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세상만사

신동민

삼국지연의 시리즈 2 - 奇才 제갈공명, 모범생? 날범생? 건달?

Sat Oct 25 2008 04:20: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삼국지연의 시리즈 2 - 奇才 제갈공명, 모범생? 날범생? 건달? 대학이나 사회할 것 없이 요새는 모범생들만 넘쳐나는 듯 하다.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좋은 학점 영어점수를 취득하기 위해 시험기간이 아닌데도 도서관으로 몰려든다. 심지어 좀 쉬라고, 놀라고 준 방학에도 마치 계절학기수업을 정규학기인양 수강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한다. 직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원하는 부서를 가기위해, 조직에서 좋은 포스트를 얻기 위해 다들 자기계발에 한창이다. 퇴근 후 각종 어학학원에 가는 직장인 수도 상당하다. 물론 경기침체 분위기에 일자리는 부족한데 구직자는 넘쳐나는 현재의 각박한 사회분위기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지만, 이런 모범생의 일반화, 모범생의 일상화 현상에는 한편으로는 피동적 학습에 길들여진 우리세대의 한 단면이 놓여있는 듯 하다. 초딩, 중딩, 고딩, 대딩에 이어 사회에서마저 피교육자의 신분, ‘직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일국의 관료를 뽑는 각종 고시시험의 합격자도 결국에는 “made in 신림동학원”이 대다수인 현실을 생각해보면, 선생의 말을 잘 듣고 주어진 텍스트를 완전히 숙지해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생이 되는 것은 2008년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가 주제, 삼국지연의 이야기를 해보자. 삼국지 최고의 기재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열의 여덟은 단연 촉의 승상 제갈공명(諸葛孔明), 양(亮)을 꼽을 것이다. 약 1800여 년 전 중국대륙을 시쳇말로 몇 번씩 들었다 놓았던 공명, 초현의 선비에서 삼국 중 한국가의 승상의 지위에까지 올랐던 공명, 삼국지연의 등장인물 중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지모를 자랑했던 공명. 과연 그 역시도 모범생이었을까? 살아남기 위해, 출세하기 위해 지금의 우리들처럼 말잘 듣고 무엇인가를 열심히만 했을까? 답은 ‘아니올시다’다. 공명의 행실을 보면 그는 모범생이기는커녕 좋게 봐줘 날범생, 솔직히 봐줘 건들거리는 끼가 뼈속 가득히 있었던 머리가 좋은 날라리였음이 분명하다. 공명의 건들거리는 끼 발산, 오나라에서의 외교전 공명과 관련한 이야기는 삼국지연의 통틀어 너무나도 많지만, 공명의 건들거리는 기질을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오나라 수십의 재사들과 벌인 설전일 것이다. 형주에서 조조에 대패, 발붙일 땅한 쪽 겨우 얻는 유비의 젊은 군사 제갈양은 전쟁과 항복사이 망설이는 오나라 군주 손권을 격동시키기 위해 혈혈단신 강동으로 향한다. 오늘날로 동맹결성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앞두고 일국 외교사절이 타국에 파견되는 형태다. 손권에게 전쟁을 권하기 전 공명은 강한 장애물을 맞이했느니, 이는 평화를 원하는 오나라 신하들의 반대였다. 그러나 약관의 제갈량은 각종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으며 처음만난 이들을 하나하나 격파한다. 제갈량의 세치 혀 앞에서 70먹은 오나라 신하 장소(張昭)는 말만 많고 행동하지 못하는 우스운 무리, 설종(薛宗)은 아비도 임금도 모르는 반역무도한 놈, 정덕추(?德?)는 오직 글줄이나 닦고 붓과 먹이나 매만지는 소인으로 전락한다. 아무리 1800여년전의, 소설성이 가미된 일화라고 하여도 삼국지 전 부분을 통틀어 제갈량과 같이 상대국의 관료를 면전에서 깎아내리는 사례는 없다. 약소국 유비의 생사가 달린 중차대한 사안 앞에서 약소국 외교관 제갈량은 상대국 실력자를 ‘들이받는’ 배짱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일을 피그미라고 놀린 부시대통령의 초기 연설에 비유할 수 있는 당시나 지금이나 파격적인 대 오나라 설전은 제갈량이 글줄이나 읽고 시킨 것이나 열심히 하는 모범생의 기질만 가지고 있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있는 일화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주유조문 파동, 제갈량 날라리 기질의 백미 제갈량의 이러한 날라리 기질을 보여주는 백미는 단연 ‘주유조문사건’이다. 전투는 자기가 하고 번성, 남군 등 형주의 땅을 고스란히 빼앗겼으며, 미인계를 쓰다가 되려 애꿎은 젊은 부인만 넘겨주게 되는 등 번번이 제갈량의 사람 약 올라 미치게 하는 행실에 당한 주유. 주유는 결국 서천 정벌계획과 관련한 제갈량의 비웃음이 가득담긴 유들거리는 편지를 읽고는 홧병에 “왜 하늘은 주유를 낳고 또 공명을 낳았는가”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36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다. 주유의 부장들이 오나라의 신하들이 제갈공명을 눈엣 가시 보듯 한 것은 당연지사. 이 때 공명은 과감히 주유 문상을 단행한다. 그리고 배짱 좋게 눈물이 앞을 가리는 제문까지 한번 읊어준다. “그대의 죽음을 애달파하는 정, 시름 가득한 창자는 천 갈래 만 갈래로 얽힌 듯 하는구려. 이제 하늘 아래서는 두 번 다시 그대 같은 벗을 얻지는 못하리라. 아아 슬프다” 그리고 한번 진심인지 연기인지 눈물까지 흘려주는 것이다. 이 얼마나 뺀질거리는 날라리의 행태인가. 자기가 반은 죽여 놓은 사람 앞에서 한 자락 읽고 눈물까지 쏟아준다. 이런 고급스러운 얄미움은 결코 모범생 기질, 모범생 양성형 교육에서는 도출될 수 창의력과 임기응변을 요구한다. 이 밖에도 공명의 뛰어난 상황대처 능력은 하룻밤에 화살 십만개를 구하고 유유자적 술 한잔 하며 쏴준 조조에게 “조승상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던 일화, 양반 노숙한테 형주 땅 준다고 몇 번은 속여먹었던 사건 등에서도 여지없이 투영된다. 우리사회, 모범생만이 필요한 것인가? 가끔은 대학이, 사회가 너무 밍숭맹숭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냐는 물음이 든다. 주어진 조건대로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성취를 이루려고만 하는 SOP(Standard of Operation)적인 삶. 모두 같은 형태의 삶을 살아가며 모두 같은 일에만 매달린다. 그러나 책속이 아닌, 우리가 다루어야하는 현실은 그렇게 정태적인가? 개개인간의 삶은 다양하기에, 그들이 모인 사회에서의 상황은 언제나 변하고 예상할 수 없기에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딩, 대딩을 거쳐 직딩으로 이어지는 피동적 모범생 기질은, 어쩌면 우리가 익숙하지 못한 이러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자기합리화의 기제일수도 있다. 제갈량이 삼국지 최고의 기재로 명실상부 인정받게 된 기저에는, 그의 갓 잡아 올린 생선과 같은 생명력 넘치는 펄떡이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 것처럼. 졸업생 신동민 stoocom@nate.comstooc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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