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해외통신

고아영

베이징 유학일기2 ^^

Wed Jan 21 2009 18:25: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베이징 유학일기2 ^^ 학교 동문으로 나와 47번 버스를 타고 중관촌에 있는 대형 서점으로 가는 길. 날카롭지만 따뜻한 겨울 햇살을 느끼며 차창 밖을 바라본다. 그리곤 곧 북경을 떠난다는 감상에 젖어든다. 북경의 겨울은 포근하다. 추운 겨울을 유난히도 싫어하던 내가, 겨울이 그렇게도 춥다는 북경에 와서 오히려 겨울을 좋아하게 될 줄이야. 물론, 북경의 겨울은 참으로 춥다. 실제로 기온도 한국보다 낮고, 실내에 널어놓은 빨래가 3시간이면 뽀송뽀송하게 마를 만큼 건조한 바람이 칼날처럼 살갗을 휘감고 도니 말이다. 특히 작년 동짓날은 감히 내 인생 최고로 추운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최저 기온과 몸이 정말로 날아갈 뻔한 강풍에 맞서야 했다. 하지만. 북경의 겨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랗다. 그래서인지 햇살도 더욱 눈부시다. 실내에서 유리창 밖을 바라보면 마치 따뜻한 날씨인 것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북경의 겨울 햇살. 코끝 귀끝 손끝 발끝이 알싸하게 시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며 북경 시내를 걸으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중심지만 제외하면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 6층 높이의 고만고만한 건물들 위로 겨울 하늘이 넓푸르게 펼쳐지는 북경이 사랑스럽다. 세상의 흐름을 읽고 싶다면 서점에 자주 다니라고 하던데, 뭐 꼭 이런 거창한 대의명분이 아니고서라도 그저 서점에 가서 새로나온 책들을 구경하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북경에 왔으니, 북경의 서점을 구경할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중관촌의 서점이 생기기 전에는 북경에서 가장 큰 서점으로 왕푸징 서점이 꼽혔다는데, 중관촌에 서점이 새로 생기자 1위 자리를 내놓았단다. 아직도 중국이 후진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긴 말 할 필요 없이, 왕푸징의 동방신천지 백화점 혹은 여기 서점에 함께 데리고 오면 되지 않을까. 여기 저기 구경하면서 한국에 가서 읽을 책과 잡지를 몇 권 집어 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코너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한국 소설 코너. 하지만 그곳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일본 소설 코너와 비교하여 장서 수도 훨씬 적을 뿐더러, 드라마나 영화를 기반으로 유명세를 탄 다분히 상업적인 목적의 소설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를 위로해준 것은 한 켠에 놓여 있는 이청준씨와 황석영씨의 소설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정말 훌륭한 소설들이 많이 있는데. 훗날 내가 꼭 우리나라 소설들을 번역해서 중국에도 알리겠다는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충전하고 서점 나들이를 마쳤다. 중국에 있는 동안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등 명승고적들을 관광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북경 사람들의 삶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이 좋아서 여기저기 잘도 걸어다녔다. 그 중, 민초 가족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결코 빠트릴 수 없는 곳이 바로 중국의 시장이다. 중국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시장들이 많이도 있다. 오도구와 동물원 근처에는 의류를 전문적으로 파는 거대한 복장시장이 있고, 수수가, 홍교시장 등 짝퉁(위조 상품)의 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짝퉁 시장도 여러곳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재래시장도 여러 곳 있고, 아침에만 열리는 아침 시장도 북경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각 시장 저마다의 특색이 있지만, 어느 시장을 가든 손님들을 붙잡으려는 상인들의 목청과 언제 팔목을 덥썩 잡아챌 지 모르는 손아귀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시장과 중국 시장의 차이점을 꼽으라면 가장 처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가격흥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물건을 정찰제로 판매하며, 너무 야박하다 싶으면 '덤'을 주는 식이지만, 중국 시장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중국 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상인들이 부르는게 값. 따라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흥정은 필수이다. 그래서 중국어 실력이 늘수록 가격흥정도 더 잘 할 수 있고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으니, 이런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짝퉁 시장에서는 가격흥정하는 실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보통 중국 사람들이 주로 가는 시장에서는 비교적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지만, 짝퉁 시장의 상인들은 외국인들을 노리고 일부러 애당초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방을 사려고 할 때, 상인이 처음에는 380원이라고 부르지만 가격흥정 결과 결국 50원에 살 수 있는 정도. 그러니 이런 시장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시장 가격을 미리 알아둬야하고, 가격 흥정할 때 이용할 화법을 미리 준비하고 각오를 다져야 한다. 쇼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때면 으레 진이 다 빠져 녹초가 되버리기 일쑤이니 말이다. 중국 친구에게 들으니, 사실 이렇게 가격 흥정하는 문화는 예전에는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불과 수 년 사이에 외국인들이 중국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다보니 이런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고. 그러니 북경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손님들을 속이려는 것처럼일부러 높은 값을 부르고 가격 흥정을 해야만 하도록 만드는 상인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싫어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가격 흥정을 하면서 이야기 하다가 상인들과 친해지는 경우도 있으니, 그냥 북경의 문화이라고 생각하고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좋지 않을까 싶다. 중국은 해가 다르게 빨리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미숙한 교통 질서 의식 탓에 신호등을 무시하고 차와 사람이 마구 얽히는 사거리나, 분리수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정도의 환경 보호 의식, 그리고 시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공안 등을 보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경제 수치와 별도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선 까지는 문화 차이로 인정해야 하고 어디부터는 개선해야 할 점인지 그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가 볼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패션 감각을 뽐내고, 길바닥을 가리키며 쓰레기통이 바로 여기라고 말하면서도 활기차고 삶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정겨운 중국 사람들이 벌써 그립다. ps. 사정상 기사를 늦게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꾸벅.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l 고아영 sorbet82@naver.com

(06143) 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322, 9층  TEL. 02-508-2168 FAX. 02-3452-2439 

COPYRIGHT 2019 ALTWELL MINCHO SCHOLARSHIP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