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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미

‘불안’ 극복의 길 있나 - 경향신문

Sat Nov 01 2008 14:30: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는 네로 황제가 로마에 불을 지르고 대학살을 자행한 것과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안이 1500여명의 여성을 농락한 것도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색다른 주장을 편다. 키에르케고르는 모든 인간이 아담으로부터 죄성(罪性)을 상속받았다는 기독교 교리에 대해서도 반기를 높이 들었다. 불안의 탈출구를 찾지 못할 때 죄를 범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생 동안 불안을 껴안고 더불어 살다시피한 그는 모든 존재가 자신을 불안하게 한다고 믿었다. 키에르케고르의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도처에서 급증하는 불안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불안은 인간 내면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불안도 세계화하는 듯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일자리 불안, 먹을거리 불안, 금융 불안, 시장 불안, 사회 불안…. 재앙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禍不單行)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온갖 불안이 지구촌 곳곳에 겹쳐 나타난다. 마치 ‘불안의 지뢰밭’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불안은 두려움이나 공포감과 비슷하지만 몇 가지 점에선 차이가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정의한다. ‘두려움’에는 두려움을 일으키는 위험물이 눈앞에 있지만, ‘불안’은 특정한 대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두려운 감정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는 위험물에서 도망치거나 극복하려는 충동을 느끼지만, 불안할 때는 무력감 밖에 없다고 한다. 영국 문화사가 로널드 헤이먼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독일 심리학자 프리츠 리만은 <불안의 심리>(문예출판사)에서 피할 수 없다면 불안과 함께 걸어가라고 적극성을 주문한다. 독일에서 심리학 고전으로 자리 잡은 <불안의 심리>는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나타나는 불안을 네 가지로 나눈다. 불안의 네 가지 근본 형태는 자아상실과 종속성으로 체험되는 자기 헌신에 대한 불안, 안정감의 상실과 고립으로 체험되는 자기되기에 대한 불안, 무상과 불확실함으로 체험되는 변화에 대한 불안, 최종성과 부자유로 체험되는 필연성에 대한 불안이다. 불안의 종류를 지구를 지배하는 네 가지 힘인 자전, 공전, 구심력, 원심력에 비유한 것이 독특하다. 분열, 우울, 강박, 히스테리에 해당하는 불안심리를 각각 자전, 공전, 구심력, 원심력과 연관지은 것이다. 모든 불안은 이 네 가지 기본 불안의 변형이며 네 가지 근본 힘과 연관돼 있다는 게 리만의 연구 결과다. 분열적 인성의 사람들은 남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독립성을 지향한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지닌 사람은 홀로 내버려지는 것과 고독을 두려워한다. 강박적 인성의 사람은 완벽주의자이며 규칙과 습관에 매달린다. 히스테리성 사람은 현실이 아닌 유사현실 안에서 살면서 유사현실을 창조한다는 게 리만의 주장이다. 건강한 사람은 불안을 어렵잖게 극복할 수 있으나 어린 시절 강도 높은 불안과 마주친 적이 있거나 발달장애를 경험한 사람에게는 네 가지 불안 가운데 하나가 병적으로 과도하게 나타나기 쉽다고 한다. 지은이는 체질적으로 조응하는 성향과 불안한 사람들의 인생사적 배경 등을 아울러 고찰한다. 이와 함께 불안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안내해 준다. 리만은 독자적인 심리요법으로 자신의 병원에서 체험한 수많은 환자들의 실례를 통해 불안의 유형을 간파하고 극복 방안을 전해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지금처럼 시절이 하수상해 불안감이 높아질 때마다 미래를 점술인이나 마법사에게 의존하곤 한다. 막연한 불안이 가중될수록 건강을 해치기 쉬울 정도로 안절부절 못하는 이들은 늘어만 간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거나 줄이기는커녕 외려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설상가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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