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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立박물관 공짜 2년째… 私立박물관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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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미

관람객 '국립'에 뺏겨… 최대 30% 줄어들어 "이벤트성 '무료' 정책에 관람문화 고사 위험" 전국 17개 국립박물관·미술관의 상설전시 관람료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무료 관람 시범 실시'를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정부는 왜 주요 관광 수입원 중의 하나인 국립박물관의 관람료를 2년째 받지 않는 것일까? 정부는 무료 관람을 1년 연장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악화된 경제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문화 향유·소비 기회가 축소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2009년이 최초의 근대적 박물관인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 개관한 지 10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 해"라는 이유도 들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국공립박물관·미술관의 무료 개방'이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준비했던 공약이었다는 데 있다. 이 공약은 지난해 2월 대통령직 인수위가 내놓은 '192개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현재 무료 관람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는 박물관·미술관은 17곳뿐이다.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대구·광주·춘천·청주·공주·부여·전주·경주·김해·진주·제주 등 전국의 국립박물관 12곳, 서울 경복궁 안에 있는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전남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유물전시관, 경북 포항에 있는 국립등대박물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술관은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 사이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한 곳이다. 전국의 국공립박물관·미술관 277곳(국립 28곳, 공립 249곳) 중에서 6.1%에 불과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한국 박물관의 간판스타'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반향은 컸다. 무료 관람이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14개 박물관·미술관의 총 관람객은 612만9366명이었다. 2007년 같은 기간의 486만1882명의 26.1%인 126만7434명이 늘어난 것이다. 휴관일을 고려하면 하루에 7000명 정도의 관람객이 늘어난 것이니 '공짜 정책'의 유인효과는 만만치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외국인 관람객을 살펴보면 조금 사정이 다르다. 이들 박물관·미술관의 관람객 중 외국인은 2007년 5~11월 63만6611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70만1061명으로 10.1% 증가에 그쳤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엔 1559명에서 1204명으로 오히려 22.8%가 줄었다. 기존 2000~3000원 정도의 관람료를 깎아주는 것이 외국 관광객 유치에는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관광수익 악화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무료 관람 전까지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더 많았던 국립민속박물관의 경우 2007년 전체 관람객은 91만5800명이었는데 원래 이 박물관 관람료가 3000원이었으므로 1년에 27억원 이상의 수입 감소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17곳을 제외한 다른 박물관·미술관들이다. 특히 거의 관람료 수입만으로 유지돼 오던 전국 260여개의 사립박물관·미술관들은 무료 관람 연장에 대해 '폭탄을 맞았다'는 반응들이다. 가뜩이나 경제 불황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관람객들이 국립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학생 단체 관람객이 '공짜 박물관'으로 가고 있는 상황은 생존에까지 위협을 주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신영수 실크로드박물관장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사립박물관의 경우 1주일 동안 손님이 한 명이라도 오는 날이 이틀밖에 안 될 때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안으로 들어오려다가도 '관람료 5000원'이라고 써 붙여 놓은 걸 보자마자 발길을 돌린다는 것이다. 배기동 한국박물관협회장(한양대 교수)은 "정확한 통계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5월 이후 사립박물관·미술관의 관람객은 최대 30%까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독특하고 수준 높은 사립박물관들이 많은데 정부의 가시적인 이벤트성 정책 때문에 희생당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들이 고사(枯死)한다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전 토지박물관장은 "지하철 무가지나 영화 불법 다운로드나 마찬가지로 '박물관은 당연히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Mon Jan 12 2009 00:54: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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