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경제학계의 '코페르니쿠스' 댄 애리얼리 교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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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미

경제학이 뒤집혔다 "인간은 불완전하다""사람들은 항상 엉뚱한 행동을 하죠 하지만 이것도 예측 가능합니다" 41세의 이 젊고 신선한 경제학자에 지금 미국이 열광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처녀작 저서를 내자, 아마존이 '2008년 경제·경영 올해의 책 1위'로, 비즈니스위크가 '2008년 베스트 비즈니스 북'으로 꼽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앞다퉈 "눈부신 통찰력으로 가득 찬", "정말로 독창적"인 책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뉴욕타임스는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책"이라고 평했다. 스스로는 '포천(Fortune)'이 최근 선정한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신진 경영 대가(大家·guru)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금융 위기를 일찍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Roubini) 교수 등과 함께 말이다. 'Predictably Irrational (번역서 제목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듀크대의 댄 애리얼리(Ariely)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이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 단 한 권의 책으로, 그는 '경제학계의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낳고 있다. 마치 천동설(天動說)을 반박하고 지동설(地動說)의 씨를 뿌리듯이, 경제학의 대전제에 관한 근본적 회의감을 논리적이고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들자마자 한숨에 다 읽고, 읽자마자 단숨에 팬이 된 기자는 그에게 "인터뷰하자"는 이메일을 보냈다. 참신하게도, 그는 답장 이메일을 보내는 대신 기자의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200만부나 발행하는 한국의 1등 신문이 나를 인터뷰하겠다면, 내가 비합리적일 정도로 열렬하게 환영하는 게 합리적이지요. 한국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서 오세요." 작년 12월 보스턴으로 날아가 그를 만났다. 첫 질문으로 "당신 이론의 핵심을 스스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통경제학은 늘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요. 절대 그렇지 않고, 사람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약하고, 자주 틀린다는 것이 일단 제 이론의 시작입니다." ―그 정도의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죠?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저 '사람이 비합리적일 때도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기존의 정통경제학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때때로 비합리적이라 해도 어쩌겠느냐? 그러려니 하고, 결국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경제이론이나 정책을 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론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 주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사람의 행동을 찬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해보면, 놀랍게도 사람은, 이 책 제목처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라는 겁니다. 비합리성에 패턴과 일관성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그런 '일관된 비합리성'에 터잡아 새로운 이론과 전략과 지혜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애리얼리 교수의 이론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범주에 들어간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수혈한 이 접근법은 경제 주체의 복잡한 심리와 행동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기존 경제학이 '경제 주체는 늘 합리적으로, 효용과 행복을 최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결정한다'든가, '경제 주체는 그저 더 많은 돈이나 더 맛있는 음식에 더 행복해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가정(假定)하는 타성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Kahneman) 교수가 받는 등, 최근 경제학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서, 풀어서 말씀해주시죠. "당신이 노후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칩시다. 기존의 정통경제학은 '당신이 연금에 들어 돈을 붓는 비용과 나중에 연금 타는 편익을 분석한 결과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하지요. 저는 '당신이 장기 미래에 대해 비용 편익 분석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연금에 가입하는 편이 훨씬 좋은 일이고 합리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가입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건 제가 어리석기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그걸 특정인이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게 정통경제학의 습관이고 실수입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합리적'이란 가정을 밀어붙이는 것이죠. 