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통신원

유럽 언론 기자들의 눈에 비친 한국 - 경향신문

신영미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 상주하는 유럽 언론인 5명이 최근 11일 동안 한국을 둘러보며 취재활동을 했다. 한국언론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이들은 비무장지대 관광, 산업시설 시찰, 정부기관 방문, 전문가와의 면담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해 취재했다. 그들은 이 짧은 기간 한국에 대해 무엇을 보고 느꼈고 체험했을까? 기자는 이들 중 4명과 만나 그들의 체험을 직접 화법으로 전달한다. 테진더 싱(Tejinder Singh) 그리스 주간지 뉴유럽(New Europe)의 편집장. 뉴유럽은 유럽에서 발행되며 EU의 정치·경제·사회 등 이슈를 심층으로 다룬다. 싱은 BBC, 라디오프리유럽, 인도와 캐나다의 신문사 등에서 일한 노련한 언론인이다.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블랙베리(휴대폰)가 작동하지 않아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공항에는 휴대폰을 대여해 주는 사업가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본국과의 통신문제를 쉽게 해결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그냥 Korea라고 하지 말고 South Korea라고 말해야 합니다. 북한은 스스로 North Korea라고 지칭합니다. 외국인들은 그냥 Korea라고만 말하면 남북한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관리들은 한-EU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거의 말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질 일이 있을까 걱정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얘기를 잘해 주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보 수집활동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 관한 간담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유럽의회에서는 이렇게 일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 관리들은 왜 정부의 일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국과 유럽연합이 진행 중인 FTA 교섭에 관해 좀더 많은 정보를 유통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가게의 주인에게서 한·미 FTA 체결로 한국 시장이 개방되면 영업이 어려워져 가게가 망할 것이라는 걱정을 들었습니다. 개성 공단을 방문했을 때 보안 검색이 너무 느슨해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검색 수단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라도 밀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인원과 물자가 오가는 개성의 출입관리 지역은 마치 시한 폭탄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공항의 보안 검색이 철저하면 스스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을 때 비보도를 전제로 미군이나 한국군에게서 많은 얘기를 들었고, 이것은 큰 소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측이 보여주는 비무장지대의 땅굴은 선전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북한과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너무나 예의바른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너무나 공손했습니다. 제가 실험적으로 새치기를 해보았는데 이때에도 한국인들은 저를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너무 관대해서 이상했습니다. 제가 혹시 외국인이어서 참아주었는지 모릅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선 것을 보니 영국인들이 줄을 서서 2층 버스를 기다리는 장면이 연상됐습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사우나탕이나 호텔 종업원에게 여러 가지로 말을 걸어 한국의 일반 사람들과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이런 현장 체험이 제가 하는 편집장의 일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편집장의 일은 별로 재미없습니다. 기자들을 관리하는 것보다 제가 직접 현장을 뛰면서 기사를 쓰는 것이 더욱 보람 있습니다.저는 시크교도입니다. 싱(Singh)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은 시크교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기독교도 믿습니다. 최근에는 불교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종교적으로 이렇게 건너뛰거나 동시에 두 종교를 믿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습니다. 헨드릭 가프작(Hendrik Kafsack)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아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의 EU 특파원. EU의 정치와 경제에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EU는 FTA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관리들은 이 문제에 관해 너무나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비보도(off-the-record)’라는 조건을 걸고라도 기자들에게 진전 상황을 얘기하고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관리들은 과도할 정도로 정보를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따라서 한국 기자들이 취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서울 주재 EU 대표부의 관리들은 많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서울에서 만난 유럽연합 대표부의 관리들, 특히 부대표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관리들은 정보 제공을 통해 기자를 이용할(manipulate)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충분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한국 관리들은 기자들을 잘 이용할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동서독은 통일 전에도 많은 교류를 했습니다. 