연의 시리즈 3 - 2009년 신년잡언 : 泣斬馬謖과 ?肉之嘆 사이에 2009년 기축년 한해가 밝았다. 2009년 한해도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드는 이명박 정부가 작년 세계를 휘몰아쳤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747'공약의 실현을 위한 발판을 닦을 수 있을지 주목되며, 인종의 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미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이 세계정치에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거시적인 이야기 말고도 우리 개개인들에게도 2009년은 또 다른 도전과 응전의 한 해로 다가올 것이 명약관화다. 이 무한경쟁 그리고 청년실업 시대에 북한산 너머로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을 보며 각자 올 한해에 대한 각오를 새로이 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연의 역시도 기축년 한해를 비켜갈 수 없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8년을 돌아보며, 한국의 그리고 우리의 시작된 2009년에 성어로서 한마디 조언을 던지니, 그것은 다름 아닌 ‘비육지탄’과 ‘음참마속’이다. 허벅지에 살이 찌니....... 삼국지연의는 그 방대한 분량만큼 상당수의 사자성어를 남겼는데, 그 중 가장 매력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비육지탄(?肉之嘆)이 아닌가 싶다. ‘비육’이라는 한자어가 생경하게 다가오면서도, 삼국지연의 주인공 유비 인생의 80%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는 인고의 시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건안 6년(201년). 초년 황건적을 격파하고 혼자 힘은 아니었지만 용장 여포를 형장의 이슬로 보내는 등, 한 때 천하를 호령하던 좌장군 유비는 여남에서 조조에게 참패한 후 형주 유표에 의탁하는 그야말로 손님(客) 신세로 전락했다. 조조, 손권 막 커날 때 작은 고을 신야에서 4년을 허송세월 한 유비. 하루는 형주의 유표에게 술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다. 맥주도 아닌데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 변소를 다녀온 유비의 얼굴에 눈물자국이 묻어있자 형님 유표가 묻는다. 그 때 유비는 “나는 언제나 말을 타고 전장을 돌아다녀서 넓적다리에 살이 붙을 겨를이 없었는데, 요즘은 말을 타는 일이 없어 다시 살이 붙었습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 머지않아 늙음이 닥쳐올 텐데 아무런 공업(功業)도 이룬 것이 없어 이를 슬퍼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유비의 마음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어서 빨리 사회라는 큰 무대로, 나의 전문분야로 나가 능력을 가감 없이 발휘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치열한 경쟁 때문에, 혹은 기타 여러 이유 때문에 기회는 오지 않고 있다. 이력서에 한 줄 더 넣기 위해 필요한 의미없는 스펙쌓기, 학점 초인플레에 모든 신경을 쏟아 붙는다. 야전(夜戰)의 찬바람을 경험해야 할 때, 찬바람과는 하등 관련 없는 이유 때문에 도서관에서 허벅지나 불리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가는데 말이다. 설익은 마속의 목을 베니....... 이런 우리의 조급한 마음에 삼국지연의는 또 하나의 성어를 던지니 그건 다름아닌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관우, 장비 등, 촉의 대들보와 같은 맹장이 하나씩 죽어나가고 제갈량 일신으로 삼국 중 가장 약한 촉의 운명을 떠앉고 있을 때 기대주로 쑥쑥 자라는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마량의 동생 마속(馬謖)이다. 유비 사후 5년차인 228년, 북벌의 길에 나선 촉과 막는 위는 현재 감숙성 부근인 기산에서 대치중이었다. 20만 대군을 이끌던 위의 총사령관은 그 이름도 유명한 사마의. 라이벌의 방어를 깨야하는 제갈량은 누구에게 그 중책을 맞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때 39세의 젊은 마속이 한마디 하면서 나선다. "다년간 병략(兵略)을 익혔는데 어찌 가정(街亭)하나 지켜 내지 못하겠습니까? 만약 패하면 저는 물론 일가 권속(一家眷屬)까지 참형을 당해도 결코 원망치 않겠습니다."라며. 그러나 호언과는 달리 마속은 사마의의 전술에 참패했고, 법가(法家)의 후예 답계 제갈량은 가차없이 군율에 따라 마속의 목을 벤다. 그러나 그 재능이 아까웠기에, 제갈량은 형장으로 끌려간 마속의 뒤에서 엎드려 울었다는데서 후대에도 그 이름 찬란한, ‘울면서 마속을 벤다 ’는 성어가 탄생했던 것이다. 비육지탄과 읍참마속의 사이 그렇다. 학문과 진리탐구의 공간이기는커녕 스스로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싶은 안달이 난 오늘날 대학을 우리는 지겹고도 지겨워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지적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에, 대양으로 떠날 날만을 고대하고 있는 치어들처럼 우리는 나의 전문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볼 사회로 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묻자. 우리는 냉정한 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만큼 역량을 갖추었는가? 따뜻한 보살핌과 인정은커녕 구조조정기 문자메시지로 해고통보를 신나게 날려대는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했는가? 일하고 또 일하라는 이윤추구 기계가 되기 위한 신체적인 준비는 되어있는가? 우리가 지겨워하는 대학은 약자에 대해서는 따뜻한 동정을, 불운에 대해서는 진심의 위로를 조금이라도 건넬 수 있는 마지막 인간다운 공간인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병마마저 경쟁에서의 패배 요인에 불과하다는 오직 승패의 논리로 치환시키는 사회. 비육지탄의 급한 마음으로 섣불리 뛰어들다가는 설익은 마속의 참패와 그 죽음처럼 눈물의 결과만이, 지난 시간의 회한만이 마음에 남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깊은 상처를 남긴 채. 도서관에서 허벅지 살을 불릴 수 있는 지금이, 다소 지겹지만 여러분을 주어진 기회를 승리의 영광으로 이끌어 줄 소중한 시간인 것. 비육지탄이향후읍참마속을 넘어 "병상지탄", "낙방지탄"과 같은 비극의 악순환으로 연결되지 않기 위해, 2009년 삼국지연의가 던지는 메시지는 시간이 허할 때 “의미있는” 허벅지 살을 마음껏찌워보자는 것이다. 졸업생l신동민 stooc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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