이건 당신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닙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왜냐? 사람의 뇌가 그렇게 설정돼 있는 겁니다. 제가 연구한 결과 사람은 미래, 특히 먼 미래를 떠올릴 경우 뇌의 전원이 꺼지도록 진화 과정을 거친 것 같습니다. 대신 현재의 즉각적인 일을 떠올리면 뇌가 켜지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 뇌가 이렇게 돼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개인들이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강제로, 혹은 단기적인 인센티브로 지혜로운 판단을 하도록 이끌어내자는 게 저의 제언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41세의 이 젊고 신선한 경제학자에 지금 미국이 열광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처녀작 저서를 내자, 아마존이 '2008년 경제·경영 올해의 책 1위'로, 비즈니스위크가 '2008년 베스트 비즈니스 북'으로 꼽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앞다퉈 "눈부신 통찰력으로 가득 찬", "정말로 독창적"인 책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뉴욕타임스는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책"이라고 평했다. 스스로는 '포천(Fortune)'이 최근 선정한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신진 경영 대가(大家·guru)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금융 위기를 일찍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Roubini) 교수 등과 함께 말이다. 'Predictably Irrational (번역서 제목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듀크대의 댄 애리얼리(Ariely)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이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 단 한 권의 책으로, 그는 '경제학계의 코페르니쿠스(Copernicus)'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낳고 있다. 마치 천동설(天動說)을 반박하고 지동설(地動說)의 씨를 뿌리듯이, 경제학의 대전제에 관한 근본적 회의감을 논리적이고 참신하고 설득력 있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책을 들자마자 한숨에 다 읽고, 읽자마자 단숨에 팬이 된 기자는 그에게 "인터뷰하자"는 이메일을 보냈다. 참신하게도, 그는 답장 이메일을 보내는 대신 기자의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200만부나 발행하는 한국의 1등 신문이 나를 인터뷰하겠다면, 내가 비합리적일 정도로 열렬하게 환영하는 게 합리적이지요. 한국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서 오세요." 작년 12월 보스턴으로 날아가 그를 만났다. 첫 질문으로 "당신 이론의 핵심을 스스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정통경제학은 늘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요. 절대 그렇지 않고, 사람은 매우 비합리적이며, 약하고, 자주 틀린다는 것이 일단 제 이론의 시작입니다." ―그 정도의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죠?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저 '사람이 비합리적일 때도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기존의 정통경제학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때때로 비합리적이라 해도 어쩌겠느냐? 그러려니 하고, 결국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경제이론이나 정책을 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론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 주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사람의 행동을 찬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해보면, 놀랍게도 사람은, 이 책 제목처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이라는 겁니다. 비합리성에 패턴과 일관성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죠. 따라서 그런 '일관된 비합리성'에 터잡아 새로운 이론과 전략과 지혜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애리얼리 교수의 이론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범주에 들어간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수혈한 이 접근법은 경제 주체의 복잡한 심리와 행동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기존 경제학이 '경제 주체는 늘 합리적으로, 효용과 행복을 최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선택하고 결정한다'든가, '경제 주체는 그저 더 많은 돈이나 더 맛있는 음식에 더 행복해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가정(假定)하는 타성에 도전장을 던지는 것이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Kahneman) 교수가 받는 등, 최근 경제학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예를 들어서, 풀어서 말씀해주시죠. "당신이 노후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칩시다. 기존의 정통경제학은 '당신이 연금에 들어 돈을 붓는 비용과 나중에 연금 타는 편익을 분석한 결과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가입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하지요. 저는 '당신이 장기 미래에 대해 비용 편익 분석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연금에 가입하는 편이 훨씬 좋은 일이고 합리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가입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그건 제가 어리석기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그걸 특정인이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게 정통경제학의 습관이고 실수입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합리적'이란 가정을 밀어붙이는 것이죠. 