한국에 와 보니 남북한 사이의 인적 교류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사이의 관계도 너무나 긴장돼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햇볕정책은 통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인들은 여러 측면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고, 특히 조선 분야에 강한 투자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면 조만간 유럽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은 오랜 유교문화의 탓인지 딱딱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존경심은 좀 과도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 이래 젊은이들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 별로 존경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 등 다양한 한국인들을 만나고 싶었으나 주로 관리, 학자, 기업인 등 특정 부류만 만났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한 단면만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바스티엔 팔레티(Sebastien Falletti) 브뤼셀에서 발행되는 유로폴리틱(Europolitique)의 기자. EU의 대외정책, 무역 이슈, EU-아시아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알자지라, BBC 아프리카 등 여러 미디어에 기고하고 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출발할 때 어떤 기자가 “별로 기사도 없는 한국에는 도대체 왜 가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유럽 국가의 언론사들은 대부분 도쿄나 베이징에 특파원을 상주시켜 이들 나라에 관해서만 주로 보도합니다. 한국에 관해서는 별로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 상주하는 유럽국가들의 특파원도 겨우 한두 명입니다. 한국이 경제적 기적을 이룩했고 거의 선진국 수준에 달해 있음에도 유럽 언론들의 관심이 여전히 낮습니다. 유럽 언론들은 주로 한국을 경제적 발전의 관점에서 보도해 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스스로를 더 적극적으로 해외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들의 문화·관광·음식·박물관 등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 것들을 많이 알려야 합니다. 지하철 탑승객들이 텔레비전을 손에 들고 보는 장면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을 보면 한국은 새로운 IT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큰 기사입니다. 한국에서는 전통 미디어가 점차 쇠퇴하고 뉴미디어가 번성하고 있는 듯합니다. 지우세페 자푸토(Giuseppe Zaffuto) 유럽저널리즘센터(EJC) 교류 프로그램 담당 국장. 3년 전 유럽저널리즘스쿨(EJS)이 국제관계 업무부문을 출범시키면서 유럽 언론과의 교류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한국 언론과의 교류를 시작함으로써 그 목적이 이뤄졌습니다. 유럽인들은 그동안 너무 유럽중심적(Euro-centric)이었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이탈리아 먼저, 유럽은 그 다음”, 프랑스인들은 “프랑스 먼저, 유럽은 그 다음”이라는 식으로 자국과 유럽의 관심사에만 매몰돼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럽 기자들도 너무 내부 문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브뤼셀의 EU 본부에는 다양한 업무가 있지만 무역 상업 등 업무만 집중돼 있습니다.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은 주로 북한 핵 문제가 있을 때에만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브뤼셀은 국제 언론의 핵심으로 각국에서 온 1200여 명의 특파원들이 활동하는 국제언론의 중심입니다. 일본 언론인이 가장 많고, 중국 언론인이 그 다음입니다. 한국 언론인은 단 한 명뿐입니다. 유럽언론사가 특파원을 보내는 지역은 중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입니다. 유럽 언론에 있어 한국은 중요한 나라가 아닙니다. 유럽 언론이 한국을 취재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유럽 언론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도 있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 지리적으로도 멉니다. 이 때문에 한 기자를 한국에 3개월씩이나 둘 수는 없습니다. 한국언론재단 -유럽저널리즘센터언론인 교류 프로그램한국언론재단은 브뤼셀에 있는 유럽저널리즘센터와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이 교류 프로그램에 처음 참가한 유럽 언론인 5명이 지난 8월 20~30일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 및 기업 관계자 등을 만났다. 이 프로그램은 연간 유럽연합 언론인 10명을 초청해 열흘간 한국을 둘러보면서 취재-보도하도록 지원하는 반면 한국 언론인들은 연간 3명이 각각 3개월씩 브뤼셀에 머물면서 유럽을 연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유럽 저널리즘 센터는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으로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언론인의 교육, 훈련, 교류 등 업무를 한다.

Fri Sep 12 2008 05:59:00 GMT+0000 (Coordinated Universal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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