이건 당신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닙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왜냐? 사람의 뇌가 그렇게 설정돼 있는 겁니다. 제가 연구한 결과 사람은 미래, 특히 먼 미래를 떠올릴 경우 뇌의 전원이 꺼지도록 진화 과정을 거친 것 같습니다. 대신 현재의 즉각적인 일을 떠올리면 뇌가 켜지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 뇌가 이렇게 돼 있다면, 정부가 나서서 개인들이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미래의 일에 대해서는 강제로, 혹은 단기적인 인센티브로 지혜로운 판단을 하도록 이끌어내자는 게 저의 제언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그는 이 대목에서 최근 사례를 거론했다. "정부에게도 충고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요사이 미국은 많은 구제 금융과 경기 부양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지난 4월쯤에도 미국 국민 거의 모두에게 약 600달러씩의 세금을 환급했었지요. 정통경제학에 사로잡힌 정책 당국자들은 어떤 형식으로 세금을 환급해도 그 효과는 같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비합리성을 떠올린다면, 그 효과는 지급 방식에 따라 분명히 달라질 수 있지요.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이런 대대적 환급을 해줄 때 어떤 사람들이나 어떤 지역에서는 현금으로, 어떤 곳에서는 수표로, 어떤 곳에서는 선불카드로, 어떤 곳에서는 '정부의 돈을 마음껏 사용하세요'라는 로고를 붙인 카드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환급을 한 이후 그 효과의 차이를 관찰한다면, 세금 환급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정책에 대한 좋은 분석 자료가 될 텐데 말이죠." ■"시장이 잘하는 것과 시장이 제대로 못하는 것 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시대가 올 것" 대화가 자연스럽게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위기로 옮아갔다. ―이제 자유 시장 시스템은 한계를 보인 것인가요? 당신의 이론으로 지금의 경제 위기를 해석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자유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것이 최적으로 배분되고 훌륭한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 한계가 확인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린스펀(전 FRB 의장)이 의회 증언을 통해 "나는 모든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 매우 상징적입니다. 경제 주체의 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 늘 부딪치는 반론은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돈이 적게 걸린, 몇 차례만 반복되는 상황에서만 결정이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보면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였고 엄청난 돈이 걸려있고 매우 반복적으로 결정이 이뤄진' 증시와 금융 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시장에 엄청난 비합리가 있었고, 자유 시장 신봉자들이 기대하듯 이 비합리들이 상쇄되는 게 아니라 서로 상승 작용을 통해 재앙으로 불어났습니다. 대표적인 게 주택 대출이었어요. 시장론자들이 기대하기로는, 시장에서 징벌과 포상이 잘 작동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꼭 맞는 적절 대출량을 계산해 파산을 피할 것 같죠?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징벌이 있든 없든 무관하게,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적절한 주택 대출량을 전혀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은 할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걸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행동하리라고 믿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리스크는 인식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양떼처럼 몰려다녔습니다. 그 결과가 파국이었죠." 그는 이 대목부터 목소리의 톤을 높이기 시작했다. "둘째, 파생상품이나 금융 공학으로 점점 시장이 복잡해지면, 점점 혼탁해지는 화면으로 보는 스포츠 경기처럼 일반인은 보고 듣고 판단하기 힘들어집니다. 전문가들이나 겨우 아는 정도이지요. 그럼 전문가들은 어떻게 할까요? 엄청난 '이해 상충'에 놓인 전문가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에게 편한 방향으로 속이게 됩니다. 여기서도 전문가들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다고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의료 체제를 보세요. 병원 수익의 70%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데 응급실에 온 의료 소비자는 다 죽어가면서 왔으니 도저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전문가인 의사에게 전적으로 맡기게 됩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좋은가' 하는 기준보다는 '병원이 돈을 많이 버는가' 하는 기준으로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지는 겁니다. 미국 금융 시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재앙으로 번진 겁니다." ―그렇다고 자유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요? 시장을 버린 사회주의의 실패야 너무 확연한데…, 또 다른 길이 있습니까? "저는 이 위기가 지나고 나면, 그 생생한 교훈과 행동경제학적 분석을 종합해서 '시장이 잘하는 것과 시장이 제대로 못하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봅니다. '뭐든지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믿음은 끝난 것이고 그런 영역에 따른 역할 분담이 시장 경제의 새로운 미래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물론 시장 시스템은 원론적으로 훌륭합니다. 다만, 필요 조건이 갖춰진 경우에 그렇습니다. 참여자들이 가치 평가를 잘하고 다른 모든 주체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보도 균등하게 공유되고 이해 상충도 없어야 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매우 강력하고 어려운 조건이지요. 이런 영역은 시장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지요. 하지만 이런 필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영역, 복잡하고 감정적이고 까다로운 결정을 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자유 시장에 맡기면 금방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미국의 금융 시장이 그랬고 미국 의료 시스템이 그렇지요." ―그럼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겁니까? "불가피하지만 그런 영역에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단, 지혜롭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정부라는 전제 하에서…" ―그 전제도 너무 어려운 것 아닌가요? "그렇지요.(웃음) 하지만 이제는 옛날처럼 아무리 시장이 나빠도 정부보다는 무조건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합니다." ■"상실된 신뢰감의 치유가 필요" ―현재의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잘하고 있는 건가요? "저는 미국 정부가 큰 것을 하나 놓치고 있다고 봅니다. 바로 '상실된 신뢰감의 치유'입니다. 이런 게임을 예로 들지요. 당신에게 10달러를 준 후, 그 돈을 당신이 모르는 A에게 넘겨 주면 그 돈이 5배로 불어난다고 합시다. 당신은 그를 믿고 돈을 넘겼는데 A가 50달러를 나누지 않고 도망갔다면 어떻겠습니까? 배신감을 느끼겠지요? 그 다음에 제가 또 당신에게 '나에게 10달러를 주면, 내가 A에게서 50달러를 빼앗겠다. 단, 그 돈은 내가 갖지 당신에게 주지는 않는다'고 제안한다면 어떻겠어요? 전통적인 합리적 가정이라면 '내가 10달러를 또 없애느니 그냥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겠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보복을 하겠다는 심리는 매우 격동적인 동기 부여입니다. 행동경제학적으로 볼 때, 또 이런 보복은 합리적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미국의 시민들은 월스트리트가 50달러를 들고 도망갔다는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50달러뿐입니까? 퇴직 연금과 전 재산과 집을 빼앗긴 겁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들의 이런 신뢰감 상실, 배신감 증폭을 슬기롭게 진정시키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지금 그런 배려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 당국의 화법은 국민들을 오히려 화나게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뺏긴 돈은 뺏긴 돈이다. 이제 당신 세금으로 월가를 돕겠다. 그게 당신에게도 남는 장사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화를 돋우고 보복 심리를 달굴 뿐입니다." 다음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를 마치는 그의 얼굴에서는 "할 말이 아직 더 남았다"는 아쉬움이 배어났다. 그의 저서에 서명을 부탁하자 그는 "언제나 '공짜 점심'을 잘 찾아보라"고 적어주었다. 점심을 잘 얻어먹고 다니란 뜻은 아니었다. 정통경제학자들은 "경제 주체가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므로 '공짜 점심'이란 없다"고 주장한다. 애리얼리 교수는 "천만의 말씀, 경제 주체는 비합리적이고 그래서 시장은 비효율적으로 작동하므로 아직 '공짜 점심'의 여지는 많다"고 주장한다. "그런 '공짜 점심'을 잘 찾아서 수정해 나가야 진정으로 최적의 시장, 가장 행복한 경제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그는 말을 맺었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현재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로서 경제학과, 경영대학원, 신경과학과, 의대 등에 두루 적을 두고 있다. MIT 미디어랩과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이기도 하다.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MIT 정교수 겸 듀크대 방문 교수였지만, 사회과학과 의학 관련 연구를 하는 데 듀크대가 더 적절해 직위를 맞바꿨다. 참신하고 탄탄한 이론을 통해, 미국을 대표하는 소장 경제·경영학자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 병원에서 태어났으며, 3세 때 이스라엘로 옮겨가 그곳에서 성장했다. 18세 때 마그네슘이 폭발하는 사고로 온몸의 70%에 3도 화상을 입고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했다. 이 당시 병상에서 간호사·의사·환자들의 행동을 면밀하게 관찰하며, '의외로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은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텔아비브 대학을 졸업한 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듀크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들에게는 비합리성의 패턴이 있어서 그 비합리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매력적이고 기발한 실험들과 함께 내놓아서 미국 경제·경영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이런 창(窓)을 통해 현실을 가장 정확하고 일관되게 담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조선일보

Mon Jan 12 2009 00:48: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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